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리대혁은 왜 타향의 벌판에서 숨을 거둬야 했나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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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미 이 방송을 통해 1만 1000여 명의 북한 특수부대 병력이 러시아로 이동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가한 사실은 아실 겁니다. 이들이 12월 8일경부터 본격 전투에 투입됐는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특수부대가 갔다고 하니 전투를 엄청 잘할 것이라고 믿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북한군 최정예 병사들은 러시아군의 총알받이가 돼 총 한발 쏴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12월의 열흘 남짓 전투에서 북한군 사상자는 1,100여 명이라고 국가정보원이 19일 밝혔습니다. 전사자가 100명 정도, 나머지는 부상자로 추산됩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에 3,000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했는데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12월에 벌써 엄청 많은 피해가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폭풍군단은 마치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사라질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겠죠.
누군가의 평범한 아들이었을 청년들이 김정은의 비자금 마련을 위한 돌격대가 돼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3명을 사살했다며 이들이 지니고 있던 신분증을 공개했는데, 이들의 이름은 리대혁, 반국진, 조철호였습니다.
리대혁의 신분증은 탄환이 뚫고 간 흔적과 핏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그는 1997년생이라고 합니다. 올해 만 27살이니 분대장 이상급의 고참 군인이었을 겁니다.
리대혁은 왜 고향과 수 천㎞ 떨어진 타향의 벌판에서 숨을 거둬야 했을까요. 17세에 군에 입대해 산골에서 죽어라 훈련만 하다가 장가도 가지 못하고 꽃다운 청춘을 바쳤습니다. 전사자 중엔 리대혁보다 더 어린, 어쩌면 18세쯤 되는 군인도 많을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너무 추워 땅도 파지지 않아 사망자들은 화장돼 한줌 가루가 됩니다.
러시아군은 전사한 북한군의 시신을 우크라이나군이 가져가 여론전에 쓸까봐 급박한 상황에서 시신을 회수하지 못하면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입니다. 그래야 이들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을테니까요.
여러분들이 김정은의 현지시찰 때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본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보였겠지만 이건 착시현상입니다.
실전 속 북한군은 전혀 최정예가 아닌, 가장 한심한 전투원들이었습니다.
북한군과 교전했던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지휘관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일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40~50명이 한꺼번에 들판을 달린다. 포격과 드론의 최상의 표적이다”고 말했습니다.
드론은 소형무인기를 의미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한 명이 조종하는 소형무인기에 폭탄을 달아 비행을 하다가 적을 발견하면 바로 쫓아가 폭탄을 터뜨립니다.
드론의 속도가 시속 150㎞나 되기 때문에 사람이 아무리 빨라도 도망을 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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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부대 지휘관은 “러시아군은 드론을 피해 도망칠 줄 알며 숨어서 드론에 총을 쏘지만 북한군은 선 채로 마구잡이로 쏴댔다. 이들을 죽이는 것은 낮은 레벨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특수부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언론은 드론과 숨을 곳이 없는 평야라는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하지만, 이는 일부만 맞을 뿐입니다.
진짜 이유는 이들이 현대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고구려 무사’로 키워졌기 때문입니다.
특수부대에 입대해 10년 동안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은 맨손으로 벽돌을 격파하거나 뒷발차기로 기와를 박살내는 따위들입니다. 또 열병식에 나가 발을 배꼽까지 올리며 씩씩하게 행진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런 것은 실전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특수부대를 현지시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격술’입니다.
군인들은 배에 화강석을 올려놓고 망치로 부수고 깨진 유리 위를 맨발로 걸어갑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김정은은 활짝 웃으며 너무 좋아하는데, 그의 머리 속 특수부대는 격술을 잘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이 정작 공격 훈련을 하는 것을 보면 실소가 나옵니다. 우크라이나에서처럼 무리를 지어 돌격하거나 갖은 현란한 몸짓으로 이리저리 땅에 뒹굴며 총을 쏩니다. 총알을 피한다는 몸짓인 것 같은데, 정작 방탄복을 입고 군장을 착용하면 그걸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본 특수부대 훈련 사진이나 영상에서 현대전의 전투 대형은 본 적이 없습니다.
웃통을 벗고 격술 훈련만하던 북한군은 실제 전쟁에서 전투 군장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10㎏ 넘는 방탄복을 입고 철갑모를 쓰고 무기를 들고, 탄약이 든 무거운 배낭까지 들면 30㎏가 넘습니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보니 벌판에서 폭탄 드론이 따라와도 제대로 뛰지도 못하더군요.
반면 북한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러시아 군인들은 체격이 좋아 달리기도 더 잘합니다. 북한 특수부대의 10년 동안 다져진 주먹과 발은 잘 먹고 힘 좋은 농부 출신의 러시아 신병의 발보다 실전에서 쓰임새가 없을 겁니다.
북한군 최정예 병력이 저 정도면 늘 농사와 건설에 끌려 다니는 일반 병사들은 얼마나 한심할지 안 봐도 뻔합니다.
지금 파병된 1만 명이 넘는 병력들은 지금 속도라면 석 달도 못돼 모두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할 겁니다. 그러면 김정은은 더 많은 부대를 보낼까요.
이들이 전투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해 받은 보상금은 아마 당 자금이라고 하면서 러시아의 은행에 비밀리에 보관돼 유사시 김정은의 비상자금으로 쓰겠지요.
대북제재로 외화를 벌 만한 것을 팔 수도 없고, 팔 것도 없으니, 북한 청년들의 목숨을 팔아 외화를 벌어들이는 김정은 정권을 보면서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언제면 그 죄의 대가를 계산할 날이 올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