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다시 찾는 청춘의 기억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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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다시 찾는 청춘의 기억 서울 양천구 만수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댄스 교실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이제 오월도 끝자락입니다. 푸른 계절은 내년에도 오겠지만 한번 흘러간 청춘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탈북민 어머니들은 오늘, 이 시간을 즐겁고 활기차게 살려고 노력하고 계신답니다.

 

북한은 지금 코로나로 인해 전국이 비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황이 안좋았는데 이젠 치료약도 개발되고 국민들이 면역력이 생겨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도 줄고 감염자의 증상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랍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코로나에 대한 대처도 많이 여유로워진 듯 합니다. 이제 사람들이 모이는 인원수나 시간적인 통제도 강하게 하지 않습니다.

 

저도 코로나로 인해서 단체 활동을 근 2년간 할 수 없었는데 올해는 어르신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하고 있답니다. 좀더 설명하자면 “힐링”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한다는 뜻인데요. 북한과 중국을 비롯한 제 3국을 돌아오면서 생긴 여러 상처를 치료하고 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활동을 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찬송: 예수 보다 더 좋은 친구 없네, 예수 보다 더 좋은 친구 없네

 

어머니들은 기독교 음악이 북한 노래와 박자와 음정이 비슷하다고 빨리 배우시는데 교회에 가서도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찬송 부르는 시간이랍니다. 그래서 이번 힐링 프로그램은 주 3회를 모이는 첫날 단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둘째 날에는 성경공부를 그리고 셋째 날에는 라인댄스 즉 건강춤을 배웁는 겁니다.  

 

한국생활 십년을 하셨어도 심리상담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던 어머니들을 이해 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래도 늘 가까이에서 돌보고 좋은 곳에도 모셔가서 즐겁게 해드리고 또 맛있는 것도 대접하는 저의 진심을 보시고 마지못해 따라 와서 자리에 앉아 주신 것만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첫날 상담시간은 어머니들의 고정관념과 저의 걱정을 확실하게 깨준 시간이었답니다. 늘 얼굴을 맞대고 살면서도 그동안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터놓지 못했던 사연을 단 둘이서 얼굴을 보면서 터놓기도 하고 또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가위바위보 놀이도 하면서 진심을 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상담을 할 때는 늘 지켜야 하는 약속이 3가지가 있습니다. 상담시간에 나눈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발설할 수 없다는 것과 대화 내용은 녹음을 하는 것과 동시에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작성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상담시간에 있을 수 있는 말 실수나 남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더라도 비난과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상담을 진행합니다.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한국은 매 개인의 사생활이 존중되고 보장을 받기에 아무리 공직자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마음대로 들추거나 열람을 할 수 업습니다. 다만 개인과 국가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에만 개인정보활동동의서가 없어도 열람이 가능한데 이런 정부적 조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는 기본권리입니다.

 

또한 이렇게 3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볼 수 있지요. 상담 시간을 통해 마음속에 담아뒀던 타인에 대한 나쁜 감정과 오해들을 씻을 수 있는 건데요. 한 시간 상담을 마치면서 할머니들이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 했는데 남을 이해하는 시간도 되었고 또 내가 어떤 성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면서 왜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이제야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두 번째 날에는 북한에서 금기시 하는 성경공부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어 자신이 믿고 싶은 종교를 찾아가기도 하고 아무런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느 종교를 나가던 자신의 선택이지만 우리 탈북민 어머니들은 교회에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는 주변에 교회가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는데요. 목사님이 좋고, 찬송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기독교로 나오시는 어머니들이 대다수입니다.

 

라인 댄스도 어머니들이 좋아하십니다. 평균연령 75세 어머니들이 발과 다리는 무겁겠지만 연령대에 맞게 강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겁니다.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 박자에 맞추어 한걸음씩 옮기기도 하고 또 건강에 좋은 박수도 치고 손으로 여러 가지 하트 모양도 내서 춤을 춥니다. 한국에서 전 국민이 즐겨 부르는 유행가에 맞추어 따라 추는 댄스는 비록 박자를 맞추지 못해서 어성버성 하지만 어머니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탈북민 어머니들 중에는 무릎관절 수술을 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분도 있는데 그런 어머니도 아이처럼 웃으며 다음 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우리 어머니들의 큰 소원 중에 하나가 행사장에서 젊은 사람들이 장끼자랑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마음먹고 춤을 배워서 다음 장끼자랑에는 꼭 나가겠다고 하십니다.

 

푸르른 신록은 다시 돌아오지만 한번 간 세월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우리 어머니들의 잃어버린 청춘을 조금이라도 되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오월이 끝나는 자락을 붙들고 칠순이 넘어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들과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갑니다.

 

그러면서 마음 한켠에는 늘 북한에 계시는 우리의 모든 어머니들이 한국에 계시는 탈북민 어머니들처럼 팔팔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근심걱정이 없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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