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한국, 중국이 먼저 내민 손 꽉 잡아야
2024.11.06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소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가짜 뉴스나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소식은 뭘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KBS와 단독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과 첫 교전을 벌였다며, 이번 교전은 소규모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쿠르스크에 배치될 북한군의 수는 최대 15,000명에 이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북한군 1만여 명이 러시아에 가 있고, 이중 상당수가 격전지인 쿠르스크를 포함한 전선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40여 명이 이미 전사했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국내 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관련 뉴스 신빙성 제로
기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군과 파병된 북한군의 첫 교전이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해준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 교전에서 북한군 1명 빼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 간신히 살아남은 북한군 부상병의 증언 영상, 러시아 장갑차에서 내린 북한군이 우왕좌왕하는 영상 등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생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고, 그 진위 여부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혁 씨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소식들에 대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현재까지 북한군 투입과 관련한 여러 사진과 영상 그리고 증언들을 종합해서 볼 때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인정한 소규모 교전을 제외한다면 확실하게 믿을 만한 자료는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 수많은 정보들은 오히려 진짜 정보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표적으로 북한 인민군 군인 증명서와 같은 사진, 개고기 통조림 사진 등등 북한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자료들은 오히려 북한군의 실제 투입 시점과 그들의 작전을 모호하게 만드는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해당 뉴스를 보는 국민들도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요. 사실 대부분의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소문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진행하는 심리전의 하나로 이해할 순 있습니다. 북한군 투입 시점에 맞물려 북한군의 투항 혹은 전투능력 저하를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잘못된 정보가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은 어느 쪽에든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푸틴과 최선희 깜짝 면담, 무엇을 논의했을까
기자: 북한 당국은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이 위험한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과거와는 다른 밀착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4일, 모스크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온 최선희 외무상을 만났죠. 예정에 없던 만남이라고 하는데요. 러시아가 파병에 대한 답례로 북한에 돈과 미사일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푸틴은 최선희와 어떤 논의를 했을까요?
김금혁: 저는 기본적으로 추가 파병에 관한 논의, 김정은의 방러, 러시아의 북한 지원에 관한 논의들이 집중적으로 오고 갔을 가능성을 크게 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북한군의 숫자가 약 1만200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숫자로 전쟁의 근본적인 승패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단 보름이면 사라질 수도 있는 병력 숫자거든요. 따라서 러시아는 현재 쿠르스크뿐 아니라 남부전선 전체에 걸쳐 우크라이나 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기기 위해 더 많은 북한군 파병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 처지인 것도 맞습니다. 따라서 이번 최선희의 방북 과정에서 그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일단 크고요. 러시아 입장에선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새로운 행정부가 진영을 갖추기 전에 최대한 많은 피해를 우크라이나에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추가 파병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사안입니다.
북한은 그런 러시아의 추가 파병 혹은 무기 지원 요구에 대한 댓가로 더 많은 지원, 김정은의 방러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이고요. 외교적 고립상태에 놓여 있는 김정은은 현재 유일한 출로가 바로 푸틴과의 잦은 만남입니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해주던 중국과도 관계가 이미 틀어졌고, 오직 북한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국가는 현재 러시아가 유일하거든요. 따라서 러시아와의 주기적인 접촉을 통해 외교적 출로를 찾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영향력을 빌려 자신들을 옥죄는 유엔 제재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최선희든 김정은이든 둘 다 러시아와의 접촉을 늘려 갈 것으로 보이고요, 러북 협력 혹은 러북 밀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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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4일, 그동안 한국과 냉랭했던 중국이 깜짝 발표를 했죠.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북한 때문일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중국이 오는 8일부터 내년 말까지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안도라,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비자를 면제한 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 무비자? 중국이 한국에 구애하는 이유
기자: 15일 이내로 중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되니 한국인들이 중국을 오가기에 훨씬 편리해진 건데요. 하지만 한국 정부에 이에 대한 사전 통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전격적인 조치였다는 평가인데요. 북한 때문에 한국과의 간격을 좁히려는 의도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습니다. 금혁 씨가 본 중국의 속내, 어떤 것 같습니까?
김금혁: 사실 저도 뉴스를 보면서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것도 그럴 것이 한국이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고 한국 내 중국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닌데, 중국이 먼저 전격적으로 호혜적인 조치를 취했거든요. 중국이 이런 나라가 아닌데 말이죠. 그만큼 중국 역시 러북의 밀착, 중국을 패싱하는 즉 중국을 고립시키고 러시아와 북한이 가까워지는 현재의 동북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한국과 손을 잡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러시아가 만약 북한과 손잡고 두만강 하구 일대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 부동항 확보 차원에서 청진이나 함흥, 나진선봉에 대해 관심을 돌린다면 중국의 훈춘을 비롯한 동북지역은 고립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건 중국도 바라는 그림이 아니죠. 그런 측면에서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선심을 베푸는 정책까지 해가며 한국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죠.
기자: 북한이 러시아와 친밀해지니 중국이 한국에 손을 내미는 재미있는 형국이 펼쳐졌다는 얘긴데요. 중국 내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이 있는 이상 한중 관계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앞으로의 한중 관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국, 중국이 먼저 내민 손 꽉 잡아야
김금혁: 한국 입장에선 중국의 이런 선제적인 조치에 대해 적극 응해야 합니다. 물론 한중관계 역시 험난했고, 넘어야 하는, 그리고 반드시 짚어야 하는 부분들도 존재합니다만, 러북의 군사 협력에 대해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것 역시 한국이기에 중국과 손을 잡고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면 바로 지금이 가장 적절한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한한령도 풀고 경제적인 협력관계도 다시 구축한다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고, 동북아에서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에 북한이 추구하는 통남전략을 무력화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전통적인 북한의 우호국인데 만약 중국과 북한을 영원히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만 있다면 뭐든 못하겠습니까. 국가 이익을 앞에 두고 감정싸움은 무의미합니다. 지금은 눈앞의 현실에 맞게 이익만을 따질 때입니다.
기자: 그런데 또 하나 문제는 한국인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반중 정서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는 건데요. 중국의 비자 면제 관련 뉴스에도 인터넷 이용자들의 비난의 댓글이 많았죠?
김금혁: 대다수 댓글은 중국이 어떻게 해도 중국엔 안 간다는 내용이 많았는데요. ‘한한령 해제까지 받아내라. 무비자로 끝나면 중국만 이득이다’, ‘중국 관련 유튜브나 기사에 부정적 내용 댓글 단 사람 중국 공안이 다 파악하고 있으니 갔다간 간첩으로 체포된다’, ‘요새 누가 중국 가냐? 중국 자국민들도 해외로 도망쳐 나오는데’, ‘6.25때 공산군으로 한국 침략해서 통일을 방해한 죄악을 오히려 자랑스럽다며 자기들 선전선동거리로 써먹는 나라엔 안 간다’등 적대적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한국 국민이 중국에게 안 좋은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한복을 자신들의 전통의상이라고 우겼던 중국의 주장이나 김치 논쟁 등 동북공정 관련 갈등만 놓고 봐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살얼음판 같았죠. 중국에게 하도 시달렸던 한국인들이기에 충분히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한다면 지금 중국이 오히려 굽히고 들어온 상황이니 한국 역시 이 상황을 잘 역이용한다면 기존의 불합리했던 한중관계 역시 정상으로 돌릴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