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배그네’ 타고 빵빵 터진 하루
2024.10.14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이시영입니다. 10월에는 퐁당 퐁당 연휴라고 하여 지난주까지 엄청 놀러 다녔던 것 같습니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라고 10월 3일은 개천절이라 쉬고 또 10월 9일은 한글날이라고 쉬고 주 5일을 일하는 이곳에서 하루건너 쉬는 날이라 휴가를 쓰면 며칠을 놀게 되더라고요.
북한에서는 휴가를 써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한번도 쓴적이 없더라고요. 휴가를 제출할 이유도 또 제출하라고 해도 먹고 살기 어려워서 편하게 놀 수 없는 상황이지요. 저는 북한에서 개인 식당을 하다보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설날이랑 추석날 제외하곤 놀아 본 적이 없었더라고요.
맨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간부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드려야 했고 사회주의 건설장에 장갑이며 도시락이며 시멘트 모래를 바쳐야 했죠. 그 속에서도 매일 식당에는 다양한 검열대가 들이닥치고 또 뇌물을 바치고, 돈을 벌어서 80 퍼센트는 뇌물로 나가야 정상이었죠.
그런데 이곳에서 저는 매달 꼬박꼬박 급여가 통장으로 들어오고 제가 사용하는 돈 외에는 별로 돈 쓸일이 없답니다. 그러다 가끔 휴식이 긴 이런 때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가족들이랑 놀러 다닌다고 돈을 쓰게 되는데요.
지난주에는 동생이 조카를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간다고 하여 40이 넘은 저도 놀이동산으로 따라갔습니다. 북한에는 놀이동산이 몇 개 없고 평양에 개선공원이 크게 있지만, 이곳에는 곳곳에 놀이동산이 있는데요 아이들은 에버랜드라고 불러야 알아차린답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는 1976년 용인자연농원으로 개관했다가 1996년 개장 20주년을 맞아 영원함과 활력을 의미하는 ‘Ever’와 자연 평안함을 의미하는 ‘Land’의 결합어인 에버랜드로 이름을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연휴가 길다 보니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아빠 엄마들이 놀이동산에 다 모인 듯이 놀이기구마다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답니다. 아침 일찍 자가용을 타고 출발을 하였는데요 동생은 독일 차를 탄답니다. 차를 탈 때마다 북한에 살았으면 지금쯤 삼시 세끼 먹고 사는 것에 행복감을 느낄 진데 이곳에서 비싼 차에 이쁜 옷에 뭔 복이냐고 맨날 콧노래를 부르는 동생이랍니다.
6살 조카가 뒷좌석에 있는 어린이용 안전의자에 앉고 제가 조카 옆에 안고 동생이 앞에서 운전하는데 도로에 차가 꽉 막혔답니다. 6차선 고속도로에 놀러 가는 사람들의 자가용이 이렇게 막히다니 이러니 북한에서 간부들이 대표단으로 오면 남조선 사람들이 자랑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차를 모두 서울에 모아놓았냐는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황당하지만, 늘 북한에서 온 대표단을 데리고 가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자동차 생산공장이지요. 몇분에 한대씩 생산이 되는 자동차를 보면 북한의 간부들이 말문이 막힌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고난을 이어가는 속에서 미사일을 만드는 북한과 너무도 비교되는 현실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에 매일 감사하면서도 매일 고향에 계신 여러분이 걱정되고 미안합니다.
동생이랑 조카 세명이 놀이동산으로 출발하는데 준비할 것은 반소매 위에 바람이 불면 입을 니트 혹은 바람막이 점퍼 한장이랍니다. 가는 곳마다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맛집이 있고 휴게소마다 간식을 팔고 그러다 보니 여행 목적지만 정해지면 카드 한장 들고 차에 오르면 모든 게 해결이 되는 것이 이곳이지요.
놀이동산 입구에 가니 정말 화려한 꽃밭 같았어요. 형형색색의 다양한 옷 색깔이며 옷 모양이며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는데 같은 옷을 입은 사람도 어린 친구도 없이 너무나 다양한 패션에 머리 모양에 저는 온종일 사람 구경한다고 바빴답니다.
북한에 살 때 평양에 개선공원이 새로 생겨 놀이기구를 타러 갔던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국정 가격이라고 하지만 늘 뒷문으로 입장표를 야매로 구매해야 하는 북한에서 몇개 없는 놀이기구를 탄다고 놀이기구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담배를 바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용인 에버랜드에는 동물원, 놀이기구, 식물원 테마존까지 놀거리가 풍부하답니다. 온종일 돌아도 다 못 구경할 만큼 큰 놀이동산이지요. 에버랜드 입장 가격은 어른 62,000 아이 52,000입니다. 북한 가격으로 설명해 드리면 어른은 온종일 47달러정도이고요 아이들은 40달러정도랍니다.
북한이라면 쌀 50킬로는 구매하고 4인 가족이 한 달을 먹고살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5시간을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최저시급에 따르는 돈이라 휴식날 아이들이랑 즐기기에 부담이 없답니다. 또한, 싸게 살 수 있는 할인권이 있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는데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의 일부 금액을 낮추어 표를 판매하는 것을 할인이라고 한답니다.
아무리 온종일 놀이기구를 타라고 해도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줄을 서고 타고 하는 시간이 걸려 몇개를 못 타는데요 이곳에선 대통령 자식이라고 해도 공정하게 줄을 서고 차례대로 놀이기구를 타야 합니다.
그날 조카랑 함께 놀이기구를 5개를 탔는데요 북한이랑 놀이기구 이름도 서로 달라서 가는 곳마다 빵빵 웃음이 절로 난 탈북 여성이었죠. 북한에서 배그네라고 부르는 놀이기구의 이름은 영어 이름을 따서 바이킹이고요. 급강하 탑은 자이드롭 관성열차는 롤러코스터라고 부른답니다.
어린 조카는 그날 회전목마를 타고 범퍼카도 저랑 함께 타고 동생이랑 저는 회전 그네를 탔는데요 조카가 꼬마 기차도 타고 싶다고 하여 줄을 한창 서게 되었죠. 북한이라면 간부 집 아이들 돈 있는 집 아이들 먼저 타고 놀이동산에서도 없는 설움을 느껴야 하는 어른, 아이가 있는데 이곳에서 즐기는 아이들은 인간의 평등함을 알고 차례대로 줄지어 기구를 타야 한다는 공동시설에 대한 예의를 배워가는 모습에 감동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날 놀이기구를 탄다고 온종일 줄을 서고 걸어 다녔더니 기운이 빠졌죠. 동생이랑 조카를 데리고 점심으로 돈가스 집에 갔는데요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기고 소스에 찍어 밥이랑 함께 먹는 음식인데 칼과 포크를 들고 6살 어린 조카가 얼마나 세련되게 음식을 찍어 먹는지.
북한에서는 포크로 밥을 먹어도 자본주의 날라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곳에서 매일 새로운 음식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면서도 우리는 늘 고향에 대한 가슴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또 아직도 그곳에서 어려움에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슬픔에 잠기기도 한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이동산을 떠나기 전에는 동물원도 식물원도 구경했는데요. 수백 가지 꽃이 피어있고 동물원에서 바나나를 먹는 원숭이를 보니 이곳에 태어난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맛있게 먹는 원숭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지만 고향에서 바나나 껍질을 벗길 줄도 모르고 먹었던 어린아이들이 눈에 어른거려 저는 눈물이 났답니다
조카가 갑자기 이모가 왜 우냐고 물어서 저는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라고 변명을 했지만, 조카가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통일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고 이런 행복 속에 도취하여 고향에서 고생할 청취자님들을 외면하지는 않겠느냐는 두려움도 생긴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이곳에서 시영이는 늘 북한에서 고생하시는 청취자님들과 친구들을 잊지 않고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매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여러분을 찾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 고향 양강도에도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오늘이 또 내일이 찾아가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시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