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온 사회 ‘사상적 일색화’ 강조

서울-양성원, 이현웅 yangs@rfa.org
2024.11.05
[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온 사회 ‘사상적 일색화’ 강조 평안북도 피해복구 전구에 파견되는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진출식 모습.
/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1월 1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위대한 당중앙을 신념의 붓대로 옹위하며 조선노동당의 위업에 무한히 충실할 것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노동신문 창간(1945.11.1) 79돌 기념사설로, “당의 혁명위업수행에서 훌륭한 교양자, 대담한 선전자, 충실한 대변자로서 당중앙을 앞장서 옹위하여온 것이 바로 노동신문”이라고 썼습니다. 또한 노동신문은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고, 강국건설 구상실현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대중의 무궁무진한 힘을 지향시키는 특유의 사명과 본분에 충실했으며, 당보 79년사에는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수령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시키고 당의 노선과 정책관철에로 불러일으킨 긍지 높은 행로가 역력히 비켜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또 당보의 기본역할은 “전당과 온 사회에 당중앙의 피를 세차게 뿜어주는 것이고, 사색을 해도 김정은의 사상과 의도대로 사색하고 걸음을 걸어도 그의 혁명영도에 보폭을 맞추며 그의 사상을 옹호하고 권위를 절대화하려는 것이 당보기자, 편집원들의 한결 같은 의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노동신문이 “총비서동지를 높이 모시어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고 있다”고 주장해, 김정은의 영도로 인해 자기발전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노동신문이 “당의 사상과 노선, 정책의 독창성과 정당성, 과학성과 생활력을 철의 논리로 입증하는 사상적 대변자, 사회주의사상 진지를 철옹성같이 다지는 제일기수, 대적 언론전으로 적들의 기를 꺾어 놓는 예리한 보검이라는 영예를 대를 이어 고수하고 빛내어 나가고 있는 것은 총비서동지의 현명한 영도가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김정은을 추켜 세웠습니다. 또 “지난 10여 년간 노동신문이 자기의 성격과 명맥을 꿋꿋이 이어나가도록 하신 분이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이며 기자, 편집원들에게 크나큰 사랑과 배려를 안겨주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준 총비서동지의 영도가 있어, 사상전선의 제1선에서 자기의 본분을 다해가고 있다”고 칭송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김정은 은혜론’ 선전은 노동신문이 노동자와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자기 정체성을 부인하고 세습독재권력의 옹위자로 전락됐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의 당보(黨報)이지, 김씨 일가의 가보(家報)나 김정은 개인의 사보(私報)일 수가 없습니다. 언론의 임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입니다. 이제 본연의 임무로 돌아와야 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은 당보의 제일생명이고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노동신문의 ‘수령에 대한 절대충성’ 이라는 사명과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노동신문은 김일성-김정일주의와 김씨 일가 세습독재체제 옹호선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건설 정당성 전파, 수령과 최고지도자의 혁명역사와 혁명활동찬양, 김씨 일가 우상화와 신격화, 미국·한국·일본 비난,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전통국가 일방적 지지, 인민군·청년학생·근로인민대중에 대한 사회주의동원 선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주장하는 노동신문의 교양자·선전자로서의 사명과 역할입니다. 언론매체로서 당연히 해야 할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사건사고에 관한 사실보도, 정치경제적 부정부패와 사회부조리 고발, 인민대중의 자유와 인권 보호 및 신장, 외부소식과 선진사조소개, 사회적 전망 등 인민대중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하는 기사는 배제하고 있습니다. 인민들에게 숨길 수 없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수령 충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조작하여 보도합니다. 이런 노동신문의 기형적이고 반인민적인 사명과 역할은 혁신돼야만 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노동신문이 “온 사회의 사상적 일색화를 선도하는 위력한 무기”임을 상기시키며, 기자와 편집진에게 ‘사상적 일색화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처럼 사상사업 강화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노동신문이 당의 목소리를 당원들과 대중에게 즉시에 전달하고 온 나라에 힘있게 울리는 출력 높은 확성기, 잡음 없는 증폭기가 되어야 전체 인민이 당의 두리에 사상의지적으로 더욱 굳게 뭉치고 당의 사상과 의도대로만 살며 투쟁해 나가는 견결한 혁명가로 철저히 준비하게 된다”고 거론했습니다. 그리고 “구태의연한 사상관점과 보통의 일본새, 평소의 잡도리로써는 당이 맡겨준 책무를 당이 바라는 높이에서 당에서 정해준 시간에 철저하게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으며 당이 제시한 강국건설의 웅대한 목표들을 기름진 열매로 주렁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사상적 잡도리는 먼저 노동신문 종사자들의 ‘수령 충성도’를 제고하는 한편 러시아 파병문제가 김정은 정권과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인민들의 노력동원을 최대로 끌어내 전국 각지의 살림집과 지방공장 건설, 재해복구에서 올해 목표달성을 다그쳐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당보가 사상전의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로 당정책관철의 불바람을 세차게 일으킬 때 온 나라에 혁명열, 투쟁열, 애국열이 차 넘칠 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포화란 과녁과 목표물에 총과 포를 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사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포화의 대상은 총구나 포구를 절대로 들이대서는 안 되며, 그 어떤 경우라도 과녁과 목표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근로인민대중들입니다. 사상적 포화는 비록 육체적 생명을 단절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인민의 천부인권인 ‘사상적 생명’을 철저하게 말살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머리와 가슴에 사상적 총과 포탄을 집중적으로, 또 연속적으로 퍼부어, 명중시키라는 잔혹한 선동내용을 접하면서 북한 통치집단과 노동신문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