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유엔인권사무소 앞 북한인권 알리기 행사 눈길
2024.11.13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11월 7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 즉 UPR이 열렸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유엔성원국들은 인간의 기본권을 짓밟는 반인권적 법들을 폐지하고, 부당하게 체포 구금된 정치범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미국과 같은 적대세력의 도발적이고 반북적인 인권 공세”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회의가 열리는 동안 외부에서는 북한인권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이 시간에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11월 7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사무소에서는 제4차 보편적정례인권검토, 즉 영어로 UPR(Universal Periodic Review)가 진행됐습니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미국을 비롯한 86개 나라는 발언권을 신청해,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줄리 터너 미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억류자, 송환되지 않은 전쟁 포로를 포함한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촉진할 것을 북한당국에 권고했습니다.
[줄리 터너/미국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해체하고 부당하게 구금된 정치범을 석방하며, 공정한 재판과 기타 보호를 보장하는 자의적 구금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십시오.
또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2020년 이후 만들어진 이른바 '3대 악법' 폐지 등을 권고했습니다.
2006년 유엔총회에 의해 설립된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 제도는 유엔헌장과 세계인권선언 등 유엔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인권 약속과 의무의 이행 성과를 검토하고 문제가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이를 준수할 것을 권고하는 회의입니다. 4년 반마다 한번씩 진행하게 되는데, 북한은 2009년부터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데, 2009년, 2014년, 2019년 등 세 차례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를 받았습니다. 2019년 5월 실시된 제3차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에서 북한은 유엔회원국들이 제시한 262개 권고 중 132개를 이행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북한은 자국의 인권문제가 유엔무대에서 논의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겨왔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번 4차 회의에서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폐지와 종교의 자유 보장, 강제 노동 중단, 인권 관련 국제협약 가입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북한주민들이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막는 인터넷 차단, 자유로운 토론의 억압, 성분제도에 따른 차별, 강제노동 등 국가차원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철수 제네바주재 북한대사는 “북한주민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북한의 인권은 국권으로 인권을 적대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또한 “미국과 같은 적대세력의 도발적이고 반북적인 인권 공세가 주민 인권 보호에 도전이 된다”고 강변했습니다. 국제사회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청소년 처벌 등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북한 대표는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억지 주장과 달리 얼마 전 북한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12년 이상 노동 교화형에 선고되는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KBS 남한 텔레비전 방송의 보도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KBS영상 녹취>: 16살 소년 2명이 마스크를 쓴 채 학생들 수백 명 앞에 서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는 괴뢰녹화물을 시청·유포시키다가 단속된 동대문구역 삼마고급중학교 학생들이었던 리00과 문00에 대한 공개재판이 있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유포시켰다는 이유로 북한 10대 소년 2명이 12년 노동교화형을 받는 겁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유엔 성원국들의 시정 조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때 밖에서는 북한의 인권탄압 사례를 외부 사회에 알리기 위한 한국의 북한인권시민단체의 활동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편적 정례인권검토 하루를 앞두고 유엔 제네바 사무소 앞에서 남한의 북한인권단체인 ‘하나로 드림’은 피스 허그 프로젝트 (Peace Hug Project)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유엔인권 사무소 앞 상징물인 ‘브로큰 체어’ 앞에는 탈북민 남성과 탈북 2세 등으로 구성된 피스 허그팀이 북한의 청소년 인권 문제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인 겁니다.
피스 허그 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김한별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한별씨: 유엔 사무소 앞에 ‘브로컨 체어’라는 광장이 있거든요. 그 브로컨 체어 앞에서 저희는 하나의 캠페인 형식으로 피스 허그 프로젝트, 안아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몇 달 전에 북한이 공개한 영상 중에 하나가 북한 청소년들이 남한 미디어를 시청하다가 12년인가 감옥에 가게 되고 처형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 주제를 가지고 남한 청소년들을 데리고 가서 ‘북한 청소년 안아주기’행사를 했던 것입니다. 북한 청소년들이 인권을 지켜야 한다라는 의미로, 저희 남한의 청소년들이 그러니까 저희 탈북민 2세들이죠. 그 청소년이 북한 어린이의 옷을 입고 가서 안아주는 행사를 했습니다.
흰셔츠를 입고 목에 붉은 소년단 넥타이를 맨 10대 소녀는 북한 소년단 차림을 한 탈북민 자녀였고, 지나가는 외국인들의 반응도 이외로 남달랐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김한별 씨: 유엔 앞에 사무소에 있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오잖아요. 처음에는 두리번거리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희들 일행에 어린아이가 같이 따라가서 그런지 많은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어떤 이유로 안아주기 행사를 하는가고 물어보더니. 정말 그냥 보고 싶어서 남한 드라마를 보았는데, 북한에서는 처벌된다고 하니까. 그 외국사람들은 남한의 BTS도 많이 알고 있고, 유럽의 많은 분들이 한국 K-Pop에 대해 알고 있다 보니까 북한 어린이는 그런 걸 봤을 때 처형당한다고 소개를 했을 때 상당히 많이 놀라는 분들도 많았고, 북한의 청소년 인권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라는 그런 반응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사단법인 하나로드림이 파견한 피스 허그팀은 북한의 청소년들이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등을 접한 대가로 처형을 당하고 강제노동에 처하게 된 상황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번역한 전단지를 돌렸고, 북한 청소년들을 위로해주기 위하여 안아 주기 캠페인을 진행한 것입니다. 한국의 BTS음악을 알고 있는 각국에서 온 외국인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깊은 관심을 보였고 한국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면 북한 청소년 들이 처형을 당하고 감옥에 간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행사장에서 본 외국의 청소년들은 북한의 실정을 SNS를 통해 많이 알리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고 김씨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남한의 북한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PSCORE)와 유명 광고 제작자 이제석 대표는 스위스 주재 북한대표부 앞 철문에 철창속에 갇힌 김정은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주황색 죄수복를 입고 철창에 갇힌 모습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입은 죄수복에는 ‘한 명만 구속되면 수백만 명이 해방될 수 있다’는 의미의 영문 글귀(ARREST ONE, SAVE MILLIONS)가 새겨졌습니다. 광고물을 제작한 ‘이제석 광고연구소’대표는 김정은 한 명이 태도를 바꾸면 북한 주민 2천5백만 명이 모두 살아날 수 있는 만큼, 옳은 결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 외부에서 북한인권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된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정영기자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