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북한군의 구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11.22
[주성하의 서울살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북한군의 구조 북한 제4차 조선인민군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가 지난 14-15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8일 보도했다. 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틀차 행사에서 '조성된 정세와 공화국무력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들의 임무에 대하여'를 주제로 연설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평양에서 제4차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가 열렸고,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했습니다. 김정은은 전쟁준비완성은 단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과제라며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을이라는 구호를전투구호로 제시했습니다. 연설에서전쟁 37, ‘전쟁준비 7번이나 언급됐습니다.

 

요즘 우크라이나에 13천 명의 북한군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보내고, 이들이 전사할 경우 초래될 군 기강을 다잡기 위해 대회를 연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북한군은 아무리 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을 기울여도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댈 수 있지만 시간이 제한돼 있으니 오늘은 두 가지 이유만 설명하겠습니다.

 

첫째는 북한군이 전쟁을 위한 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북한군의 지휘체계는 철저히 군사정변을 막기 위한 체계이지 전쟁을 치르기 위한 체계가 아닙니다.

 

전쟁을 하려면 지휘체계가 일원화 돼 있어야 합니다. 즉 군단장, 사단장, 대대장이 유사시 모든 결정권을 틀어쥐고 명령을 내려야 하고 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세계의 모든 군대가 대대면 대대장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대대에 대대장보다 더 힘이 셀 수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지도원입니다. 정치지도원은 대대장이 노동당의 지시와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판단되면 대대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부대에 힘이 센 실세가 두 명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유사시 대대장이돌격 앞으로를 외쳤는데 병사들이 정치지도원의 얼굴을 쳐다보며정치지도원 동지, 대대장 동지가 돌격하라고 하는데 해도 됩니까?”라고 물어보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군대는 전쟁을 못합니다. 여러분들이 이윤 추구를 위해 운영되는 사적 기업인 외화벌이 회사에 결정권을 가진 사장이 두 명이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런 회사는 무조건 망합니다.

 

그런데 북한군은 왜 이런 지휘체계를 유지할까요. 바로 군사정변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북한군 대대엔 대대장, 정치지도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위부, 참모부 등의 조직이 있고, 여기에 군단급이면 장성들의 뒤만 전문 캐는 대좌급 지도원이 또 있습니다.

유사시 사단장이나 군단장이 부대를 움직이면 나도 모르는 새에 정치부, 보위부, 참모부 등의 계통을 타고 상부에 보고가 올라갑니다. 군사정변의 생명은 비밀유지인데, 부대가 움직이자마자 부대 기동이 탄로가 나는 겁니다. 이런 군대는 절대로 군사정변을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총참모장이 한 개 소대도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군사정변을 하겠습니까. 김 씨 일가는 군대가 정변을 통해 자신을 몰아낼까봐, 전 세계 어느 군대도 갖지 않는 각종 비밀 보고 체계를 만들고, 특정한 어느 인물이 부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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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런 명령 지휘 체계에선 전쟁을 할 때 엄청난 혼선이 생겨 부대가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전장의 급박한 상황에서 지휘관이 자기 마음대로 부대를 움직일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랬다가 일이 잘못되면 왜 참모부에만 보고하고 당에 보고를 하지 않았냐고 보위부에 불려 다니면서 처벌을 받겠죠. 전쟁 상황에서 북한 대대장은 전투에서 지는 것보단 내가 당에서 처벌받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겁니다.

 

이런 북한군이 어떻게 전쟁을 제대로 치르겠습니까. 김정은이 진짜로 전쟁 상황에서 이기는 군대를 갖고 싶다면 당장 정치지도원 체계부터 없앨 텐데, 절대로 그러지 않겠죠. 김정은 역시 전쟁이 벌어지면 어차피 북한군은 패배한다는 것을 아니까 그나마 군사정변을 막는 체계를 고수할 겁니다.

 

북한군이 전쟁에서 패배하는 두 번째 이유는 군사 장비의 열세 때문입니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너무 잘 아니 어느 정도 설명하면 다 이해하실 겁니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핵이니 미사일이니 이런 데 돈을 투자했지 병사들에게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북한군이 보유한 무기를 보십시오. 일단 자동보총을 보면 1968년에 생산돼 보급된 것인데, 돈이 없어 수십 년 동안 교체하지 못했습니다.

 

북한군의 자동소총은 한국군이 카빈총 쓸 때 쓰던 반세기 넘은 것들입니다. 총이 낡으면 총신이 녹이 쓸거나 닳아서 쉽게 고장이 나고 명중률도 형편없이 떨어집니다.

 

얼마 전 김정은이 방문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발사관을 쏘는데 발사관 목재 부분이 다 삭아 있었습니다. 버려야 할 고철을 여전히 사용하는 겁니다. 하긴 총신 걱정할 때가 아니죠. 총 끈도 없어서 인민들에게 천으로 만들어 바치라는 과제까지 내리지 않습니까.

 

그 외에도 병사가 전투를 치르기 위해 꼭 필요한 전투식량이 풍족하길 하나, 군복이 제때 공급되길 하나, 온통 문제투성이입니다.

 

군복이나 군모는 2년에 한번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한창 혈기 왕성한 군인들이 단벌옷으로 어떻게 2년을 버팁니까. 텔레비에 나오지 않는 지역의 군인들을 보면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습니다. 그나마 좋은 군복을 입으려면 집에서 보내준 돈으로 장마당에서 사 입어야 합니다. 이게 군대입니까.

 

방독면, 배낭, 수통, 야전삽 등을 제대로 갖춘 부대가 있습니까. 방독면을 쓰면 고무가 삭아 떨어지니 보관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군대가 어떻게 싸웁니까.

 

김정은이 강한 군대를 가지려면 당장 핵과 미사일에 들어가는 돈을 빼서 병사들부터 돌보고 가장 기본적인 전투장비에 투자해야 할 겁니다. 장비도 장비지만, 늘 배고파 허덕이는 영양실조 군인들이 과연 제대로 뛰어다닐지도 의문입니다.

 

대회에서 훈장이나 나눠준다고 북한군이 강해질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저런 대회를 열고 전쟁 준비 완성을 외치고 있으니 허세도 이런 허세가 또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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