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일성 사망일에 무기자랑이라니
2024.07.12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일성 사망 30주기인 8일, 정오에 주민들이 3분 동안 묵념하는 장면이 생중계가 되더군요.
그걸 보니 저도 1994년 7월에 있었던 일이 어제 일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저는 당시 대학 선전대 소속이라 용남산에 올라가 추도곡을 연주하는 팀에 소속돼 있었는데, 아침부터 새벽 2시까지 그 무더위에 나팔을 불었습니다. 정말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애도기간 열흘만 버티자고 이를 악물었는데, 17일이 되니 다시 애도기간이 3일 연장됐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던 것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당시를 겪었던 주민들 모두가 힘들었던 기억이 저마다 다를 겁니다. 누구는 꽃을 꺾으려 다니던 것이 힘들었다고 하고, 누구는 경비 서던 것이 힘들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전체적으로 모두 엄청 고생했습니다.
이번에 묵념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며 “아, 저 사람은 나처럼 20대에 고생했겠다”, “저 사람은 그때 인민학교나 다녔을라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3분 동안 머리를 숙이고 무슨 생각을 했나요. 3분이란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데 그 시간 동안 “수령님,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했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머리 속까지 당에서 통제하는 것은 아니니 아마 각자 서로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은 김일성 시대와 김정은 시대를 비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만든다더니 순식간에 김정은까지 3대 세습이 이뤄졌습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누군가가 “앞으로 20년 뒤에 당신들은 김일성이 존재도 몰랐던 김정은이란 새파란 20대의 통치를 받게 된다”고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라고 했겠죠. 1994년엔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였는데, 30년 뒤에 돌아보니 그 비현실적인 일이 내 삶이 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에 돌입했는데 북한은 아직도 강냉이밥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 이러고 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이 김일성 사망 30주기를 맞아 쓴 기사를 보니 더욱 기가 막힙니다. 김정은 시대에 세계 최강 국력이 강화됐다며 자랑하는데, 무기를 엄청 개발했다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네요. 무기 많이 개발하면 그게 최강 국력입니까.
아니, 이밥에 고기국은 언제 먹이는 겁니까. 사람은 무기를 먹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배부르고, 계절에 따라 뜨뜻한 또는 시원한 집에서 좋은 옷을 입고, 문화생활을 마음껏 향유하는 것이 행복한 겁니다. 삶의 질이 올라가면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여행지를 다니며 가족들괴 휴가도 즐기는 겁니다.
여기 남쪽은 그렇게 살죠. 작년 한국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56㎏인데 고기 소비량은 60㎏입니다. 작년 해외여행자는 2,300만 명입니다. 이제는 이밥을 먹는 시대를 넘어 고기를 마음대로 먹고 살고, 좀 더 잘 살면 국내 여행을 넘어 해외 여행도 마음대로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인민은 김정은이 무기를 많이 만들었다는 자랑에 감격해야 하니 기가 막힙니다. 딴 것 다 떠나서 김정은은 집권하자마자 인민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살게 하겠다던 약속부터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개발됐다는 무기들, 그거 다른 나라들도 다 있는 겁니다. 아니, 훨씬 더 좋은 것이 있습니다. 무기 자랑 듣기 전에 주변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 얼굴이나 한번 살펴보십시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그건 거지 떼지 군인들도 아닙니다.
저번에 코로나 와중에 국경 경비에 파견했다는 최정예 폭풍군단의 모습을 중국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찍었습니다.
그 군인들의 옷은 군복이고 사복이고를 떠나 때가 반질반질한 거지 옷이었습니다. 세탁할 환경이 되지 않으니 꼬질꼬질하고 냄새 나는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죠.
군인들이 먹지 못해 광대뼈가 삐쩍 나와 힘없이 다니는데 어려서부터 못 먹고, 또 만17세에 군에 나오니 키도 형편없이 작습니다. 한국의 20대 평균 키가 174.1센치미터인데 북한 특수부대는 그걸 군인이라 해야 하는지 참담합니다.
아침마다 격술훈련 하는 모습도 눈에 띄는데 먹어야 발을 들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닙니까. 현대전쟁에서 격술을 하는 전쟁을 본 적이 없는데, 아직도 특수부대는 격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이없고, 또 싸움이란 것은 사실 체급이 엄청 중요한데 그렇게 40~50㎏밖에 되지 않는 말라빠진 군인들이 격술을 해봐야 어찌 한국군을 이기겠습니까.
쉽게 말하면 인민학교 학생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어른을 못 이기는 것이 키가 작고 중량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몸무게가 70㎏ 중반인데, 격술을 몰라도 북한의 허약한 특수부대 한 명은 얼마든지 버쩍 들어 메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인은 군인이고, 그럼 군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하는 육해공 핵심 장비들은 또 어떻습니까. 기갑사단은 1960년대 개발된 땅크를 타고 다니는데, 전쟁 나면 제대로 굴러다닐지도 의문이고, 해군 공군 모두 1960~70년대 만든 낡은 군함과 비행기로 무장했습니다. 이걸로 어떻게 전쟁을 합니까. 화승총 들고 기관총 무장한 군대와 싸우는 격입니다.
인민들의 눈에는 전부 그런 것만 보일 텐데, 김정은은 가끔 미사일이나 발사하면서 우리 군이 세계 최강이라고 합니다.
미사일 많으면 최강입니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도 잘 알겠지만 얼마를 쏘던 결국은 군인이 돌격해 점령해야 전쟁에서 이기는 겁니다.
앞으로 다시 3분 묵념할 시간이 오면 여러분들은 김정은 시대가 돼서 인민의 삶이 무엇이 좋아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제 생각엔 이번 묵념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이 김정은 시대는 언제 끝날까 생각하며 한숨을 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