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탈북자들] 2023 송년회 밤
2023.12.25
요즘 개인이나 단체에서 송년회가 많이 열립니다. 북한에서도 송년회 기억이 있는데 일단 아버지 직장에서 열리는 송년회가 기억이 됩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로임이 나왔기에 로임에서 돈을 제하는 방식으로 송년회를 즐겼습니다.
직장마다 작업반에 열댓명 정도가 되기에 한집에 모여서 송년회를 하는데 이때는 직장 책임자들도 초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돼지 한마리 잡아서 순대도 만들도 내장을 모두 넣어 구수한 내장탕도 끌이는데 그러면 저녁에 일끝나 모두들 오셔서 두 사발씩 드시기도 했죠.
저희집에선 아버지 직장 동료들 송년회를 계속 진행했는데 그 이유는 우선 쌀도 외상으로 술도 외상으로 먼저 구입해야 하기에 그것을 구입할 수 있는 집으로 선정하기 때문 입니다. 아침에 돼지를 가져와 잡으면 우선 목살 고기로 그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돼지 오줌통을 던져주면 아이들이 좋아서 발로 차기도 했죠.
그리고 시래기와 쌀을 넣어 순대를 만드는데 긴 돼지밸을 삶기 편하게 짜른 후 병사리 윗쪽을 이용해 순대속을 쓱쓱 밀어넣는 것을 보면서 빨리 순대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사실 그 순대막은 지금도 제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영국에서 송년회는 12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진행이 되는데 그 이유는 12월 20일 지나서 부터는 크리스마스와 설 연휴가 있고 이 모든 연휴는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날이기에 그 이후인 함께 모여서 진행하는 행사들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12월초 영국에 있는 주영 한국대사관은 한인 70여명을 초대해 송년회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북한처럼 가정집이 아니라 큰식당에서 행사를 합니다. 이렇게 송년회 모임이 각 곳에서 진행이 되는데 직장에서는 무료로 하기도 하지만 영국에는 NGO 즉 정부기관이 아니고 또 자금없이 운영이 되는 단체들도 있는데 이들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자신들 송년회에 초대를 합니다.
이런 행사에는 주로 돈을 내고 가야 하는데 기부금 방식이기에 불평없이 또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인맥도 쌓고 다음해 함께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는 소중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송년회는 다른 해와 달리 특별한 손님도 모셨다고 하는데요. 1969년 북한이 납치한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국 MBC 방송국 피디였던 황원 선생님 따님 황 세실리아님이었습니다. 1969년 12월11일 강릉공항에서 서울 공항으로 오던 여객기가 갑자기 휴전선을 넘어가 버렸고 1970년 2월 북한은 국제적인 비난을 받자 50명 전원을 송환 하겠다고 약속 했지만 결국 39명만 보내고 11명은 현재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때 황원 선생님 따님은 태여난지 3개월 밖에 안 되었고 지금까지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라왔습니다. 아버님 대한 그리움을 탈북자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간 자리에서 세실리아님은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요. 특히 북한에 계시는 아버님도 비슷한 음식을 드시고 계시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아버님과 한밥상에 앉은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황세실리아”음식으로 통일을 해야겠다. 음식으로 통일을 하긴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왜냐하면 우리가 오감을 움직여서 서로 같은 느낌을 나눌 수 있잖아요.”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분들 올 한해도 건강하게 그 자리에서 본인들 삶과의 투쟁에서 승리하심을 축하드리며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을 뵙기를 바랍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박지현 입니다.
에디터 이진서,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