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사랑 넘치는 5월
2023.05.09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시간이 바야흐로 입하가 지났습니다. 이젠 여름에 들어섰다는 말이지요. 한국의 5월은 엄청나게 바쁜 달이기도 합니다. 왜냐면요 5월에는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는데요.
5월 첫날인 5.1일은 전 세계 근로자의 날로 북한에서도 이날 휴식을 했지요. 한국에서는 달력에 빨간 색을 칠한 날만 국가지정 공휴일로 정해서 원래 5월 1일은 빨간 날이었는데 몇년 전부터는 달력에서 빨간색이 빠져서 무조건 다 놀지는 않습니다. 즉, 일하는 근로자는 쉬지만 공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출근을 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답니다. 이런 날에는 근로자가 일해야만 한다면 노임은 일한 날의 1.5배를 더 받게 됩니다.
또 5월에는 어린이 날도 있습니다. 북한의 어린이 날은 6월 6일이지만 한국의 어린이 날은 5월 5일입니다. 말로만 아이들이 왕이라고 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의 아이들 명절은 그야말로 온가족이 아이들을 위해서 있는 듯합니다.
저의 집에서는 손녀딸이 피아노를 배웠기에 큰 마음을 먹고 적당한 가격의 피아노를 구매했습니다. 가게에서 사면 비싸기에 인터넷에서 여러곳을 비교하고 검색해보면서 400여 달러에 달하는 피아노를 구매했습니다. 피아노를 본 아이가 좋아서 건반을 두드리는데 행복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5월 8일은 어버이 날입니다. 군에서 제대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아들이 엄마가 아직도 물 설거지를 한다고 자동 식기세척기를 선물로 사줍니다. 식기세척기는 한국의 주방에서는 3대 필수 주방이모라고 합니다. 그 3대 이모란 식기세척기, 음식물 처리기, 로봇청소기를 말합니다.
저도 식기세척기까지 장만했으니 이젠 그 3대 이모님 모두를 주방에 모셔 놓았네요. 가끔가다 사람들이 주부습진이라고 할때 저는 자칭 불량주부여서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아들까지 집에 들어오고는 저 역시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고 손등이 갈라집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청소도 청소기가 돌려주고 방바닥도 고압으로 청소할 수 있는 밀대가 있어서 미는데도 하루에 서너번씩 돌려야 하는 빨래와 끼니마다 나오는 설거지에 주방에서 일하는 손은 마를 날이 없군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주부의 노력도 크게 여기고 또 실제적으로 남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경우에도 급여가 꽤 됩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서로 주고받으면서 위아래로의 사랑을 느끼지만 이달에 또 한가지 기념일이 더 있답니다. 다름아닌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한 스승의 날이 있지요. 5월 15일은 스승의 날로 쇠는데 그날은 법정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이 날이 되면 중학교 교사로 평생을 사셨던 아버지가 생각이 나고, 또 아버지께 30대의 중장년이 된 제자들이 찾아오던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한국에서도 스승을 찾아 뵙기도 하고 재학중인 학생들은 선생님께 꽃 한송이 드리기도 하지요.
예전에는 이런 날에는 선생님께 촌지라고 부르는, 뇌물 같은 것도 바쳤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행위를 하면 교사직에서 강퇴를 당합니다. 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이 북한에서는 일상인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할 수가 없답니다.
한국에는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첫 제안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김영란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은 공무원이 밥이나 음료, 선물 등을 받더라도 얼마라는 금액을 정해 놓고 그 금액을 넘기면 뇌물수수로 처벌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제도가 있다 보니 학교 선생님들이 북한처럼 대놓고 무엇을 달라고 요구를 할 수도 없고 이제는 문화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오월의 공휴일은 5월 27일인데 이날을 석가탄신일, 또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어서 이런 날을 법정 공휴일로 정하지요. 그래서 기독교에서 예수님이 탄생하신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을 법정 공휴일로, 석가가 탄생한 5월 27일을 공휴일로 합니다.
한국은 5월이 즐겁고도 버거운 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신년 초가 되면 사람들은 달력에서 일년 동안 쉴 수 있는 날이 며칠이 되는지를 계산해봅니다. 선진국일수록 일하는 날짜나 시간은 적지만 그에 따른 급여나 복지정책이 더 우선시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사람의 몸으로 직접 하는 일은 고액의 임금을 받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그 일년 중에 5월이 쉬는 날이 가장 많은 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주 이틀 쉬는 날과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국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재량에 따라 보낼 수 있는 어버이 날과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등을 모두 합치면 월 3분의 1은 쉬는 날이 아닐까 싶군요. 그런데 사랑하는 부모님과 내 아이에게 그리고 그동안 고생해 온 나에게 등 쓸 돈은 일년 중에 가장 많이 드는 달입니다.
그래서 5월은 봄을 맞이해서 즐겁고 기분이 좋은 듯하면서도 걱정이 좀 되기도 합니다. 몸이 불편하고, 직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서 고정 수입이 없다면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버거운 사람들에게는 더 든 달이 될 터이니깐요. 열심히 노력만 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잘살고 행복한 삶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살아가는 이날만큼은 하루하루 즐겁고 보람차게 살아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