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김주애는 공부 제대로 하고 다니나?”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4.03.20
[탈북기자가 본 인권] “김주애는 공부 제대로 하고 다니나?”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9월 9일, 지난해 9월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을 녹화중계 했다.
/연합

<탈북기자가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최근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김주애를 ‘향도의 위대한 분’이라는 사뭇 이례적인 존칭어를 쓰며 후계자를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향도자는 인민이 나갈 길을 밝혀주는 영도자”를 뜻합니다. 그런데 김주애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은 여느 일반 고등중학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김정은은 최근 “청소년들의 사상정신 상태에서 심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을 강력히 통제할 것”을 청년동맹에 주문한  있습니다. 10대의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2년에 달하는 반인권적 형벌을 가하는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딸의 이례적인 차림새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주애와 함께 특수부대 훈련과 온실관람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주애에 대해 이례적으로 ‘향도자’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사용하며 후계자 반열에 적극 옹립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연합뉴스 텔레비전의 보도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연합뉴스 TV  녹취>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문과 영문 보도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미의 '향도'라는 표현을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라는 복수 형태로 사용했습니다. 원래  위원장에게 사용하는  표현을  주애에게도 붙인 것으로 해석할  있는 대목입니다.

 

남한 언론들은 북한 매체들이 향도자라는 표현을   대해 이례적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발행된 최신 ‘조선말대사전’에는 향도자는 “혁명투쟁에서 인민대중이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고 그들을 승리의 한길로 향도하여 주는 영도자”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남한의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김주애가 김정은에 이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주애는 부친 김정은과 가죽 잠바를 입었고 긴 파마머리 단장을 했습니다. 김주애는 특수부대 훈련 모습을 진지에서 쌍안경으로 지켜보거나, 평양 인근에 조성된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장을 찾아 손가락으로 뭔가 가리키며 민생을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도 김주애가 후계자가 유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이 40대로 아직 젊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 매체가 ‘위대한 향도’와 같은 후계자 선전을 일관한다면 김주애가 언제든지 후계자로 되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주애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은 일반 청소년들과 현저한 차이가 있는 모습으로, 지나친 특혜가 아닌가는 불만이 북한 주민들 속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양강도 주민은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김정은과 리설주를 닮은 딸이 있다는  대해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자주 등장하자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유는 우선 어린 딸이 공주처럼 차려 입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데 대해 주민들은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 매체는 26차례 거쳐 김주애가 공식 무대에 등장한 모습을 공개했는데, 2022년 처음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장에 등장했을 때는 오리털 솜옷을 입고 머리를 묶은 수수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등장 횟수가 잦아지면서 목걸이를 하고 나오는가 하면 진한 자주색 가죽점퍼를 입고 어머니처럼 머리단장하고 어른스러운 옷을 입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이색적인 머리단장을 단속하라는 것은 김정은의 특별한 주문입니다. 김정은은 청년동맹 10차대회 참석자들에게 새세대 청년들의 사상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한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연설 일부 녹취>: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중략) 정신·문화 생활과 경제·도덕 생활을 바르게, 고상하게 해나가도록  교양하고 통제하여야…

 

김정은의 이러한 주문은 한국 드라마  외부 문물이 북한 내부에 확산되면서 체제를 흔들  있는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보여준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위원장은 “새세대들의 사상·정신 상태에서 심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며 심각성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노동신문은 ‘청년교양사업에 혁명의 전도가 달려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년들 속에서 나타나는 이러저러한 불건전한 현상들을 단순히 그들의 취미나 멋이라고 여긴다면 그 후과는 대단히 엄중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유입된 한국영화와 드라마 등 외부 문화가 점차 북한주민들의 사상의식을 깨우치고, 김정은 정권이 뿌리채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는 겁니다. 북한은 2020년 남한 영상물 유포자를 최고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부과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있습니다. 이어 ‘청년교양보장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하고 10대 청소년들을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법들은 북한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겪어보지 못한 잔인한 악법입니다.

얼마전 남한의 대북인권단체 샌드연구소는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10대 미성년자에게 수갑을 채우고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북한 내부 교양용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수갑을 차던 청소년들은 김주애와 비슷한 10대입니다. 남한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비상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는 “남한에서는 범죄가 있는10대 청소년들을 대부분 교양하는 것에 우선하고 있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영상물을 봤다고12년동안을 구금 시설에 가두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북한 영상에도 여성들의 머리단장을 질타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KBS영상 녹취/ 샌드연구소 제공 북한 영상>: 사람들 속에서 옷차림과 머리 단장을 해괴망측하게 하고 수도(평양)의 건강한 분위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3년 기사에서 "사회에 갓 진출한 처녀들이나 대학생들의 머리는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머리 형태들인 단발머리, 땋은 머리로 단장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자행되는 청년들의 복장 통제와 관련해 미국의 패션 잡지 ‘GQ’ 는 “국제적 왕따이자 3류 패션 영향력자인 김정은이 이번에는 법의 힘을 통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김주애가 부친과 함께 자주 등장하자, “공부는 하지 않고 아버지만 따라다니는 모습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김주애가 공개활동에 처음 등장한 2022년 11월은 북한 고등중학교 학생들이 모두 공부하는 시기입니다. 가장 최근에 강동종합온실을 방문했던 3월 16일 역시 북한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기입니다. 남한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김주애의 나이는 11살입니다. 11살은 학생들에게 있어 지식의 기초를 닦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지역의  학부모는 “아무리 머리가 뛰어난 학생이라도 수업에 빠지기 시작하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기초가 빈약해지면 공부에 취미를 느끼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10대 학생들의 학습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다른 학교를 옮기거나 이사 하는 것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가서 제대로 적응하겠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남한 국가정보원은 김주애가 홈스쿨링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홈스쿨링은 초등학교와 고등중학교  학교에 전혀 다니지 않고 가정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는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독일과 같이 홈스쿨을 불법으로 채택한 국가도 있습니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부모들이나 개인교사들이 특권의식을 심어주어 인성교육이 소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다만,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홈스쿨링을 건강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허용한다고 합니다. 김정은과 친 여동생 김여정, 친형 김정철도 모두 어린 시절 홈스쿨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삼형제는 또한 스위스에서 유학을 해 북한내 친구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북한 주민들은 어린 김주애가 주요 공식행사에 등장해 최고의 대우를 받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텔레비죤에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양강도 주민은 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김주애를 띄우기 시작하면서 외부 사회에는 이런 말이 돌고 있습니다.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입니다. 즉 최고지도자의 딸은 아무리 일탈행위를 해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의 아들딸은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10년 이상 쇠고랑을 차고 살아야 하는 차별을 빗댄 것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통해 본 내외부의 반응과 북한의 반인권적 미성년자 처벌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