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귀국 앞둔 일부 북한 해외근로자들 불안감 급증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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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이 코로나 봉쇄조치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발이 묶였던 북한 해외근로자들이 3년 7개월만에 정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기쁨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인간의 초보적인 권리인 가족과의 재회를 앞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오늘 시간에는 이와 관련해 남한의 탈북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 8월 전격적으로 국경을 개방하면서 오랫동안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였던 해외 북한 근로자들이 귀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김흥광 대표: 네, 지난달 8월 26일 북한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통해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공민들의 귀국이 승인됐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발이 묶여 있던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귀국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소식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이에 따라 평양과 베이징 또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 간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고요. 고려항공 여객기들이 북한 주민들을 평양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밖에도 철로와 심지어 육로를 통해서도 북한의 외교관, 유학생, 근로자 또한 일반 국민들이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한편 중동 쪽에서도 북한 건설 근로자들의 귀국 행렬이 포착되고 있고요. 또 러시아, 북한 벌목공들의 귀국도 발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 네, 몇년 동안 집에 가지 못했던 해외 체류 북한 인민들의 발걸음도 가벼울 것 같습니다. 자 그런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불만 사항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김흥광 대표: 그 불만 사항은 돈과 관련된 거죠. 그동안 북한 근로자들이 정말 애써서 벌었고 티끌처럼 모았던 돈이 귀국하는 과정에 다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것과 관련된 불만이 터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남한의 ‘프리덤 조선’이 전한데 의하면 북한이 “해외 근로자들이 그동안 번 노임을 현찰로 절대 가지고 못 간다. 이 통관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개인이 소지한 외화를 국내 공식 환율로 돈을 바꿔야 한다”고 오금을 박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돈을 바꾸는 건 바꾸는 건데 교환 환율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뭡니까? 북한 시장에서 교환하면 환율이 1위안 대 1,350원 정도로 바꿀 수 있는데 국가의 공식 환율은 1대 500이란 말이죠. 거의 70% 이상을 약취당하는 그런 꼴이 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막다른 사태에 직면한 중국의 북한 해외 근로자들은 회사 측과 대사관에 불만도 표출하고 있고, 집단 항의하는 등 여러 가지 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중국에서 일한 노동 연한이 짧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벌어들인 돈도 작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5년 짜리 비자를 가지고 나왔다가 코로나 봉쇄때문에 3년간 연기되면서 8년까지 일한 근로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들의 수중에는4만~5만 위안(6천~7천달러) 정도의 급여가 모아져 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국가의 공식 환율로 바꿔야 한다니까 귀국을 앞둔 근로자들의 심정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죠.
기자: 그러면 북한 해외 근로자들이 어떤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까?
김흥광 대표: 이런 귀국 환율 조치에 반발해서 북한 해외 근로자들이 “야, 이거 어떻게 안 떼우고 들여가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여러 가지 방법들이 보완되고 있는데요. 첫째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상인들한테 먼저 자기가 번 돈을 맡기면 그들이 그걸 가지고 북한에 가서 수수료를 떼고 전달해 준다는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 약속이 지켜지겠는지 그건 담보가 없지 않습니까? 두 번째는 중국에 지금 나와 있는 북한 화교들에게 그 돈을 맡긴다는 거죠. 그럼 해외근로자들이 북한에 있는 화교의 집으로 가서 그 돈을 넘겨받는다는 겁니다. 물론 수수료를 떼겠죠. 근데 이것도 사실 확실한 담보가 없습니다.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는 말도 안 되겠지만, 국경연선의 어떤 장소에 돈을 묻어두었다가 밀수 통로를 통해서 그걸 찾아오거나, 파오는 방법도 생각한다는데 오죽했으면 근로자들이 이런 생각도 할까요?
기자: 진짜 절박한 심정이겠네요. 그런데 북한 근로자들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김흥광 대표: 북한 해외 근로자들이 귀국에 앞서 정말 걱정하는 바는 돈도 돈이지만 이들이 해외에 체류하는 도중에 범한 과거에 대해 혹독하게 따지는 사상 총화와 법적 처벌을 앞으로 받아야 되거든요. 여기서 살아남기 어려운 그런 과거를 저지른 근로자들의 불안과 고민은 이만저만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기간 동안에 탈북을 시도하다가 체포된 사람은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반동사상 문화’라고 하는 외국 문화에 심취되었다가 적발됐거나 심지어는 남한이나 외국 사람들과 접촉했거나 혹은 현지인들과 밀주나 마약 등 이런 것들을 가지고 부적절한 거래를 하다가 적발되어 조직적 처벌을 받았거나 또 귀국 후에 법적 처리하겠다 결정한 이런 대상들이 가장 걱정이 많은 거죠.
기자: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과정에 현지 외국인들과 접촉하는 것은 당연했을 텐데요.
김흥광 대표: 그렇지요. 사실 꽉 막힌 체제 속에서 살다가 자유로운 해외에 나오면 말이죠. 어떻게 해서라도 그런 자유를 향유하고 싶은 마음은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다 가질 수밖에 없는 욕구이죠.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들도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과 문화 그에 대한 심취 이런 게 반드시 생기게 돼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해외 근로자들의 일탈행위를 철저히 막기 위해서 적발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정도에 따라서 바로 북한으로 소환하기도 하고, 그 코로나 때문에 어려울 때는 여권을 다 빼앗고, 귀국할 때까지 현장 보위부 유치장에 억류해왔거나 또 동료들을 시켜서 감시하고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 이런 사람들을 모두 북한으로 끌고 가서는 혹독한 법적 처벌을 가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국경 개방과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북한으로 귀국하는 해외 근로자들 중에는 이렇게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자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자: 얼마전 미국의 한 대북인권단체도 탈북민 강제북송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까?
김흥광 대표: 네, 며칠 전이었죠. 중국에서 법적 처벌 대상자들을 잔뜩 실은 두 대의 버스가 중국 단동과 신의주를 잇는 철교를 통과하는 영상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참 걱정이 많죠. 러시아에서도 이미 전에 알려진 뉴스입니다만, 북한 대사관 내 유치장에서 지금 옥고를 치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 식당 ‘고려관’ 대리 지배인 김 씨, 그리고 또 러시아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 일꾼 박 모 씨, 그의 아내 김모, 아들 박 모 이런 사람들이 지금 북송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정말 우리가 걱정 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번 귀국 시에 어떤 희생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마수에서 벗어난 것이죠. 최근 유럽에서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 내지는 탈북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이번 귀국 기회를 북한 탈출의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대담하게 한국행을 하는 이런 외교관들이 앞으로도 많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기자: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외교관들에게는 어떤 고민이 있습니까?
김흥광 대표: 북한 사회에서 엘리트로 통하는 외교관들이 탈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사상 검토와 함께 다시 외국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2016년에 탈북했던 우리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이런 이야기를 자서전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두 단계로 귀국 심사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해당 직무에 복귀하게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혁명화 대상이 되거나 보위부 감옥에 간다…” 그래서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많이 접한 점, 그리고 자녀 세대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점, 이게 아마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 중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요. 다음 시간에 계속하여 추가되는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귀국 소식 들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지금까지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면서 귀국을 앞둔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상황에 대해 남한의 탈북지식인단체 대표를 전화로 연결하여 자세한 소식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홍알벗,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