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이 역대 올림픽 ‘최저 순위’ 머문 이유
2024.08.30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렸는데, 북한은 성적이 저조해서인지 별 보도가 없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를 핑계로 지난 도쿄 올림픽은 불참했습니다. 8년 만에 세계 무대에 나왔는데, 탁구와 물에 뛰어들기 종목인 다이빙에서 은메달 1개씩, 권투 레슬링 다이빙에서 동메달을 4개 땄습니다. 은메달 2개, 동메달4개는 이번 올림픽 참가국 중 68위의 기록으로, 지금까지 북한이 참가했던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저조한 기록입니다. 기분이 나빴는지 노동신문엔 올림픽이 폐막됐다는 내용만 짤막하게 나왔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이번에 종합 8위를 했습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모두 32개의 메달을 땄는데 독일, 이탈리아 이런 서방의 부유한 나라들도 한국보다 순위가 아래에 있습니다.
예전에 북한이 남북 단일팀을 만들면 국제무대를 호령한다 선전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그 말이 무색합니다. 북한은 아프리카 빈국인 우간다, 보츠와나보다 순위가 훨씬 아래입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조선중앙TV에선 “훈련의 과학화로 유능한 체육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고 했지만, 그냥 말뿐입니다. 평양체육단과 여러 과외 체육학교를 조명하며 “전문 체육 기술을 발전시키고 체육 교육의 질을 한 계단 끌어올려 유능한 체육 인재들을 키우기 위한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지만 유능한 체육 인재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럼 북한의 체육은 왜 해가 갈수록 퇴보하는 것일까요? 훈련에서 과학화가 이뤄지지 않아서였을까요? 그것도 한 이유는 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북한 체육의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겁니다. 본질은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에선 잘 사는 나라들이 성적도 좋게 나옵니다. 물론 중국처럼 국민소득에 비해 메달이 많은 나라도 있지만 거긴 인구가 많으니 인재도 많지요. 북한은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인구도 모자라니 우수한 역량을 가진 인재의 절대적 숫자가 적습니다.
그런데 2천만 명의 인구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북한은 인구가 2,600만 명이라고 발표하지만, 이건 국력을 부풀리려고 하는 거짓말이고 진짜는 2천만 정도로 봅니다. 2천만 명이 적다고 할 수 없지만 국제무대에서 겨룰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면 영양이 부족해서입니다.
어려서부터 고기와 기름 등을 잘 먹고 자란 한국은 성장이 끝난 20대 남성의 평균 키가 174.5㎝, 여성은 165㎝에 이릅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175cm면 꺽다리 소리 들을 정도이고, 여성 165㎝도 마찬가지로 보기 드뭅니다. 체육은 신장이 중요한데 일단 신장이 안 되니 축구, 배구, 농구 이런 종목은 물론이고 육상이나 수영 모두 경쟁이 안 됩니다. 키가 커서 쑥쑥 나가는 선수를 따라잡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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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중반의 키 큰 아이들을 발굴해 선수로 키워도 문제입니다. 키가 크면 “너 축구해라, 배구해라” 이러는데 그때 체육 시키며 잘 먹이면 늦습니다. 아이 때부터 잘 먹어야 기본 체력이 좋아지는데 10대부터 갑자기 잘 먹여도 지구력은 높아지지 않습니다. 결국 본질적 문제는 북한이 가난해서 잘 먹지 못하니 발생되는 것들입니다.
가난해서 벌어지는 문제는 이 외에도 많습니다. 선수는 많은 국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데 북한은 돈이 없으니 해외에 선수를 파견하는데 매우 인색합니다. 메달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비행기표가 아깝다고 포기하고 아예 보내지 않죠. 메달을 딸 가능성이 작더라도 세계의 우수한 선수들은 어떻게 하는지 봐야 시야가 넓어지고, 다른 나라의 수준도 알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이건 돈이 없는 문제도 있지만, 폐쇄적인 사회라 해외에 사람을 내보내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 가난하니까 포상도 적습니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북한 기준에서야 좋은 대우를 해주겠지만 극상 인민체육인, 공훈체육인과 같은 명예를 수상을 하는 것에 치우칩니다. 반면에 한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는 우승을 하면 인생이 바뀝니다. 한국의 경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으면 평생 100만 원, 은메달은 75만 원, 동메달은 50만 원씩 매달 줍니다. 대략 매달 900달러, 600달러, 450달러, 이런 식으로 주는 겁니다.
물론 이 돈이 한국의 평균 소득에 비해선 많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메달을 받은 선수들이 평생 일을 할 것이니 추가로 매달 900달러 받는 것은 적은 소득이 아니죠. 900달러면 북한에서 매달 쌀 1.8톤씩 받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서 금메달을 받으면 쌀을 매달 100㎏씩 평생 받는다고 해보십시오. 아마 누구나 체육을 하려 할 겁니다.
북한은 우수한 지도자도 영입 못 합니다. 잘 사는 나라들은 특정 종목에서 가장 우수한 지도자들을 외국에서 영입해 지도하게 합니다. 한국도 외국 출신 감독이 많습니다. 반면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양궁이나 속도빙상경기(쇼트트랙) 같은 종목은 전 세계 어느 나라나 한국 감독을 영입해 훈련을 받게 합니다. 그래야 선진국의 훈련 방법을 알죠.
이런 것 없이 북한 감독들만 모여서 아무리 국제기준에 맞는 과학적 훈련을 외쳐야 뭐합니까. 그들 역시 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키워봐야 우물 안 개구리만 만듭니다. 그리고 우물 안 개구리의 두목 개구리는 바로 김정은이죠. 김정은 역시 기껏 나가봐야 중국이나 러시아나 어쩌다 피뜩 가보는 게 고작이니 북한은 체육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 모양인 것입니다.
아직도 할 말이 많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북한 체육을 보면 북한이 망해가는 이유가 너무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