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은 왜 운하를 건설할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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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은 왜 운하를 건설할까 북한이 함경북도 어랑군에 건설 중인 대규모 수력발전소인 어랑천발전소의 '팔향 언제(댐)'가 완공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2019년 10월 보도했다.
/연합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 명절을 다들 잘 보내셨습니까. 김정은이 추석 전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여러 발언을 쏟아냈군요. 물론 가장 주목되는 것이 핵 무력 법제화입니다. 핵무기 사용 조건 5가지를 법에 명시했는데, 모두 핵을 방어용이 아닌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5대 조건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상황에서도 핵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김정은이 참 겁에 질렸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9개 나라입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기존 보유국에 더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이 핵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 만들 기술이 없어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핵무기 제조는 1945년의 기술이고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웬만한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지만, 국제 조약을 지켜 만들지 않을 뿐입니다. 핵무기 개발을 강행했을 때 국제사회의 제재로 어떤 신세가 되는지 북한이 잘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김정은은 경제가 망하든 말든, 인민이 굶든 말든 자기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 핵을 만들었고, 또 이걸 가지고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별것도 아닌 것에도 핵무기를 쏘겠다는 말은 무시해도 됩니다. 핵무기 단추를 누르는 순간 김정은도 죽습니다. 핵 단추는 김정은에게 있어 자살 단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엔 핵무기가 수천 개가 있는데, 김정은이 단 한발만 핵을 사용해도 북한 도시는 다 사라집니다. 김정은은 자기 목숨 건드리지 말라고 인민을 인질로 내걸었습니다.

 

러시아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여놓고, 거의 1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병력이 거덜 나고 있고, 미사일 포탄도 이제는 재고가 거의 없어 쭉쭉 밀리고 있지만 핵무기는 쓰지 못합니다. 그 후과를 제 아무리 푸틴이라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푸틴이 먼저 핵을 쓰면 모스크바에 핵탄두가 떨어질 겁니다. 우크라이나가 소련 시절에 수천 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 폐기한 나라인데 핵기술이 없겠습니까. 핵무기를 맞고 가만있겠습니까. 당연히 몇 달 안에 핵무기를 만들어 보복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핵무기는 먼저 쓰는 자가 이기는 그런 무기가 아닙니다.

 

또 핵무기 보유국치고 북한처럼 언제, 어떤 경우 쓴다고 명시한 경우는 한 나라도 없습니다. 핵무기라는 것이 갖고 있다는 자체가 두려운 존재이고, 언제 쓸지 모르기 때문에 더 무서운 것인데, 북한이 저렇게 별것도 아닌 것에 핵을 쓰겠다고 법으로 만든 것으로 보면 전적으로 외부 과시용입니다. 날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뜻이죠.

 

김정은이 저렇게 법까지 만들어 핵을 죽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니, 앞으로 북한의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등 유엔 가입국들이 제재를 풀어줄 리는 만무하니 계속 스스로 고립될 것입니다. 앞으로 경제 상황도 불 보듯 뻔한데, 김정은은 뜬금없이 이번 시정연설에서 동서를 관통하는 대운하를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건 김일성 때 만들려다가 현실적 한계 때문에 그만둔 것인데 김정은이 또 운하를 꺼내 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서 운하는 남포-함흥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험준한 낭림산맥을 관통하는 게 문제가 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높은 산맥을 뚫고 운하를 왜 꼭 만들어야 합니까. 다른 나라들은 모든 공사에서 경제성을 따져봅니다. 이거 만들면 들인 비용을 뽑을 수 있을까, 없을까 고려해서 비용을 뽑을 수 있다고 하면 만듭니다. 그런데 산지가 발달한 북한은 운하를 만드는데 들어갈 품은 엄청난 데 비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누가 봐도 별로 없습니다.

 

솔직히 운하로 나를만한 물동량이 있습니까. 경제가 활성화돼야 생산품도 나오고 옮길 것도 있는 것이지, 지금 있는 도로와 철도도 이용 못하면서 운하라니요. 운하에 실으려면 항까지 또 뭔가를 기차로 싣고 나르고 그걸 또 배에 실어야 하는데, 자그마한 나라에서 뭐 하러 싣고 부리고 그런 수고를 합니까. 항만도 지금 다 망가져서 역할도 못 할 것인데, 실었다 내렸다 부산 떨 시간에 그냥 쭉 기차에 싣고 가면 되지 않습니까. 운하를 파도 수천 톤 이상 배는 못 다닐 것이 분명하고 고작 수백 톤의 배가 다닐 것 같은데 하필 경제 상황이 제일 안 좋은 지금 김정은은 왜 운하 건설 구상을 밝혔을까요.

 

저는 김정은이 북한에 사는 사실상 노예 신세인 주민들을 들볶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봅니다. 노예들에게 쉴 틈을 주면 딴 생각할 가능성이 높으니 계속 못살게 삽질시켜야죠. 평양에 건설판 벌여서 무역이 막혀 노는 수십 만 인구를 벌판에 내몰아 삽질시키고, 전국적으로는 운하를 판다면서 못살게 구는 겁니다.

 

운하를 파면 김정은이 돈을 대겠습니까. 보나마나 각 도별로, 기관별로 몇 ㎞씩 구간을 나눠주고 무조건 파라고 하겠죠. 그럼 각 도는 다시 사람들 모아 현장에 내보낼 것이고, 그럼 수십만이 바글거리며 등짐을 지는 공사판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경제가 파탄 나 일자리가 없어지고, 먹고 살기 어려운 인민이 더는 견딜 수 없어 임꺽정처럼 봉기를 일으킬까봐 두려워 이런 식으로 노예노동을 억지로 만드는 것인데, 이런 수법이 역사적으로 김정은이 처음이 아닙니다. 진시황도 그랬고, 이집트 피라미드도 그랬고, 다 그런 맥락인데, 문제는 분수에 맞지 않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인 권력은 예외 없이 망했습니다.

 

김정은도 운하가 완성되기 전에 망할 운명이 분명해 보이는데, 문제는 그동안 고생할 사람들이죠. 운하 건설 계획을 듣자마자 저는 참 북한 주민들은 전생에 뭔 죄를 져서 저리 고생하며 살아야 하나 한숨만 나왔습니다. 빨리 김정은 정권이 사라져야 여러분들도 편안히 살 수 있을텐데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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