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용돈과 저축
2023.05.16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의 산과 들은 어느덧 푸른 빛이 완연하고 시골에서는 농사를 짓는다고 일손이 바쁜 요즘입니다. 저는 농부는 아니지만 소일거리로 고추와 토마토, 가지를 심고 이제 대를 세운다고 바빴습니다.
북한에서 살 때에는 고추 모종에 대를 세운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지만 여기와서 보니 고추며 가지가 얼마나 크고 풍성하게 크는지 거기에다가 달리는 열매가 많아서 대를 세우지 않으면 비바람에 넘어지고, 열매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습니다.
어디 농사뿐일까요? 자라나는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려면 미리 대를 세워주고 비바람을 이겨 나갈 수 있게 잘 돌봐주어야 하지요. 특히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명절마다 받는 용돈이 적은 돈이 아닙니다. 손녀딸이 이제는 저에게 와서 지낸것도 3년 차가 되어갑니다. 그 시간 동안 친구들이며 지인들이 아이에게 용돈을 하라면서 쥐어준 돈이 엔간한 성인이 몇개월 일한 금액하고 맞먹습니다.
어떤 가정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받은 용돈을 아이들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서 적금을 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또 어떤 가정은 어려운 환경에 아이들 용돈을 쓰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저도 아들을 키울 때에는 아들이 받은 용돈을 모아보지도 못하고 바로바로 생활에 보태서 사용했지만 한국에서 키우는 손녀딸 만큼은 책임감으로 인해 아직 한푼도 쓰지 않고 그대로 적금을 부어주게 되는군요.
그런데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 주기위해 은행통장을 만들어주고 부모가 관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부모는 아이가 직접 통장을 관리하게 합니다. 한국에 와서 저와 인연이 된 남동생도 자기 딸 통장은 본인이 직접 관리를 하게 합니다. 그 조카딸도 태어나서부터 받은 용돈을 꾸준히 모아서 이제는 성인이 일년치 벌어야 할 만큼의 돈을 모았다고 한번씩 놀러오면 자랑을 합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시장 제도에서 살고 있는 만큼 경제적인 관리도 잘 되어야만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씩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의 생활반경에서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혀가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학교 근처에는 아이들의 학용품이나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그런 상점을 문방구라고 부릅니다. 거기에는 해당 학교의 체육복부터 시작하여 가방이며, 연필, 지우개 여러가지 학업에 필요한 것들 심지어 학교 안에서 신어야 하는 실내화까지도 판매를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아이가 학용품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아침 등교길에 작은 돈을 쥐어주면서 문방구에서 사가지고 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편리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있답니다. 가령 아이들이 적게 먹어야 하는 식품인데 예전에는 그런 음식을 불량식품이라고 불렀다네요. 지금도 제일 인기가 있는 것이 설탕을 녹여만든 “달고나” 그리고 “쫀드기” 등은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영화에도 나올 만큼 인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에서의 추억을 보면 농촌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어머니가 정미소에 가서 국수를 내려오면 가방 안에 국수를 넣어가지고 와서 쉬는 시간이면 난로위에 국수를 널어놓으면 국수오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튀던 구수한 냄새와 떡 덩어리를 가져와서 난로 옆에 밀어서 나오는 누룽지를 너 한입, 나 한입 얻어먹던 것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이죠.
특히 점심시간 한 시간 전에 난로위에 올려놓으면 구수하게 풍기던 김치가 익어가는 도시락 냄새는 아직도 코끝에서 맴도는 듯 하면서 침샘을 자극합니다. 그렇게 잊지 못할 추억이 있기에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보내신 분들도 가끔은 그때 불량식품이 맛있었지, 하면서 쫀드기 같은 식품들을 찾아서 드십니다.
그리고 학교 앞 아이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와 떡볶기를 파는 아저씨도 보입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서서 하나를 사서는 서로 너 한입, 나 한입 꽂아준 이쑤시개로 나눠먹는 모습도 정겨워 보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중학교 시절에 친구들이 국수 한그릇 먹고 바다구경 해본다고 집에서 부모님 몰래 쌀을 퍼가지고 청진까지 가서 놀다 와서 학교에 와서 자랑을 하면 얼마나 부럽던지, 어려서부터 살림을 살아야만 했던 저에게는 언감생심 불가능했던 일이라 내 아이들에게는 그런 부러움이 적에 키우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하지만 마냥 좋을 수만 없는 것이 아이가 받은 용돈은 저축으로 다 넣어주고 자기가 쓸 용돈은 부모에게서 받아가지요. 물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서 받은 아이의 용돈도 부모가 언제인가는 인사를 해야 될 빚입니다.
자식에게 돌봄을 받고, 준 것을 돌려받으려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없겠지만 부모의 마음을 반만이라도 안다면 효자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손녀딸은 한달에 한번씩 받는 용돈을 삼촌한테 맡기고 거기서 조금씩 타내서 쓰는 습관을 가지게 했더니 용돈을 한꺼번에 써버리는 일은 줄어들어서 다행이다 생각을 합니다.
무엇이든지 넘쳐나서 손만 뻗으면 내 것이 되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탐욕스럽게 남의 것을 탐내지 않게 키운 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남의 것을 욕심내어 봤을만 하겠지만 그대로 방치되어 사회가 서로에게 피해를 준다면 결코 좋은 사회라고 할 수가 없겠지요.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