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히틀러를 떠올리게 하는 김정은의 행보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5.24
[주성하의 서울살이] 히틀러를 떠올리게 하는 김정은의 행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교실 벽에 김정은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저번에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 마르크스와 레닌 초상화가 걸린 것을 보고, 사회주의 사상의 가장 큰 배신자가 김 씨 일가라는 내용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21일에 열린 간부학교 준공식을 보니 이번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더군요.

 

초상화 세 개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김정은과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김일성이 존재도 몰랐던 것으로 보이는 손자 김정은이 할아버지에게 붙었던 태양이란 수식어까지 뺏어오는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집니다.

 

앞으로 인민들은 가슴에 초상화 세 개를 달고 다니는 건가요? 나중엔 김주애 초상화까지 네 개를 달고 다녀야 합니까. 상상만 해봐도 웃기는 일입니다.

 

저는 요즘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김정은 체제가 히틀러 말기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히틀러하면 미치광이를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처음부터 미쳤던 것은 아닙니다. 히틀러는 뛰어난 선동술을 바탕으로 스스로 권력을 잡았습니다. 1930년대 후반 외교계, 경제계, 군부 요인들의 협력을 얻어 경제 재건과 번영을 이루었으며, 군비를 확장하여 독일을 유럽에서 최강국으로 발전시켰습니다. 1차 세계대전 패배로 가난에 빠졌던 독일을 빠르게 재건해 다시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변화시켰기에 독일 국민이 히틀러에게 열광했던 것입니다. 그랬던 히틀러가 왜 점점 광인으로 변했을까요.

 

정신분석학에는 나르시시즘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나르시시즘이란 그리스 신화에서 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이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은 후 수선화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나르시시즘은 지나친 자기애, 자아도취, 거만함, 허영심과 자기과시 등의 성격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과도한 자기애, 즉 내가 누구보다 우월하고, 대중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나르시시즘을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인물이 바로 히틀러입니다.

 

히틀러의 자아도취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정치가로 유능하며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이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법적 문제에서도 탁월한 판사라고 믿었고 독일의 최고 건축가로 믿는 등 각 분야에서 권위자임을 자처했습니다.

 

특히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인과의 타협이란 없었는데, 자신을 이끄는 생각은 오직 하나독일 제국의 부활이었고 이 생각은 그 밖의 모든 것보다 항상 우선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뇌를 지배하니 히틀러는 누구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기가 가장 위대한 지휘관이라고 생각하니 소련을 침공했다가 밀리고 있는데도, 유능한 장군의 말을 듣지 않고 전투 지휘를 해서 패배하기 일쑤였습니다.

 

스탈린도 비슷한 성격이었지만, 그나마 그는 1943년쯤까지 몇 번의 지휘를 했다가 백 만 대군을 몇 번 날려먹고 정신이 들어 그 다음부터는 보로실로프, 주코프 등 유능한 지휘관의 말을 들었습니다. 자기보다 전쟁에 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죠.

 

그런데 히틀러는 자살하는 순간까지 그걸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히틀러를 희대의 광인으로 만든 성격의 밑바닥에는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억압받았던 유년 시절과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한 열등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신을 비정상적으로 이상화하는 나르시시즘의 대표적 인물인 히틀러가 만약 지도자가 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 비극의 시작은 그런 성격의 그가 지도자가 된 것이죠.

 

그런데 한 백 년 뒤 북한에서 그 비슷한 인물이 또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김정은 역시 할아버지한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랐고, 아버지 김정일은 공식 부인이 아닌 여인이 낳은 아들의 존재를 숨기려고 어렸을 때 스위스로 보냈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유럽에 숨긴 거죠.

 

저는 정신분석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간단히 생각해봐도 10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부모를 떠나 유럽을 떠돌면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김정은의 사춘기가 지금의 성격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점점 자기가 가진 권력에 도취한 김정은은 지금 자기애에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에게 부여됐던 태양의 호칭을 떼어내고 자기가 주체조선의 태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태양의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경제는 다 파탄이 나고, 쌀값은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지도자로서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는 순간인데도 알지 못하고 있죠. 그리고 올해 들어선 통일도 하지 않겠다며 두 개 조선을 공식 선포했습니다.

 

반세기 넘게 굶어 죽어도 통일을 위해 어쩔 수 없다, 10년 군 복무를 해도 통일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세뇌됐던 인민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겁니다. 우리가 이러려고 혁명을 했냐 이런 생각이 안 듭니까. 지금까지 북한에서 반통일, 반민족 분자는 반동이었죠. 그 반동 짓을 김정은은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이건 뭘 말해줍니까.

 

김정은은 이젠 인민들 눈치를 보지 않는다, 스스로 자기가 뭐든 할 수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했던 것보다 내가 더 맞는 정책을 편다고 믿는 겁니다. 그런 사례는 많죠. 솔직히 김정은이 뭘 안다고 맨날 군부대에 가서 장성들을 지도하고, 건설장에 가서 건축을 지휘하고 그럽니까. 안 그런 분야가 있습니까. 자기가 그 분야에서 평생을 바친 전문가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히틀러의 사례에서 인류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요. 나르시시즘의 허영심과 자아도취적 사고를 가진 지도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민족의 재앙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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