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우크라전에서 한국전쟁이 연상되는 이유
2024.11.15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현재 1만여 명 이상의 북한 인민군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파병돼있습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전쟁 양상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드디어 전장에 나섰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김성렬] 미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동부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한 전투 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처음 확인했습니다. 미 국무부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1만 명 이상의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고, 그들 대부분이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러시아군은 최전방 작전의 핵심 기술인 참호내 적병 위험요소 제거를 포함한 기초적 보병 작전과 무인기, 화포 등과 관련해 북한 군인들을 훈련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약 5만 명의 적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는데, 북한군도 이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국가정보원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미 전투에 참여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하여 전장에 배치를 완료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실 이에 앞서 그동안 우크라이나발의 보도, 영상 등을 통해 북한 군이 이미 참전했다는 소식이 지속적으로 들려왔습니다. 포로가 된 북한군의 영상, 인공기 사진 등이 대표적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공식 확인하기 전 나온 이 같은 보도와 영상들에 대한 신뢰도,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렬] 우크라이나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0월 17일 미국 군사 매체 더워존(TWZ)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선발대 2,600명이 다음 달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로 갈 것이라며,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북한군 보병 1만여 명이 훈련 받는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다음날인 10월 18일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가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단독’이란 표제 아래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부터 새로 입수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배치 준비를 위해 북한군이 러시아군 장비를 보급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외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포로 영상과 전투지역에서의 북한 인공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영상, 사진과 관련해서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 영상은 과거에 러시아-라오스 합동훈련 현장을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죠. 또 북한군이 동부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전투 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한 시점이 11월 11일 경인데 시기를 봤을 때 북한 포로 영상과 인공기 사진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시점이 9월이였고, 그동안 실전에 투입되기보다는 전시를 대비해서 훈련의 기간을 가진 것으로 평가합니다.
[진행자]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다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십니까?
[김성렬] 북한군은 러시아를 도와 미국 행정부 교체에 따른 권력 공백 시기에 영토 확장을 위한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우크라이나전 해법을 제시했던 만큼 종전 시 더 유리한 국경선을 그으려는 이른바 ‘땅따먹기’식 격전이 전개될 수 있는거죠. 트럼프 2기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 67일이 남았는데, 러시아는 북한군을 동원해 그 기간의 전세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것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교전 중이고, 이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영토를 확보하는 것이 러시아의 주 목표인데, 북한군이 최전선에 배치되어 일종의 ‘총알받이 역할’로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자신이 집권 이후 곧바로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호언장담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김성렬]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은 현재 전선을 동결해 1,300㎞에 달하는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20년 유예하는 종전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곧 우크라이나 평화특사를 임명해 러시아와 종전협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죠. 트럼프 당선인의 호언장담이 현실화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한국전쟁 시기 정전협정을 앞두고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인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자국민을 ‘고기 분쇄기’로 밀어 넣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끌어들이는 건 그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비판한 것도 러시아가 영토 확보를 위한 공세적 군사동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국가들의 군사적 지원 중단일 것입니다. 최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죠. 이처럼 서방국가들의 무기지원이 중단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자위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거론되고 있는 것이 핵무장론입니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어느 수준의 안보 우산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핵무장론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의 경우 북한 군이 러시아에 파견된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쳤는데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성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북한군 활동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역시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동안 지원 물품은 의료품, 전투식량, 방탄 헬멧 등 비살상용 군수물자 위주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기존의 지원을 확대해서 살상용 무기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향후 한반도 안보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도 지난 6월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반대 급부로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정찰위성 관련 핵심기술을 제공할 것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심기술까지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는데, 한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두번째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위한 명분이 증가될 것으로 봅니다. 살상용 무기 지원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보복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이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거죠. 최근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령으로 비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약은 ‘한 나라가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4조)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상황에 명분까지 제공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전을 호언장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당선으로 전쟁이 이른바 ‘땅따먹기’ 격전으로 이어질까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정전협정을 앞두고 남북 간 치열한 격전이 벌어져 많은 군인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바 있는데요. 그런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라봅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