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한국 계엄사태 어떻게 활용할까?
2024.12.13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북한 매체가 처음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소식을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알렸다는 점인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첫 반응을 내놨는데요. 먼저 이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김성렬]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심각한 통치 위기, 탄핵 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표에 대해 “최악의 집권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여러 대의 직승기와 륙군특수전사령부를 비롯한 완전무장한 계엄군을 내몰아 국회를 봉쇄하였다”며 “긴급소집된 국회의 본회의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됨으로써 계엄령을 선포한 때로부터 불과 6시간만에 그것을 해제하지 않으면 안되였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또한 “각지에서 윤석열 탄핵안 추진, 내란 범죄자 처벌 등을 요구하여 촛불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 앞에서 연일 전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매체는 국제사회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전했는데요. “탄핵소동에 대해 한국사회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윤석열의 갑작스런 계엄령 선포는 절망감의 표현”, “윤석열의 정치적생명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지난달 중순부터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 집회 소식 등을 보도하다가 계엄 사태 이후로는 한국 내 동향과 반정부 시위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같은 반응을 내놓은 것인데요. 이처럼 계엄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놓는데 일주일여가 소요됐다는 점,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성렬] 북한은 한국의 계엄 사태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한반도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은 한국”이라는 기존 주장을 강화하는 선전선동의 호재로 활용하려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의 ‘안보 리더십 공백’과 계엄을 둘러싼 한·미 간 불편한 기류를 틈타 군사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한국의 계엄 후폭풍 국면을 대남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내부 준비 기간으로 삼을 수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고위급 안보 라인은 사실상 ‘올 스톱’, 즉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도발을 감행할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지난 4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완전한 오판이며 문제적 계엄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고, 예정됐던 북핵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 관련 회의와 훈련도 취소했죠. 북한은 이처럼 한국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와의 준군사동맹을 활용해 러시아로부터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 기술 등을 획득하여 군사력을 더 강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번 한국의 비상계엄 발표와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활용해 ‘두 국가론’의 법제화를 완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1월 2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2차 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며 “12차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일부 조문 수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두 개의 국가론’을 헌법에 조속히 명시하려고 하는 것은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여 도발의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진행자] 교수님께서도 정리해 주셨지만, 이번 북한 보도에는 윤 대통령 계엄이 국회의 반대로 무산되고 국민들이 이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보도를 보고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김성렬] 최근 북한 국경 지역인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에 대한 소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다양한데요.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면서 “원수님의 한마디가 법 위에 존재하는 여기서는 반기를 든 모든 사람이 아마 총살형이나 무기형에 처해졌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계엄령 소식을 듣고 남한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심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라며 “한국 사회가 여러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도 대통령의 뜻을 거부할 수 있고, 대통령은 한번 선포한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지역과 연령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부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한국 국회와 국민들이 절대적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계엄령을 해제하고 탄핵을 외칠 수 있는 표현과 시위의 자유가 있다는 것에 대해 동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의 젊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 세대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잘 알고 한국 국민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지금의 시국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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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한반도] ‘한국 계엄 무산’ 북한 주민들이 듣는다면?
[진행자] 이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소식이 또 있는데요. 바로 시리아 독재 정권이 무너졌다는 소식입니다. 이 내용도 정리해 주시죠.
[김성렬] 시리아 반군이 현지기간 지난 7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정복하면서 50년 이상 2대에 걸쳐 세습 독재를 해온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했습니다. 아버지 하페즈와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 부자는 1970년부터 지금까지 54년간 시리아에서 최고권력을 독점했습니다. 하페즈는 1963년 쿠데타에 가담해 공군사령관 자리를 차지하면서 시리아의 권력 중심부에 등장했죠. 1966년에 2차 쿠데타에도 가담해 국방장관 자리를 꿰어 찼고, 1970년에는 3차 쿠데타를 일으켜 국무총리에 오른 후 1971년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이후 30년의 철권통치를 해온 하페즈가 2000년에 사망하면서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가 정권을 이어받아 24년간 독재 통치를 해오다가 최근 시리아 반군에 의해 수도인 다마스쿠스가 점령되자 러시아로 망명했습니다. 알아사드의 해외 도피로 2대, 54년째 이어진 아사드 가문의 독재 통치도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달 27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 연합이 전격 대공세에 나선 지 11일, 2011년 참혹한 내전이 시작된 지 13년 만입니다.
[진행자] 이 같은 독재정권의 붕괴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김성렬] 2010년 말부터 2012년까지 불었던 ‘아랍의 봄’은 시리아에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결국 독재정권 붕괴와 정권 교체의 수순을 밟는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랍의 봄’이 불었던 시기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공식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3대 세습 독재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대외적으로 시리아는 러시아와 동맹수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지금의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와 유사한 특징을 보였죠. 결과적으로 시리아 독재는 종식이 되었고, 독재자 알아사드는 러시아로 망명했습니다. 이번 시리아 세습 독재체제의 종식은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알아사드는 영국에서, 김정은 노동당 비서는 스위스에서 유학했지만 그들의 유학 경험은 세습 독재체제에 변화나 혁신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체제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강력한 군사력만 신경 써 왔죠. 시리아는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강력한 군과 민병대를 통해 국가통제를 강화해 왔고,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기반한 국방 최우선 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외적균형’을 이뤘고, 후자는 독자적으로 무력을 완성했다고 해서 ‘내적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두 세습 독재체제의 공통점은 막강한 군사력에 의한 권력유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리아의 강력한 군과 민병대에도 불구하고 알아사드 독재정권은 반군에 의해 축출됐고 독재자는 러시아로 망명했습니다.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군이 필요했지만 독재정권을 끝까지 지켜 주지는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군사력이 세습독재체제 유지를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볼 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영원한 독재는 없다는 것이 이번 시리아의 교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한국 계엄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현재 상황을 이용해 대형 도발을 벌이는 오판을 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