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시험대에 오른 김정은의 진정성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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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시험대에 오른 김정은의 진정성 의약품 보급에 나선 북한군 의무병들.
/REUTERS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코로나로 전쟁을 치르는 북한을 저는 정말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벌써 단 며칠 사이에 200만 명의 발열자가 나왔다고 북한이 발표했지만, 이런 통계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에 코로나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진단장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코로나 검사를 하지 못하니까 열이 나는 사람들만을 발열자라고 하며 숫자를 집계하지만, 이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방역 방법입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 오미크론 감염자 중에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거나 등의 증상이 없는 사람이 무려 25%나 됐습니다. 그리고 증상이 있는 사람 중에서 열이 나는 사람은 3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밝힌 발열 환자 대부분이 오미크론 감염자라고 했을 때 전체 확진자 규모는 이보다 4∼5배는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북한 주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0만 명은 감염이 됐고, 이 속도로 가면 한 달 내로 북한 주민 전체가 감염된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한 달 동안에 전체 주민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한 달 동안 인구의 절반이 감염된 사례도 없습니다. 김정은은 세계가 예방주사를 맞는다, 치료제를 갖춘다, 치료 시설을 확보한다 등으로 열심히 전염병과 맞설 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봉쇄 하나에만 집착했습니다. 벌써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지 2 3개월이 됐는데 김정은은 뭘 한 것입니까.

 

평양 시내에 종합병원 건설한다고 하고선 벌써 2년째 감감 무소식입니다. 능력도 따져 보지 않고 병원을 세운다고 들볶은 것이고, 반 년 사이 완공도 못할 병원 건설 때문에 목이 잘린 간부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북한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망자 숫자는 100명도 안 됩니다. 북한이 공식 발표한 발열자만 200만 명이 넘는데 사망자가 100명도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예방주사도 맞지 않고 치료제도 없고, 약도 없고, 영양실조 환자는 엄청 많은데 전 세계 평균 사망자 수에 비해 수천 분의 1밖에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북한의 발표가 맞는다면 200만 명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사망자가 62명이라니까, 2000만 명이 다 걸리면 사망자는 620명밖에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아니, 이 정도면 독감보다 훨씬 낮은 사망률인데, 그렇다면 2년 넘게 사람들은 왜 그리 방역한다고 들볶은 것입니까.

 

어떻게 따져 봐도 김정은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니 김정은은 중앙검찰소장을 비롯한 간부들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웁니다. 최고 존엄인 지도자는 절대 잘못하지 않기 때문에 중대한 실책은 늘 아래 간부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은 북한의 오랜 전통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엔 심화조 사건을 조작해 서관희 등 수천 명의 간부들을 간첩으로 몰아 죽이고, 2009년 화폐개혁 실패 때에는 박남기 재정경제부장을 간첩으로 몰아 처형하더니 이번엔 중앙검찰소장을 비롯해 또 얼마나 많은 간부들이 김정은 대신 희생양이 돼야 할까요.

 

지금 김정은은 급해 맞아 중국에서 약을 들여간다고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양이라 평양만 치료하기에도 훨씬 모자란 형편입니다. 지방 사람들은 그냥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이 봉쇄가 언제 풀릴지도 기약이 없겠지요. 집에 식량을 보름 이상 분씩 챙겨놓고 살지 못하는 집들이 태반인데, 나와서 살 수도 없이 만드니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오죽 힘들면 그제 신의주에 살던 북한 주민 다섯 명이 단둥으로 도망쳐 오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공안에 잡혔는데 중국이 측정하니 코로나 환자들이었습니다. 이들도 잡히면 죽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앉아 있어도 죽으니 이판사판으로 떠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상황임에도 김정은은 한국에서 약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폭발적인 환자 증가로 북한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주민 모두가 코로나를 앓고 자체 면역을 가진 나라가 될 것입니다. 언제는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는 나라라고 자랑하더니, 주민 모두가 코로나에 걸린 첫 번째 나라가 될 판입니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입니까. 이래서 지도자가 중요합니다. 김정은이 전염병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모든 나라는 코로나가 퍼지자 최고 전염병 전문가들을 사령탑으로 임명해 그들의 지시에 따라 국가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정은이 최고 전염병 전문가인양 이런 저런 지시를 다 내리고 방역 대책도 다 지시하고 하니 지금 이런 사태를 맞은 것입니다. 아마추어가 하는 일은 늘 어설프기 짝이 없죠.

 

이렇게 환자가 빠르게 늘면 북한은 수많은 희생을 치른 뒤 빨리 코로나를 졸업하겠지만,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코로나가 유입된다고 봉쇄를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중국이 코로나가 들어온다고 국경을 폐쇄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농사도 망치고 생산도 망치면 북한은 더 이상 여유가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모든 창고들에 쌓아두었던 예비물자들이 바닥이 나서 텅텅 빌 것입니다. 이럴 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은 이미 코로나가 거의 다 지나가서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됩니다. 북한도 코로나를 졸업하고 한국도 졸업하면 더는 남조선에서 코로나가 들어온다고 난리칠 일도 없습니다. 김정은이 인민을 위한 지도자라면 이제라도 과감하게 남쪽을 향해 문을 열고 지원물자를 받으려 노력해야 마땅합니다. 인민을 늘 최우선에 놓고 정치한다는 김정은의 진심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앞으로 여러분들이 함께 지켜 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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