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APEC·G20서 주목된 중국의 행보
2024.11.22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다자외교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북러의 군사협력,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는데요. 이와 관련해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들이 이번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해 정상외교를 벌였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정리해주시죠.
[김성렬]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줄여서 에이펙(APEC)은 환태평양 국가들의 경제적·정치적 협력을 돈독하게 하고자 만든 국제 기구입니다. 1989년 11월 5일부터 11월 7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캔버라에서 12개국이 모여 결성하였으며, 현재는 21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으로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오늘날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번 에이펙(APEC)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지난 15일~16일에 개최하였습니다. 주요 20개국, 즉 G20 정상회의의 경우 미국을 포함하여 기존의 세계 경제를 이끄는 7개국에 12개의 신흥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이 포함된 연례 국제 회의입니다. 출범 배경은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금융, 외환 등에 관련된 국제적 위기 대체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1999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당시 개최된 8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신흥시장국이 참여하는 주요 20개국, 즉 G20 창설에 합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개국 정상회의 주요 목적은 세계경제체제에 있어 주요 국가 간에 경제 및 금융정책 현안에 관한 대화를 확대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세계경제 성장을 위한 협력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20개국 정상회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에 출국해 5박 8일 일정으로 에이펙(APEC)과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지난 21일 귀국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APEC, G20 정상회의 등에서 주목해서 보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김성렬] 이번 15~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주목했던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기 대면해 양자회담을 하면서도 대북·대러 영향력을 발휘하라고 조율된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이 심화하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며 “그것이 대한민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이든, 추가 미사일 시험이나 7차 핵실험이든, 우리는 이에 대해 계속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죠. 이에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충돌과 혼란을 용납할 수 없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15일 시진핑 주석과 2년 만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과 관련,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습니다. 이번 중국의 반응을 보면서 미국은 1970년대 중미 데탕트, 즉 긴장완화 시기에 나왔던 중국이라는 ‘카드’가 지금도 필요하고 중국도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균형자’ 또는 책임 있는 ‘이익상관자’적인 역할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한미일은 이번 행사들을 계기로 3자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는데요. 어떤 의제를 논의했습니까?
[김성렬] 한미일 정상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에서 별도 회담을 열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어 3국은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한미일 협력 사무국’ 설립에 관해 발표했습니다. 이 사무국의 역할은 국방 당국 간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에 서명한 것을 포함한 3국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방 분야의 협력을 기존의 고위급 정책 협의, 정보 공유, 3자 훈련 및 국방 교류를 기반으로 연례 합참의장 회의 및 장관 회의로 확대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와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 강화를 통해 3국 간 상호 운용성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의 사용제한을 풀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를 내렸고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성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고 여러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아직 승인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이번 승인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핵보유국이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나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핵 교리 개정을 19일 승인했습니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나토 회원국의 미사일 공격은 나토의 직접 개입이라고 주장했던 만큼 이날 에이태큼스 발사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확전이 될 임계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1월 20일 이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보는데요, 60일 좀 넘는 기간 내에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수준 또는 그보다 더 높은 전력을 가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이 격돌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수위원회가 특사를 파견해서 휴전안을 가지고 양쪽을 설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의 전황을 봤을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의 간격과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0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당초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의 가능성을 내비쳤던 한국의 입장이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시는지요.
[김성렬]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를 지원을 재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죠. 그리고 지원의 타당성을 개진하기 위해 군과 국정원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비공식적으로 방문했다는 내용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한국, 미국, 일본 3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서 인권, 민주주의, 안보 및 번영을 증진하는데 단합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즉 자유주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자유주의 가치수호’라는 원칙하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2025년에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려고 협상에 돌입할 경우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이 방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합니다만 한국과 미국이 지원한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종전협상에서 유리한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 영토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인데 한국과 미국이 지원해주는 무기로 군사력을 유지하되 협상의 범위를 영토로 한정해서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도 이번에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를 지원해주고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 준 의도가 향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장기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안보의 공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이 무기 지원에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미국 행정부의 교체가 전쟁 종식을 위한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향후 전쟁의 향방을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