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2024.11.08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했던 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미 대선의 승자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교체가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한반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은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주십시오.
[김성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5일 진행된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미국 매체 CNN이 6일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270명)인 276명을 확보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텍사스 등 공화당이 우세한 주(州)는 물론 이번 선거의 승패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돼 온 7개 경합주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에 이어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승리했습니다. 이어 위스콘신에서 승리하면서 대통령 당선을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인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했죠. 선거 캠페인 기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각 언론의 설문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률을 보였기 때문에 박빙이 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만 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CNN이 미국 국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첫날 무엇을 하길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부분 응답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중단,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해결, 인플레이션 완화, 국경 봉쇄, 일자리 창출 등을 답한 것으로 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내년 교체되는 미국 행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펼칠지에 대한 것입니다. 먼저, 한반도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성렬]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수 차례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언급하면서 ‘자신만이 김정은을 다룰 수 있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습니다. 앞으로 양측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적 행태를 보일 겁니다. 우선 ‘친서외교’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양측은 총 27개의 친서를 주고받았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죠.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기 때문에 평양발 축하 친서가 있을 수 있고, 이에 화답하는 형태로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회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위 ‘톱다운’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내년 상반기에 대화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면, 그 전까지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근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일각에서는 제7차 핵실험도 감행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무엇이 되었든 북한은 전략적 가치를 계속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도발→미북접촉→미북협상 순으로 전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행자] 만약 대화가 재개된다면 미북 협상의 의제는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적어도 북한은 이렇게 추진하려고 할 텐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시나요?
[김성렬] 미국 조야에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은 꽤 오래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2017년 1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에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가 실패했다는 자성과 함께 핵동결이나 핵능력 고도화 차단에 방점을 둔 봉쇄, 관리가 필요하다는 초당적인 요구가 분출했었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방부 장관과 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을 역임하고 공화, 민주 양당의 신망이 두터운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가 지난 2017년 북한이 일정한 핵능력을 갖게 허용하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생존의 핵심으로 여기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 20~30개 정도를 갖도록 허용하고 철저한 사찰을 통해 추가 핵개발을 막자고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도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했죠.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게 되면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군축’과 ‘경제 제재 해제’로 시작할 가능이 높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군축협상을 무력증강과 함께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양대 축으로 인식하고, 양자를 병행해왔습니다. 군축협상은 상대의 위협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비군사적 대응 수단입니다. 따라서 2기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의 북핵 문제에 관한 정책적 범위, 스펙트럼은 비핵화에서부터 핵군축 협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을 것으로 보고, 비핵화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핵군축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진행자]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었던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직을 공석으로 유지했는데요. 이번에는 과연 북한인권 문제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김성렬]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 규칙을 국제질서의 핵심으로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에 집중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선호하고 있어서 현직인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임기 종료 이후에 후임을 임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일종의 외국을 위한 비용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같은 선상에서 판단하고 있는 것 같고, 대다수 미국 국민들이 이를 세금 낭비로 반대하고 있어서 터너 특사의 임기가 종료되면 당분간은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다른 이유로는 북한과 대화 또는 협상을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여 상대를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성호 전 국회의원과 탈북민들을 백악관에 초청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런 형태의 행사나 지원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진행자] 2기 트럼프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궁합이 잘 맞을지도 궁금합니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의 관계,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김성렬]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윤석열 정부에 불편한 상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여러차례 주한 미군을 언급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었죠. 특히 지난달 15일엔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자판기)’이라고 표현하며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를 두고 압박에 나설 공산이 큽니다. 특히 지난달 초 타결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죠. 한국은 이미 매년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지출하고 있고, 2026년엔 1조 5192억 원을 지출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는 연간 100억 달러의 주둔 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고, 이를 놓고 한미 양국 사이 지난한 협상과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두번째는 한미간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45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지난 집권 때처럼 세이프가드 조치 등을 통해 특정 품목 수입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미북대화입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두 국가를 선포한 상황에서 한국이 개입할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소위 통미봉남이 현실화가 될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2기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그 또한 지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정치적 양상과 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