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여성의 아름다움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3.05.30
[여성시대] 여성의 아름다움 북한 자강도산림과학연구소 관계자들이 북부고산지대 특성에 맞는 나무 생산을 위해 나무모를 심고 있는 모습.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얼마전 제가 사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녹색도시라고 알려진 창원에 있는 장미공원을 다녀왔습니다장미는 보통 빨간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공원에 가보니 여러가지 종류의 꽃이 만발합니다흰색 장미며 보라색오렌지색 등 예쁜 장미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 한국의 공원들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다양한 조형물인 조각들도 세워놨습니다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저도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그리고 즐겨하는 인터넷에 올렸더니 반응이 참 좋습니다꽃보다 여인누가 꽃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면서 오늘은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방송을 펼쳐내고 싶습니다.

 

북한 노래에도 있듯이 여성은 꽃이라고 하죠. “여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한가정 알뜰 살뜰 돌보는 꽃이라네 정다운 아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생활의 한자리가 비어있으리

여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들이 그냥 아름다워 질까요꽃도 예쁜 환경을 만들어 주고가꾸어주어야 하듯이 여성들도 자기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고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얼마 안있어 장거리 출장을 갑니다. 여성이라면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외지에서 자신을 가꾸는 문제입니다더위에 자외선 차단제도 꼼꼼하게 발라야 하고 또 저녁에 씻고 나도 화장을 한듯 안한듯 꾸미는 것도 여성이라면 당연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그래서 오늘 여자로서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안을 찾았습니다다름 아닌 문신이라는 것입니다.

 

문신은 몸이나 팔에 하는 것만 생각했던 제가 눈썹에 문신을 하려는 것은 대단한 결단이었답니다문신에 대한 나쁜 감정과 집에서 남편의 반대 그리고 참아내야만 했던 통증 등을 모두 생각을 해보면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데만도 몇년 시간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해보니 아프고 불편하던 것과는 달리 편리성은 너무나도 뛰어납니다땀이 나도 그린 눈썹이 지워질까봐 자주 거울을 들여다 보아야 했던 것도 없고저녁에 모임 같은 것이 있어도 화장을 다 지워도 문신을 한 진한 눈썹이 있어서 덜 불편하거든요.

 

물론 북한에서도 눈썹 문신을 한지 꽤 되었죠제가 2004년 마지막으로 북송되어 고향에 가보니 이미 친구들이 눈썹이며속눈썹에 하는 문신인 아이라인까지 다 그렸더라구요그땐 신기했었는데 한국에 와보니 북한에서 눈썹을 그리고 온 친구들이 거머리처럼 시커멓다고 레이저로 지우고 다시 그리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아름다운 것과 개성을 추구하는 것은 여자들 뿐만이 아닌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썹이 빠지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려고 남자도 눈썹 문신을 하려고 전문업소를 찾아옵니다우리 탈북민중에도 이런 눈썹 문신과 속눈썹 등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한번씩 올리는 글들을 보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지요그리고 눈썹 뿐만 아니라 손가락에 예쁜 그림이나 모조보석을 붙이는 네일아트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전엔 일회용으로 메니큐어를 했는데 지금은 젤네일이라고 바르고 보름씩한달씩 그대로 유지되게 합니다처음에 그런 것이 나왔을 때에는 할일이 되게 없나보다 생각했는데 한국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이 아니었습니다.

 

서비스 업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품위유지비라는 것이 따로 급여에 따라 나오는데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이 화장을 안하고 손님을 만나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합니다그래서 서비스 업종은 진한 화장은 아니어도 꼭 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출근을 해야 합니다.

 

가까이 사는 탈북민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립스틱이 지워지면 문신을 할까했더니 언니 남편분이 그것만은 반대를 한다고 하더군요. 왜요하고 물었더니 여성이 나이들어서도 자기 절로 할 수 있는 것이 립스틱을 바르는 것이기에 그것만은 영구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하더군요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만들지 말라는 참 깊은 뜻이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꾸준히 자신을 가꾸고 꾸미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지요.

 

남자들도 아내가 집에서 매일 목이 늘어난 옷을 입고 화장도 안하고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만 하고 있으면 권태기를 느낀다고 하네요그래서 가정에서 식구들을 위해서라도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어쩌면 북한에서 산다면 이런 모습저런 모습 크게 생각이나 하고 살아질까지난 봄 고향 친구들이 만났다가 친구들을 통해서 북한에서 살고 있는 동창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북한에서 그리 막느라고 애를 써도 가족의 사진은 한번씩 받아보는데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기서의 나는 목주름도 늘어났네팔자주름도 깊어지네 하면서 서로 좋은 화장품들을 들고와서 나눠주는데 고향의 동창생 얼굴은 한국에서 80대 노파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여성이 꽃이고여성이 역사의 한쪽 수레바퀴를 밀고 나간다는 북한에서의 여성들의 모습이 실제로 꽃같은 아름다움이 풍겨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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