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거대한 국가 감옥이 된 북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10.11
[주성하의 서울살이] 거대한 국가 감옥이 된 북한 사진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고발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 가혹행위. 탈북민들이 그렸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총참모부가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북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총참모부는제반 정세 하에서 우리 군대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하는 것은 전쟁억제와 공화국의 안전 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북한은 올해 초 김정은이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부터 남북협력 시기의 상징들을 파괴하고 철도와 도로를 차단하는 일을 계속 해왔습니다. 이미 철도를 다 뜯어내고, 도로에 지뢰를 묻고, 곳곳에 대전차방호벽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 차단됐는데 또 차단하겠다고 새삼 선언하는 것은 일부러 정세를 더 긴장시키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북한이 1980년대 말에 남조선이 군사분계선을 따라 장벽을 설치해 두 개 조선을 획책한다고 그렇게 떠들었는데, 오늘날 자신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저는 올 여름 그 무더위 속에서 장벽 만들고, 지뢰를 묻다가 사고로 부상을 입고 실려 가는 북한 군인들을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모습은 2천만 북한 동포들의 실상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북한 사람들은 김 씨 일가가 지배하는 땅에서 태어나 이 좋은 21세기를 누리지도 못하고 불쌍하게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제 더 이상 북한을 국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북한은 21세기에 존재하는 거대한 감옥입니다.

 

지금 지구상에는 모두 198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을 제외하면 어느 나라도, 제 아무리 독재 국가라고 해도 자기 나라를 벗어나 딴 나라에 간다고 감옥에 넣고 죽이고 그러지 않습니다. 심지어 감옥에서 탈옥해도 북한보다 처벌이 약합니다. 요새 북한에선 탈북을 시도하다 체포되면 최하 8년형을 선고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구금된 자가 도주하면 1년 이하 징역에 처합니다. 즉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됐다가 도망을 가도 1년 이상 형을 더 추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제사회에서 독재사회로 분류되는 중국도 한국과 비슷합니다. 중국 뉴스를 보니 3번 탈옥 시도 끝에 성공해 26년 도주했던 사람이 잡혔는데 탈옥에 관해 4년 형이 추가됐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1회 탈북에 8년이라니 세상 어디에 이런 감옥이 없습니다.

아니, 과거 역사를 돌아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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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있는 소설 ‘장발장만 봐도 4번 탈옥 시도를 해서 14년 형기가 늘었습니다. 그 무법의 중세 시대에도 탈옥 시도 한 번에 3년 정도씩 늘어났다는 말이죠. 제일 중요하게는 기존 형기 5년에 연장 형기 14년을 더해 19년을 살아도, 살아서 나와 빵을 훔쳤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19년 감옥에서 생존한 사람 있습니까. 10년 생존한 사람은 있습니까. 전거리, 증산 교화소에 가면 5년만 살아도 기적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형량도 세계 역사상 최악일 뿐만 아니라, 감시에 있어서도 최악입니다. 탈북하다 잡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유사 이래 국가 전체가 전기철조망과 지뢰로 봉쇄된 나라는 북한 밖에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감옥 밖에 지뢰까지 묻진 않죠. 역사상 북한보다 더 스스로를 꽁꽁 감옥처럼 봉쇄한 나라는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작년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온 사람은 단 한 명입니다. 2천만 명이 수감된 감옥에서 단 한 명만이 탈옥에 성공했다는 것은 북한이 얼마나 최악의 감옥인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북한 사람들이 세계 최악의 감옥으로 알고 있을몽떼크리스토 백작이프성새도 이보다 삼엄하진 않았을 겁니다. 지금 지구상엔 탈옥범을 즉각 사살하라는 상시 명령이 하달된 나라도 없습니다.

 

북한은 국경을 거대한 장벽과 전기철조망, 지뢰, 거기에 중무장한 경비 병력까지 동원해 봉쇄했습니다. 새파란 20대 청년들이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을 죽이거나 잡기 위해 가장 귀중한 청춘 시절 10년을 산골에서 허비하고 있습니다.

 

바다도 탈출구가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엔 목선에 철판까지 두르라고 한다죠. 그렇게 철저히 검사하고 내보냈어도 믿지 못해 레이더로 목선을 감시하겠다는 것입니다.

 

높은 파도에 가랑잎 같은 낡은 목선을 띄워 작업하는 목숨 내댄 어업활동을 하는 것도 북한 사람들이 유일한데, 거기에 철판까지 두르면 얼마나 파도에 더 위험하겠습니까. 그렇지만 김정은의 눈에는 인민의 목숨 따윈 보이지도 않죠.

 

지금도 북한에서의 삶은 김정은이란 교도소장 밑에서 파리 목숨 같은 인생을 연명하는 것에 불과한데,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김정은은 한국과의 분계선에 높고 높은 요새를 축성한다고 합니다. 전혀 의향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북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입에 달고 살던 통일이란 말도 이젠 거추장스럽다고 버렸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교도소장에게 대들 죄인이 없으니 굳이 눈속임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런 감옥에서 북한 인민들은 자신들이 천국에 살고 있다고 세뇌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은 고사하고, 강냉이밥에 된장국도 먹지 못하는데 장군님의 은혜로 행복하다고 떠들어야 합니다. 한국은 감옥에서조차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을 여러분들이 알면 큰일이 나니 반동사상배격법이니 만들어 외부를 알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제 더 이상 혁명이니 행복이니 하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수감자는 수감자답게 시키는 일만 억지로 하면 됩니다. 북한이란 감옥이 언제면 무너질까요. 외부에서 힘을 써주어야 하는데, 어느 권력도 김정은 제거를 감수하면서까지 북한 인민을 해방시켜주려 하지 않으니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영원한 감옥은 없다는 것은 명심하고 힘을 내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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