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송전탑에서 사람 떨어져도 작업은 계속?
2024.12.04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지난주 북한에서는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남측이 지어줬던 송전탑을 철거하는 모습이 포착됐죠. 그것도 북한군 여러 명이 위험천만하게 맨몸으로 송전탑에 올라 전선을 자르는 모습이었는데요. 결국 일이 터졌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한국 통일부는 지난 3일 “지난달 30일 경의선 군사분계선(MDL) 이북에 있는 송전탑 여러 개가 전도됐다”며 송전탑이 무너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통일부가 공개한 군사분계선(MDL)과 개성공단 사이 경의선 도로 영상을 보면 북측 지역에 세워진 송전탑 중 36번과 37번이 전선이 절단된 뒤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또 35번 송전탑은 전선이 제거된 후 최상단 부분이 무너졌습니다. 특히 영상에는 송전탑에서 전선 제거 작업을 하던 북한 군인이 10m 가량 높이에서 추락하는 장면도 그대로 담겼습니다.
기자: 저도 영상을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지난주 이미 전문가들은 안전 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송전탑에 올라가 고압선을 자르는 북한 군인들을 보고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는데요. 아니 왜 북한에서는 그 무거운 전선을 자르면서 송전탑이 무너지거나 사람이 다칠 거라는 계산은 없는 걸까요?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이 작업을 계속하진 않겠죠?
김금혁: 저도 통일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며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사고를 당한 그 군인의 안위가 너무 걱정되기도 했고, 그런 상황을 만든 북한의 처사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는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송전탑에 올라가 전선을 절단하는 작업은 매우 높은 위험도를 안고 있는 작업이니만큼 숙련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작업을 할 시에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 요소를 판단하여 안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첫 번째 순서 아닙니까. 그렇게 모든 준비를 하고 작업에 임해도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 건데, 북한이 보여준 장면은 그런 위험한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안전을 전혀 돌보지 않는, 즉 어떠한 안전 장비도 없이 매우 구시대적인 도구로 작업을 강요한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거든요.
북한의 전형적인 인권 경시 현상, 인명 경시 사상이 그대로 노출되었다고 봐야겠죠. 지금 현재 북한 내 15개의 송전탑 중 4개 정도가 철거가 되었고, 아직 11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철거 작업을 완료하기 전까진 북한이 계속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그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래야죠.
기자: 북한은 올해 경의선·동해선 도로 가로등과 철로 침목 제거, 10월엔 경의선·동해선 도로까지 폭파했죠. 전문가들은 이번 송전탑 철거 역시 김정은 총비서의 ‘남북 적대적 교전국’선언 이후 관계 단절에 따른 조치로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에선 전기선이나 철근 이런 게 다 돈이 되니까 아무래도 지금 철거한 전선이나 무너진 송전탑 잔해가 그냥 버려지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저도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데요. 송전탑 같은 경우 완전히 해체해도 다시 그것을 조립할 수 있고, 다른 곳에 다른 용도로 사용도 가능합니다. 전선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전선을 자른다고 그게 아주 쓸모 없는 쓰레기로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은 어차피 남북 단절을 선언했고, 당분간 남한에서 들어오는 전기를 받을 일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옮겨 다른 곳에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거죠.
이와 비슷하게 현재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한국 공장들도 북한이 설비들을 하나씩 뜯어다가 다른 곳에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차례 들려온 바 있죠.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북한이 하고 있는 행위는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거죠. 북한이 손을 대고 있는 공장 설비나 호텔 설비, 송전탑 등은 모두 엄연히 한국의 재산입니다. 한국의 재산을 건드리려면 한국과 협의를 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수순이지만 북한은 이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한국과 일절 협의나 통보 없이 독단적으로 재산을 훼손하고 있거든요. 이를 지켜보는 국제 사회는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북한과 교역이나 경제 협력을 하다가도 북한이 변심하거나 지금처럼 적대적으로 돌아선다면 투자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하겠습니까? 따라서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행위들은 자기 발등을 찍는 행위이고, 북한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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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한국에선 커피를 비롯한 각종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특별한 곳에 문을 열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달 29일 하성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과 불과 1.4㎞ 떨어진 애기봉에서는 북한 개풍군 민간 마을과 송악산을 조망하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경기 김포시는 앞으로 애기봉을 세계적 문화관광지로서의 위상을 갖춘 애기봉평화생태공원으로 적극 육성해 나갈 방침입니다.
기자: 스타벅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카페로, 전 세계에 4만여 개의 매장이 있다고 하죠. 중국의 매장이 미국 다음으로 많고요. 최근 북한 관련 뉴스에 달린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 대부분은 소개해 드릴 수 없을 정도로 욕설과 비난 일색이었는데요. 북한을 바라보며 음료를 마시는 카페에 대한 뉴스에 대해선 인터넷 이용자들 대부분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 보면“너무 좋네요. 가봐야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극과 극의 현실을 볼 수 있다니...꼭 한 번 가보고 싶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중단되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도 불 밝힌대요”, “유효 사거리 내 구역 아닙니까? 위험할 거 같습니다”등이 있었습니다.
일단 찬성 댓글이 많든 부정적인 댓글이 많든지 간에 큰 이슈, 즉 사람들의 많은 호응을 불러온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스타벅스하면 뭡니까. 한때 맥도날드처럼 자본주의, 특히 미국의 상징 아닙니까. 그런 미국의 상징이 다른 곳도 아닌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보는 곳에 설치가 된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한국 국민들도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유의 상징과도 같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단 하나의 자유도 없는 북한 땅을 바라보는 그 감정과 기분은 참으로 오묘하겠죠.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충분히 보일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도 이 스타벅스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것이고,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을 해 본다면 이런 시도 자체가 정말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때 애기봉은 스타벅스 이전에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곳 아닙니까. 크리스마스가 되면 각종 조명으로 장식한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북한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죠. 그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자 북한 당국이 기를 쓰고 이것을 없애려고 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스타벅스 역시 그런 효과를 노린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런데 댓글 중에 북한과 가까워 위험할 것 같다는 의견도 꽤 있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에선 애기봉 성탄나무에 불을 밝히는 것 자체로도 민감해 하는데, 그런 애기봉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있다면 당국이 당연히 못마땅하겠죠.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스타벅스의 존재에 대해 북한 당국은 상당히 불편한 심경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를 제지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애기봉 트리의 경우 그저 하나의 물체에 불과하지만 스타벅스는 안에 사람들이 상주하는 그런 건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물리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곧 전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도발의 범위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고요. 스타벅스는 일단 미국 회사가 만든 상표이기 때문에 북한이 만약 해당 스타벅스를 없애기 위해 물리력을 사용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도 큰 악영향이 있습니다. 북한은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시도 자체가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북한을 도발하는 개념 보다는 북한의 현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 것인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요한 시설로 자리 매김할 것 같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빠른 시일 안에 방문을 해볼 예정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