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한국 계엄 무산’ 북한 주민들이 듣는다면?

서울-목용재, 김성렬 moky@rfa.org
2024.12.06
[시사진단 한반도] ‘한국 계엄 무산’ 북한 주민들이 듣는다면?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된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가 평소처럼 고요하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반대로 이를 6시간만에 해제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의 계엄령 선포는 지난 1979년 이후 45년만의 일인데요. 북한은 이에 대한 반응을 6일 오전을 기준으로 아직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지난 3일 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해 한국이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당시 상황에 대해 정리해 주시죠.

 

[김성렬] 대한민국 헌법 제77조에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하여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일 오후 10 23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이 사령관을 맡은 계엄사령부는 대한민국 전역에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계엄사령부 포고령(1)’을 발효했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따라야 한다는 헌법 77조 조문이 공유됐고, 오전 1시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출석 의원 190명의 만장 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되자 윤 대통령은 오전 4 27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가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진행자] 계엄령으로 인한 대북 안보 공백 우려는 없었나요?

 

[김성렬] 북한은 6일 오전 현재까지 3일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북한은 경의선, 동해선 육로 폭파에 이어 개성공단 송전탑 전선을 제거하는 등 남북 단절 조치를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다수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인부가 안전 장비 없이 일하다 송전탑에서 추락하는 장면도 우리 군 감시 장비로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포착되기도 했죠. 한편 북한의 관영 매체는 북러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공식 발표 소식을 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북러 조약 비준서가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교환됐다고 보도하면서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비준서 교환의정서에 서명했으며 조약 제22조에 따라 비준서가 교환된 2024 12 4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은 북러 조약과 관련해 쌍무관계를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려 세우고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게 지역과 세계의 안전 환경을 굳건히 수호하면서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조로(북러) 두 나라 국가 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염원을 실현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법적 기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과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시점에서 무리하게 불필요한 제2의 전선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진행자] 교수님께서 언급하셨다시피 북한은 한국의 계엄령과 관련해 아직까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성렬] 북한은 과거에 한국에서 발생했던 군부 정부의 계엄령과 광주 민주화운동 등과 같은 정치적 상황을 보도하고 영화를 제작하여 주민들에게 보여줬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 정권은 1990년대 초반 경제난이 시작되면서 한국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관영 매체를 통해 알리는 작업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에너지 부족으로 전기 공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평양지역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전기 공급이 많아서 비교적 조선중앙TV를 자주 시청할 수 있었겠습니다만 지방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은 지속적인 정전으로 어떤 방송도 시청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 정권이 체제를 통제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 한국에서 발생했던 계엄령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두 개의 국가로 선언했기 때문에 한반도 이남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주민들에게 알릴 필요성이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과 민족성을 헌법을 포함해 모든 기록에서 삭제하려는 작업을 지금도 추진하고 있어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정서, 즉 통일 정체성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는 파병으로 인해 주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북한 정권이 한국의 계엄령과 국회에서의 해제 조치를 보도했을 경우 주민들을 자극해 불만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자제하는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평양과 지방 분리 통치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정권에서 지방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된 상태에다가 평양 주민들까지 가지고 있는 불만이 증폭되게 되면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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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만약 한국의 계엄령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듣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김성렬] 북한 주민들은 한국 정부의 계엄령 선포 보다는 한국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는 과거 한국의 군부정부를 다뤘던 민족과 운명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한국 국민들이 정부를 향해 시위하고 싸우는 모습을 잘 묘사했죠. 그 영화를 보면서 한국 정부가 붕괴되면 통일의 그날은 가까워지겠구나라는 생각을 공유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는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어서 북한식 통일이 앞당겨 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이고 통일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명분이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통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앞으로 한국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되어 온 것을 다 알고 있고, 앞으로도 민주주의 방식으로 정치적 변화를 이뤄낼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향후 북한의 내부적 변화를 도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종의 민주주의 경로 의존성을 답습할 수 있는 거죠.

 

[진행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혼란스러운 한국의 상황을 이용해 도발이나 한국 내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욱 증폭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성렬] 북한 정권은 이번에 한국에서 발생했던 계엄령과 국회 및 국민들의 단합된 행동을 봤고, 이에 따라 군사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북러 준군사동맹의 비준서가 채택이 되었고,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과 살상무기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향한 확전을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활용한 내부 혼란스러운 상황을 증폭시킬 가능성은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학술적으로 스핀파워민주주의 흔들기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데 권위주의 국가 또는 독재국가들이 가짜뉴스을 만들어서 특정한 민주주의 국가에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합이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연합을 상대로 민주주의 흔들기전략을 구축해서 활용하고 있는 추세여서 북한도 이를 적극 이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민주노총 간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송전망체계 자료를 입수한 후 한국의 주요 통치기관을 마비시키는 것,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걸고 반일 민심을 부추기는 것, 한미동맹은 전쟁동맹으로 평화파괴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등의 간첩행위를 한 것에 대해 1심에서 징역 15년 형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가짜뉴스또는 간첩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진행자] 지난 3일 밤, 한국에서 45년만의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신속하게 국회에 집결하면서 계엄군의 의회 장악 시도가 사실상 막혔습니다. 외신에서는 한국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런 소식을 북한 주민들이 듣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해집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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