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의 심정은 ‘호미난방’?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4.11.13
[화제성 갑] 김정은의 심정은 ‘호미난방’?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팜 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파티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전 영부인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AP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세계 각국은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재선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도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인데요. 김정은 총비서는 왜 아직 잠잠한 걸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일주일이 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13일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에도 트럼프 당선에 관한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던 2016년 대통령 선거 때는 열흘이 지난 후에야 대남 비난 기사에 끼워 넣어 간접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일주일 지나도록 잠잠한 김정은

 

기자: 트럼프가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던 1기 당시 김정은 총비서와 두 차례 정상회담도 가졌고, 이번 선거 기간에도 김정은과 잘 지내고 있고, 잘 지내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이번엔 트럼프 당선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지금 김정은 총비서는 어떤 심정으로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김금혁: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심정은 한마디로 ‘호미난방일 것입니다. 호랑이의 꼬리를 놓지도 잡지도 못한다는 사자성어가 호미난방 아닙니까. 즉 필요한 일을 함에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주 난감한 상황을 뜻하는 것이죠. 지금 미북 관계, 특히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사이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북한 입장에선 해리슨 후보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북한에게 조금 더 나은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해리슨 후보는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든 정부의 대북 강경책 내지는 전략적 무시 전략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런 기조 하에선 북한이 원하는 국제 사회의 제재 해제나 외교적 고립 탈피는 상당히 어려워지죠. 반면 트럼프 후보는 여전히 김정은과의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고, 자신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여러 차례 내비쳤기 때문에 북한은 트럼프와의 연결고리를 다시 살려 무언가 해볼 수 있는 무대 자체는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단 대화는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요.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 못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서로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산책을 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결과물을 과연 얻어낼 수 있느냐 입니다. 과거 트럼프 1기 시절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 그 자체 아니었습니까.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마치 모든 쌓였던 갈등이 한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으나 결국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적인 요구 조건을 공개하며 북한은 아무 이득도 없이 오히려 하노이 노딜 이후 외교적으로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죠. 그런 과거에 대한 교훈 때문이라도 현재 북한은 표정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트럼프의 재등장에 대해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화를 내야 하는지 조차 애매한 것이죠.

 

-트럼프가 구상하는 북한과의 관계

 

기자: 확실히 과거 양상과는 많이 달라지겠죠.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총비서와 친분을 과시하고 있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고요. 전보다 핵무기를 늘려 더 많은 협상 카드를 쥐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 CNN 방송도 트럼프는 더 위험한 북한 지도자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앞으로 미북 관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금혁: 기본적으로 미북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어떤 상황을 원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미북 관계에서 북한은 종속적인 변수일 뿐 북한이 주도적으로 뭔가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구조 자체의 불가능으로 인해 논외이죠. 즉 현재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 그를 보좌하는 외교안보 라인들이 북한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냐가 중요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까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은 안 하고 있습니다. 1기 때는 완전무결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그들의 목표였지만 현재는 여러 상황의 변화로 인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그런 점을 트럼프 진영도 잘 알고 있기에 섣불리 카드를 드러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능력 동결이죠. 즉 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시점 이전까지의 핵 능력은 유지하고, 그 이후의 어떠한 핵 능력의 개발과 미사일 능력 개발을 멈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이 원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핵 능력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북한이 그렇게 원하는 핵보유국의 실질적인 인정과도 같은 것이기에 북한 역시 현재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북핵 동결에 대한 논의, 핵 군축에 대한 논의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고 일본이나 나토국가들 역시 이런 방향으로 북한의 핵이 허용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의 핵무장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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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겠네요.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고민할 게 하나 더 있죠. 지난 11,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6월 러시아와 체결한 군사동맹 수준의 새 조약을 비준하면서 북한군 전투 참여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북한은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첨단 미사일 기술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고요. 이처럼 북러 관계가 한층 더 강화되면서 미북 대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단기적으로 봤을 때 미북 대화는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러우 전쟁에 집중하겠지만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북한은 미국과 협상해야만 합니다. 결국 북한이 가장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은 대북 제재이고, 그것을 해제할 능력이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 뿐이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역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협상장에 끌려 나올 것입니다.

 

-트럼프의 전쟁 개입과 북러 관계의 변화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재집권 시 ‘24시간 안에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한 바 있죠. 트럼프가 이 공약을 실현한다면 현재 굳건해 보이는 북러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김금혁: 트럼프 특유의 허풍과 과장을 조금 걷어내더라도 미국이 러우 전쟁에 개입해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예상은 변함 없습니다. 단지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죠. 문제는 누구에게 유리한 상태에서 끝나는 것인가 입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종전안 즉 현재의 시점에서 전투를 멈추고 점령한 영토에 대한 반환 없이 전쟁을 끝내는 방식은 러시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종전안입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영토의 20%를 러시아에게 빼앗긴 상태입니다. 이번에 그것을 돌려 받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영토를 영영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그토록 원하는 나토 가입 역시 미룬다고 하죠. 그것 역시 러시아가 원하는 것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종전이 된다면 북러 관계는 더욱 돈독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승자의 연합인 듯 행동하겠죠. 또한 자신감을 얻어 또 다른 국제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전쟁이 끝나야 합니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게 끝나는 것이 향후 국제 정치에 유리합니다. 러시아가 북한을 버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런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러시아도 전후에는 경제 복구가 필요합니다. 러시아가 다시 미국과 협상하고 유럽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을 도모할 때 북한을 반드시 떼어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북러 관계를 약화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러시아와 북한 모두에게 피해를 안기는 종전안이 되겠죠.

 

-통미봉남? 한국이 벌이게 될 치열한 외교전

 

기자: 지난 11,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 브로맨스, 남자들의 우정 관계를 재개할 지를 두고 한국인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가 핵위협을 일삼는 김정은을 보고 싶은 친구처럼 대하니 한국인들이 불편해 한다는 건데요. 실제로 트럼프 재당선과 함께 한국에서는 핵보유 필요성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약 70%가 핵보유를 지지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당선과 함께 한국은 통미봉남, 북한이 미국과 협력하고 한국을 배제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같은데요. 한국으로선 어떤 정책이 필요하겠습니까?

 

김금혁: 자체 핵무장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논의는 시작해야 합니다. 실제 개발로 간다라기 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과정 하나 하나를 모두 협상수단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한국에게 북한의 핵을 용인한다는 조건은 사망선고나 다름 없습니다. 한국은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한국의 핵보유 당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겠네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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