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무인기삐라살포는 ‘천인공노할 만행’ 선동
2024.10.22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0월 14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조선인민이 격노하였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평양상공 무인기 삐라살포 사건과 관련 수도 평양의 중심부 당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 침입하여 공화국 정치모략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적무인기가 찍힌 사진들을 바라보는 이 나라 인민의 눈빛을 보았다면 적들은 그것만으로도 기절초풍하였으리라”라고 적고 “이토록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한 자들은 살아 숨쉴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어 “공화국 남쪽 국경일대의 지상과 해상에서는 한국군사깡패들이 시도 때도 없이 벌리는 무모한 불장난으로 핵전쟁의 도화선에 위험천만한 불꽃이 튕기고 있고, 도수 높은 각양 각태의 전쟁연습소동으로 정세를 긴장 격화시키고 있으며 평화적 발전을 위한 우리의 전진을 막아보려고 미친 듯이 발악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건설의 전구마다 비약의 돌격로를 열고 자랑찬 혁신의 성과들을 보란 듯이 안아올리자”고 독려하는 한편 “공화국을 온 세상이 부러워 바라보는 천하제일강국으로, 인민의 웃음소리 넘치는 사회주의낙원으로 일떠세울 우리의 애국투쟁은 더욱 힘차고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민심이 노호할 때, 민심이 증오와 복수의 용암으로 끓을 때 그세찬 분출을 당할 힘은 없다 수십, 수백만도 아니고 수천만이 노성을 터친다”며, 전민 적개심고취에 나섰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 어떤 힘으로도 거스를 수 없고 그 무엇으로 써도 막아낼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고, “그것은 바로 인민의 분노”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틀어 잡고 윽벼르는 신천군 우산리 한 농장원의 모습은 우리 농민들의 격노가 어느 정도에 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복수의 성전에 용약 나서려는 청년학생들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고 민심은 놈들에게 형벌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형벌을 안길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 통치집단의 단말마적인 반응과 위협, 저급하고도 난폭한 폭언을 총동원한 광란적인 대(對) 인민 적개심고취는 갈 때까지 간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악의적인 침소봉대와 복수 성전 선동은 그 언젠가는 김정은 정권에 치명적인 독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일심단결을 절대병기로 하고 있는 우리를 상대로 너절하기 그지없는 심리모략전을 벌리려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라고 적어 일심단결 훼손을 깊이 우려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일심단결’ 이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일심단결은 북한이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 처해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이념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유엔 제제 강화와 경제 개선조치 무산, 하노이 미북 회담과 제7차당대회(2016.5)의 경제발전 5개년전략 실패, 허리띠 졸라매기 재 강행 등으로 수령의 권위와 위상이 심각하게 훼손되자 제8차 당대회(2021.1)에서 ‘일심단결’을 ‘이민위천, 자력갱생’과 함께 ‘당대회 3대 구호’로 결정했습니다. 일심단결은 수령을 중심으로 당과 대중이 혼연일체를 이뤄야 한다는 것으로, 그 숨은 목적은 전체인민의 수령에 대한 절대충성과 절대복종을 이끌어 내는데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수령의 권위와 유일적 영도를 강화하고 일심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5대교양’과 ‘당의유일적 영도체계확립 10대원칙’을 개악하고 사상탄압악법들을 마구 제정해 남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일심단결은 인민의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단결이 아니라 강압과 통제에 의한 타율적 단결이기 때문에 곧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땅의 인민은 누구나 원수들에 대한 치솟는 분노와 증오로 가슴을 펄펄 끓이고 있다”고 선동했습니다. 이처럼 인민들의 적개심 고취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수천만 우리 인민의 분노는 하늘에 닿아 있으며, 노동당 만세소리와 고마움의 송가를 부르는 인민들 속에는 평안북도와 자강도, 량강도의 재해지역 인민들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병사들의 총창은 열 배, 백 배로 억세게 버려지고 있으며 명령만 내리면 절대로 원수들을 용서치 않을 결사의 의지로 서리발치고 있다”고 선동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국력강화의 길을 멈춤 없이 이어왔고 마침내 세계가 공인하는 자주강국,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에 근거해 볼 때 이번 전민 적개심 고취는 평양상공 무인기삐라사건을 계기로 재해지역을 비롯한 각 지역 인민들의 김정은 정권과 당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인민군의 전시 준비태세와 핵무력 강화의 명분을 축적하는 한편 분출된 적개심을 경제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동력으로 몰아가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수도로부터 서북변의 작은 농촌마을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이라고 선동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 10월 7일과 8일 개최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제11기회의에서 헌법 일부가 개정됐음을 시사했지만, 김정은이 올 초 지시한 ‘적대적 두 국가관계’와 영토조항 등이 어떻게 반영되고 조문화됐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도로 폭파, 남쪽 국경 봉쇄·요새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책동은 정전협정에 위배되고 한반도를 전쟁 첩경으로 몰아가는 위험 천만한 군사적 도발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전시태세 조장과 대적 선동에만 매달리는 북한 통치집단을 향해 분노의 끝을 겨누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