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이 책임져야 할 신의주 홍수 피해

2024.08.02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이 책임져야 할 신의주 홍수 피해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보트를 타고 신의주시 침수 지역을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진에서는 군인 2명만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김 총비서와 김덕훈 총리 등 다른 인물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다. 2024.7.31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평북 신의주와 자강도 등지에서 홍수가 나 김정은이 간부들을 경질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저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북한의 홍수 피해는 인재이고 그 책임을 절대적으로 져야 하는 사람이 바로 김정은인데 마치 자기는 외계인이라도 되는 양 간부들만 욕하고 있습니다.

 

신의주가 물에 잠긴 적이 어디 이번이 처음입니까. 근래에만 봐도 1995, 2010년에 잠기고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14~15년마다 홍수가 반복되는데 북한 당국은 그동안 뭘 했습니까.

 

치산치수는 옛날 왕들도 매우 주요하게 생각했던 일이고 지금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치산치수를 하려면 당연히 돈을 써야 합니다. 인력과 자재를 투입해 옹벽도 쌓고, 물길도 만들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의주는 계속 물에 잠기면서도 그걸 못했습니다. 왜냐면 북한 통치자들은 치산치수보다는 자기의 치적을 쌓을 건설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강하천부문 건설사업소들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강하천건설사업소가 전국에 12, 강하천사업소 8, 강하천관리소 105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관들은 강바닥을 파낼 준설선이 없습니다. 북한에 강하천 관련 굴착 설비가 20여대인데, 모두 1956년에 생산된 것들이라 사실상 폐기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하천부문 소속 윤전기재들도 1958년에 생산된 차들인데, 대부분이 기관을 들어내고 가스 기관을 다시 올렸다고는 하나, 제방 건설에 필요한 돌을 운반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왜냐면 북한의 굴착 설비나 윤전 기재는 제일 먼저 김정은이 지시한 현장으로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강하천 업무는 제일 뒤로 처지게 되고, 폐기할 장비만 주게 됩니다.

 

인력도 마찬가지인데 강하천부문 노동력들은 전부 동원을 나갑니다. 어딜 가냐. 김정은이 지시한 평양 건설이나 삼지연 건설, 원산갈마관광단지 이런 곳으로 쉴 새 없이 끌려갑니다.

 

김정은은 자재와 인력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주고 그다음에 책임을 물어야지, 평소에 관심도 없다가 물에 잠기니까 와서 연극이나 하는 것을 보면 제가 다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납니다.

 

한번 보십시오. 김정은이 우선적으로 지시해 북한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는 공사현장들이 그럼 시급한 것들인가 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평양 5만 세대 공사, 그거 그렇게 급한 겁니까. 완전 겉보기엔 유럽 도시처럼 만들었던데, 그걸 만드느라 지방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됐습니다.

 

북한의 모든 지역이 가난 속에 허덕이는데, 산간오지 삼지연만 그렇게 멋있게 만들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대북제재로 관광객들이 가지도 않는데, 원산갈마에 거대 도시와 같은 관광단지를 짓는 것이 그리도 시급한 일입니까.

 

김정은이 집권해서 역점을 두고 건설한 마식령 스키장을 보십시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걸 전국이 총동원해서 지은 이유가 뭡니까. 텅텅 빈 스키장 만들 인력과 자재면, 저라면 압록강 강하천정리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김정은은 그런 걸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펄쩍 뛰고 있습니다. 간부들도 화가 날 겁니다. 김정은이 지시한 것을 제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해도 목이 날아가는데, 그걸 하다가 이번처럼 또 홍수가 나니 그걸 또 못했다고 목을 치고, 그러면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강하천 정리에 평소 관심이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인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신의주 맞은편 단둥을 건너다보면 신의주가 다 잠길 동안 단동은 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단둥은 그냥 운이 좋아서 피해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1980년대까진 압록강에 수해가 나면 단동이 더 많이 잠겼습니다. 중국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투자를 했습니다.

 

단둥에는 압록강 변을 따라 교통 홍수 방지문이 모두 45곳이 있습니다. 즉 강변 주변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높다란 담장이 물샐틈없이 연결돼 있고 시가지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는 홍수 경보 발령과 함께 수방벽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런 수방벽은 평시에는 통행이 자유롭지만 유사시에는 도로 좌우에 설치된 5m 높이의 콘크리트 기둥 사이에 철제 빔을 세우고 50㎝ 두께의 목재를 층층이 쌓아 물을 차단합니다. 결국 철근, 목재로 물을 막는 담장을 쌓은 것인데, 북한에 어디 그런 것이 있습니까.

 

또 중국은 얼핏 건너만 봐도 산림이 울창하죠. 반면 북한은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강 옆 산들이 다 민둥산입니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투자를 하면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요즘 한국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도 7월에 북한에 비할 바가 없이 비가 왔습니다. 사실 비는 남쪽이 훨씬 더 많이 오죠.

 

7 10일 경 전북 군산 같은 경우엔 연간 강수량의 10%가 넘는 비가 하루도 아닌 1시간에 쏟아졌는데, 이는 200년에 한 번 나타날 강도의 폭우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12년 전부터 시작해 2030년까지 870억 원, 7,000만 달러를 들여 도심 침수 예방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200년 만의 폭우가 와도 물을 순식간에 다 뽑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작정하면 그 어떤 홍수도 다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항상 물에 잠긴 곳에 가서 핏대만 세웠지 돈과 자재를 준 적이 있습니까.

 

이번에도 홍수 피해 복구한다면서 주민들을 상대로 주머니 뜯어낼 겁니다. 복구 지원물자 안내면 또 반동이 되니 하는 수 없이 내야겠죠.

 

이런 식으론 백년, 천년이 돼도 피해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최우선인지를 고려하는 정권이 들어서지 않는 한 여러분들은 계속 똑같은 피해 소식만 끊임없이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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