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마르크스, 레닌도 경악할 북한 체제
2024.05.17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15일에 당 중앙간부학교라는 것을 새로 지어놓고 방문했더군요. 그걸 보고 솔직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북한에 청렴결백한 간부가 몇이나 있습니까. 간부라면 응당 뇌물 받아먹고 인민들 등쳐먹고 사는데 학교에 갖다 놓고 좀 교육시킨다고 깨끗해 지겠습니까. 그런걸 보고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하는 말이 있죠.
뇌물이라는 돈 맛을 본 사람이 간부학교에 갔다고 다시 투철한 혁명가가 될 일은 제가 장담컨대 절대 없습니다.
김정은 방문 때 보니 웃기는 것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아니, 웃음이 나오기보단 너무 어이없고 분노하게 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게 뭐냐면 노동신문에 보도된 사진을 보니, 건물 외벽에 칼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크게 걸려있었습니다.
왜 그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는지는 몰라도 그건 김정은의 지시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북에서 김정은이 지시하지 않았는데 거기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걸, 목이 두 개인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1990년대 김일성대를 다닐 때도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는 거의 무시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좀 나이든 분들에게 물어보면 1970년대부터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한다면서 마르크스주의 레닌주의를 연구하는 것조차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신문의 표현대로라면 “김일성, 김정일주의 정수분자들을 키워내겠다”는 중앙간부학교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진은 왜 불쑥 걸었을까요.
제가 볼 때는 요즘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푸틴의 눈에 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은이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심지어 주체사상을 창시했다는 김일성도 마르크스주의는 물론 주체사상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한국에서 1980년대 북한 주체사상에 빠져 대학 운동권들을 지도하다가 몰래 북한 공작원과 함께 북으로 들어가 김일성을 두 번이나 만난 김영환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나중에 회고하기를 “김일성이 너무 무식해서 놀랐다”고 말하더군요.
여러분들은 외부와 학문적으로도 철저히 단절된 공간에서 일방적인 교육만 받으니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를 왜곡해 배우고 있습니다. 실제 마르크스주의 교재라고 할 수 있는 공산당선언은 북에서 금서이고 읽어도 보지 못하니, 원문도 보지 못한 채 마르크스주의를 떠벌리는 꼴입니다.
마르크스주의가 뭔지 저도 한국에 와서 책을 보며 “아, 이게 이런 말이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공산주의로 간다는 북한에선 공산당선언을 볼 수 없는데, 자본주의라는 남쪽에선 각종 혁명가들의 저서를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 여기가 공산주의 사회가 아닌가 착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전 세계에서 단결하여 자본주의 제도를 파괴하고, 그 대신에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제도를 세우기를 바랐습니다.
레닌은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러시아의 실정에서 노동자와 농민이 연합해 혁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 농민은 무식해서 혁명에 대해 잘 모르니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 특별히 교육받고 준비한 볼셰비키가 혁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전위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 사회가 필연적으로 몰락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그 이후 사회인 공산주의 사회를 어떻게 달성할 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후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저저마다 공산주의로 가는 길을 설명했는데, 이로 인해 레닌주의, 트로츠키주의, 모택동주의, 베른슈타인주의, 룩셈부르크주의, 스탈린주의, 찌토주의, 호치민주의 등의 다양한 분파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물론 오늘날에 와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론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공상소설이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북한도 공산주의로 간다고 했으니 김일성주의도 마르크스주의에서 파생된 한 분파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괴물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세습 독재 정권을 만든 사람이 있습니까. 북한이 마르크스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사회라는 것에 대해선 정말 많은 설명을 할 수 있지만 여러분들도 들어본 이야기 하나만 해보겠습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되어 계급 간의 투쟁이 격화될 때,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혁명을 일으켜 자본가 계급을 타파하고 새로운 체제를 수립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생산 수단이 공동으로 소유되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받는 이상을 추구하게 되는데, 마르크스는 최종적으로 모든 계급이 없어지고 완전한 평등이 실현되는 공산주의 사회가 이상적인 목표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모든 계급이 그대로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여기에 출신성분, 사회성분이라는 새로운 계층 분류체계를 만들었습니다. 50여 개의 출신 성분과 4개의 사회 성분에 따라 인민은 200여 개의 계층으로 나눠지게 됐습니다.
적대계층이면 죽을 때까지 평등이란 말조차 꺼내기 어렵습니다. 노동 계급, 농민 계급은 그럼 대우를 받습니까. 계급 해방은커녕 농민의 자녀는 죽을 때까지 농민으로 사는 봉건적 계급 체계로 후퇴했습니다. 농민 계급에겐 능력에 따라 일하는 제도는 오지 않습니다.
북한이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만든 것은 결국 김 씨 일가를 왕으로 떠받드는 노예 제도였습니다. 북한에선 모든 생산 수단이 공동으로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김 씨 일가를 위해 생산 수단은 물론 인민들까지 복종하게 됩니다.
아마 지금의 북한을 보면 마르크스, 레닌은 할말을 잃고 말 것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혁명이 필요한 것은 북한이라고 소리쳤을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