[여성시대] 반가운 손님

김태희-탈북자
2024.08.12
[여성시대] 반가운 손님 입추인 7일에도 찜통더위가 계속된 가운데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내 화명수상레포츠타운에서 학생들이 수상 놀이기구를 타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은 지금 여름 휴가를 보낸 사람들이 자기는 어디를 다녀왔고, 누구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모두 자랑거리 한가득입니다. 우리 집도 휴가는 온 가족이 함께 추억을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다리를 다쳐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엄마의 사정 때문에 26살 된 아들도 자기 친구들과 함께 바다경치가 좋은 거제도로 놀러갔다가 왔네요. 이제는 독립을 할 나이가 된 아들이지만 괜히 강녘에 아이를 내놓은 마냥 아들 때문에 걱정을 하다가 무사히 잘 놀고 돌아오니 이런게 부모 마음이 이런 건가 싶습니다.

 

나 역시 지금 내 아들보다 어린 나이였지만 친구들 하고 놀러 다니면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셨을 생각을 하니 참 미안하기도 하네요. 지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면 잘 놀고 있는지 걱정이라도 할터인데 당시는 전화기도 없고 따로 알아볼 만한 방법이 없이 마냥 기다리는 것밖엔 할 수가 없었으니 부모님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철없던 우리가 한국에 와서 이제는 모두 부모가 되어서 이야기꺼리도 참 많겠죠. 한국에 도착하여 첫 신분확인을 위해 들리게 되는 국정원에서부터 한방을 쓰던 나보다 한창 나이가 어린 친구가 더운 여름에 휴가도 못가는 언니를 위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괜히 들뜬 마음을 안고 대형 상점에 가서 장을 두둑하게 봐왔습니다.

 

녹취: 나는 좋아하는데 딸은 해물을 못 먹어. 나는 고기에 김치만 있으면 돼

 

하나원 시절에 21살밖에 안되었던 아가씨가 나이가 40, 불혹의 나이 이젠 엄마가 되어서 딸과 함께 찾아온다고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서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준비했습니다. 장을 봐서는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서 여러 가지 반찬들을 준비해보는데 북한에서 철이 들어서부터 식량사정이 어려워진터라 정작 북한요리는 할줄 모르고 탈북하여 중국에서 요리를 배운터라 볶고 지지고 온 오후 시간을 주방에서 보냈습니다. 입맛에는 어떨지 몰라도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밖에서 사먹는 음식보다는 집에서 내 손으로 해먹이는 것이 더 좋을 같아서 아예 생물 갈치며 전복과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명태까지 사놓았네요. 그리고 동생 딸이 좋아한다는 소고기며 돼지고기에 또 한국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쏘세지와 만두까지 사놓았지요. 동생 딸이 튀긴 닭고기를 좋아하니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닭튀김도 주문을 해야 하겠죠.

 

34일을 있다 갈 동생네 가정을 생각하면서 첫날은 무엇을 해먹고, 둘째 날은 뭘 해먹고 혼자 머릿속에서 생각을 굴려보니 어릴 때 손님이 오면 같이 얻어먹던 맛있는 음식들이 생각이 납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은 늘 아버지가 중국으로의 장사를 위해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손님이라던가 아니면 중국에서 장사를 하려고 북한으로 오는 손님들이었는데 막둥이인 나는 늘 까만눈을 반짝이며 밥상에서 그들이 먹는 반찬이라도 얻어먹고 싶어 했지요.

 

집에서 먹는 노란 강냉이밥에 된장국이 맛이 없어서 밥술을 뜨는둥 마는둥 했던 나에게는 손님들에게 떠주는 하얀 쌀밥이 엄청나게 먹고 싶었거든요. 제일 어린 막둥이조차 노랑 강냉이밥을 먹는게 안쓰러워 손님들이나 아버지가 조금씩 덜어주던 그 하얀 쌀밥을 게눈감추듯 먹어치우고는 부리나케 밖으로 내빼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한국의 아이들의 밥상을 한번씩 생각해봅니다.

 

우리집은 늘 아이들 입맛 중심으로 밥상을 차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두가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놔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생네 아이가 오면 집에 있는 손녀딸도 손님 덕에 하루세끼 자기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하게 되면 같은 또래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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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가 오면 이 더운 여름 날 물놀이장으로 가려고 인터넷 예약도 할 계획입니다. 가까운 곳에 남한에서는 가장 큰 물놀이장이 있어서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나도 좋아하더라구요. 정작 가까운 곳에 사는 우리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동생네를 핑계삼아 한번정도는 다녀와야겠어요.

 

가까운 곳에 사는 언니도 먼 인천에서 동생네가 온다고 함께 휴가를 보내겠다고 하는군요.

어찌하다보니 대가족이 되어서 이번 휴가를 보내게 되었지요. 이렇게 준비를 하는데 고향에서 온 친구들이 또 휴가를 온다고 합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솔직히 숨이 차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을 하지요.

 

인천에 동생네를 보내고 그 다음날에 도착할 고향 친구들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북한에서 이렇게 손님이 와서 놀고 가면 집안 살림이 거덜이 나겠다는 생각을 혼자서 웃으면서 해봅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 손님이 집에 끊이지 않아도 언제한번 싫다는 티를 안내고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서 회포를 푸는 것이 보기 좋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우리 집은 늘 손님들이 불편함을 모르고 다녀갑니다.

 

또 엄마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아들과 할머니를 자랑스러워하는 손녀딸 때문에 언제한번 집에서 눈치를 보면서 손님맞이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늘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응원해주는 소중한 내 가정이 있어서 주변에 사람들을 챙겨가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을 할 수가 있을테니깐 말이죠.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에디터 이진서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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