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가을걷이에 총력투쟁 촉구”
2023.09.18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9월 15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 가을걷이를 힘있게 다그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우리나라(북한)가 이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선 것만큼 농사를 잘 지어 식량을 자급자족하기만 하면 적들이 아무리 책동하여도 우리식 사회주의는 끄떡없으며 혁명과 건설을 마음 먹은 대로 배심있게 해나갈 수 있습니다”라는 김정은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이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23.2.26-3.1)는 “올해 알곡생산 목표를 성과적으로 점령하며 가까운 앞날에 나라의 농업을, 흉풍을 모르고 안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착실한 토대를 축성할 데 대하여 강조하였다”고 상기시키고, “알곡생산문제는 당의 권위보위, 공화국의 존엄사수와 직결된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당 조직과 근로단체조직들은 사상공세를 적극적으로 벌리며, 특히 리 당 조직들은 가을걷이와 낟알털기에서 집단적 혁신이 세차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예진: 이번 사설은 전당, 전국, 전민의 가을걷이 총력투쟁에서 당 일군들의 정치사상적 개입과 이에 따른 결실을 독촉했습니다. 알곡고지점령을 정치사상적 통제를 통해 이룩하겠다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에서 농업전선을 혁명보위, 국가수호의 전초선으로 내세우고 알곡증산에 최대의 힘을 넣고 있다”며, “농장일군들은 자기 단위의 농사결속을 당 앞에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투철한 입장에서 결실을 이뤄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당 조직과 근로단체조직들 역시 선전선동역량과 수단을 총동원, 사상공세를 적극적으로 벌려 모든 농장벌이 농업근로자들과 지원자들의 혁명열, 애국열, 투쟁열로 부글부글 끓게 하며 사회주의경쟁을 실속있게 조직하고 단계별 총화와 평가사업을 구체적으로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사상적 열의를 돋구어 농업생산력을 향상시키려는 북한 당국의 행태는 지난 7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시도되었지만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알곡고지점령은 노력경쟁이나 관리문제가 아니라 농업개혁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예진: 이번 사설은 북한이 이미 정치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의 지위에 올랐지만 식량자급자족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혁명과 건설을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농업정책과 식량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먼저 북한이 정치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을 이룩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주체사상이나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인권과 자유, 민주와는 정반대인 독재세습, 김씨일가 우상화와 개인숭배, 인민대중에 대한 정치사상적 통제를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를 공의로 포장하여 합리화하는 정치사상이기 때문입니다. 군사강국이라는 주장 역시 망상입니다. 김정은의 핵무력 강화는 북한을 누란의 위기 속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북한안보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2012년 ‘6.28방침’, 2014년 ‘5.30조치’, 2021년 ‘새시대 농촌건설강령’ 채택 등을 통해 포전담당제와 농장책임제실시, 초과생산 인센티브 부여와 같은 다양한 농업정책을 실시하였지만 열악한 환경과 처우로 청년세대 농민들의 불만과 일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으며 만성적인 농업생산부족사태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자급자족할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와 집단주의 농업정책을 폐기하고 생산수단 소유의 자유화를 통해 농지의 효율성과 기계화율을 높이고 개인농업을 전면화하는 과감한 농업개혁에 나서야만 합니다. 이와 같은 농업정책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식량자급자족문제는 영원한 숙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이예진: 이번 사설은 당 조직과 근로단체, 농장일군, 농업근로자, 지원자, 관련 정권기관을 식량자급 문제해결의 담당자로 앞세우고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이처럼 ‘식량문제 해결주체’를 확대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2021년 12월 ‘새시대 농촌건설강령’을 채택하고 식량자급자족문제와 낙후한 농촌의 환경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시도했으나 2년째인 지금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량자급자족문제 해결보다는 농촌주거환경 개선에 나서 살림집건설에 집중하였으나 삼지연과 같은 몇몇 전형단위 창출 외에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선대들의 숙원사업인 식량자급자족의 문제는 독재세습권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농업근로자들에 대한 정치사상적 개조를 주되는 해결책으로 삼고 수령의 영도체계 확립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추진됨으로써 해결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핵무력 강화 보다는 먹는 문제 해결이 최대 최고의 현안인 상황에서 김정은의 경제적 리더십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설이 식량자급자족문제의 해결 담지자로 수령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당 조직과 기관, 농업근로자와 지원자들까지 총동원하여 거론한 것은 김정은의 농업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일선 당조직과 국가, 농민들에게 전가하여 분산시킴으로써 그를 보호하기 위한 ‘수령보위전’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이예진: 이번 사설은 오늘의 농업생산투쟁에서 당(黨)이 제일로 믿는 것은 “농업근로자들의 애국심이며 당의 호소에 산악같이 궐기해나서는 천만인민의 앙양된 투쟁기세”라고 선동했습니다. 주민들이 이런 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김정은 정권이 주민의 식량난을 해결하고 농민들의 안정된 삶과 농촌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지원을 수용하고, 국영농장과 집단농장을 해체하는 근본적인 농업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포전선동과 같은 정치사상물이나 농업근로자착취만으로는 생산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로서는 이런 선동을 흘려 들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예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