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한반도 폭염과 치산치수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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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한반도 폭염과 치산치수 강원 화천군 내를 흐르는 화천천에 전날 폭우의 영향으로 흙탕물이 대거 흘러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기상이변 현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것이 118년 전인 1904년부터인데 6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열대야란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할 때를 말하는 것인데, 118년 기상관측 사상 서울에는 6월에 열대야가 온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가장 빠른 기록이 7 12일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그보다 16일 앞선 27일에 서울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27일부터 연속 3일째 열대야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열대야가 오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이 없이 그냥 방에서 잠을 잘 경우 더워서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로 괴롭습니다. 여기에 습도까지 높으면 그냥 이불 덥고 한증탕에 들어간 격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폭염이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요즘 동아시아 지역은 평소보다 많은 수증기로 가득해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중국 허베이성은 44.2, 일본 군마현은 40.1도를 기록해 6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유럽과 북미 등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극단적인 폭염에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폭염은 점점 더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한반도의 폭염일수는 17.9일에서 최대 40.4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2100년이면 70일 동안 열대야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 1년에 2달 이상 열대야가 지속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 끔찍한 일이죠.

 

또 연구에 따르면 최근에 10년마다 열대야가 8일씩 증가한다고 하는데, 1990년대엔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이 7일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벌써 20일 정도 이어집니다.

 

저는 북에서 자랄 때 집에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었는데, 그땐 열대야를 어떻게 견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여름이면 너무 더워서 잠 못 들고 뒤척였던 기억은 납니다.

 

지금은 열대야가 와도 집이나 회사에 다 에어컨이라고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 주는 장치가 있어서 그렇게 덥게 보내진 않습니다. 그냥 밖에 걸어 다닐 때 숨이 차서 헉헉거리는 정도입니다만, 더운 날에는 밖에 거의 나가지 않지요.

 

이렇게 이상 폭염이 나타나면 또 꼭 따라오는 것이 있죠. 바로 폭우입니다. 대기 온도가 매우 뜨거워지면, 수증기 증발이 많아지고 이런 수증기가 곳곳에 폭우를 쏟아냅니다.

 

지금 북한이 27일부터 평양시와 평안남북도, 황해북도, 강원도의 여러 지역과 자강도의 일부 지역에 큰비가 내려 난리가 난 것은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습니다.

 

평양 보통강은 위험수위를 기록했고, 남포 같은 데는 거리가 잠겨서 사람들이 허벅지까지 오는 물을 헤치고 다니는 것을 봤습니다. 2007 8월에 수해가 크게 나서 평양 많은 지역이 물에 잠겼는데,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이제 비가 더 오면 평양은 또 한 번 물난리를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마 북에 사는 사람들도 6월에 장마가 오니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제가 자랄 때는 7월 말이나 8월 초에 장마가 왔는데 너무 빨리 장마가 들이닥쳤습니다. 7월 말에 장마가 오면 그때는 곡식이 어느 정도 자란 뒤라 버틸 수도 있는데, 6월 말에 오면 심자마자 장마가 닥치는 이런 점이 가을 수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장마가 오고 나면 또 시원해져야 하는데 이어 또 폭염이 옵니다. 대기가 수증기로 가득 찬 상태에서 온도가 높아지면 습도가 높아져서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불쾌감도 매우 증가합니다.

 

이런 일이 한반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지금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은 올여름 열돔, 즉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으로 수천만 명이 가마솥더위에 시달릴 거란 기상 예보가 나왔습니다. 벌써 온도가 37도가 넘어서 소들이 수천 마리씩 더위를 먹고 죽는 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도 뉴델리에선 한낮 기온이 50도가 넘어섰고, 프랑스나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42도를 넘는 지역이 나타납니다. 6월은 원래 이 정도가 아닌데 너무 기온이 급격히 변합니다.

 

이런 기상이변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폭염이 나타나는 원인은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쏟아내는 인간 활동의 결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덥게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냉방장치들이 가동되게 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유해 가스가 또 지구를 담요처럼 덮어서 더욱 덥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가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네요.

 

저는 자랄 때 우리 땅은 산 좋고 물 좋고 사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고 배웠습니다. 남쪽에 와보니 여기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미 그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봄과 가을은 언제 왔다 갔는지 너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점점 길어집니다. 물이 맑다고 했지만, 북한의 큰 강을 보십시오. 오염이 돼서 형편이 없습니다. 이렇게 덥고 더러워지는 강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살아가야 할지가 앞으로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치산치수를 잘해서 폭우가 와도 별 탈이 없는데 북한이 문제입니다. 강하천관리에 돈을 쓰지 않아 폭우가 오면 초대형 피해가 발생하는데, 지금도 강둑 보강이나 언제()를 세울 자금도 돈은 없고, 김정은이 지시한 공사에 우선적으로 자재들이 보장됩니다. 김정은은 피해가 났을 때마다 인민을 극진히 위해 새집을 지어준다는 식의 연극이나 하지 말고 그런 피해가 나기 전에, 사람들이 죽기 전에 미리 치산치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올해 여름 북한이 큰 피해를 겪지 않고 무사히 장마철을 넘기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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