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조국의 장한 딸들’북한 여자 축구선수들의 미래
2024.09.25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북한이 우승했다는 소식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렸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죠.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위대한 우리 국가의 명예를 세계에 떨친 조국의 장한 딸들”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여자축구가 23일 콜롬비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제압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전면적 국가발전의 새 전기를 보란 듯이 열어나가는 온 나라 인민들에게 커다란 고무적 힘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하며 “2006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 경기대회에서 또다시 우승을 쟁취함으로써 우리 나라 여자축구팀은 최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보통 노동신문 1면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정이나 노동당 주요 행사, 정치 사설 같은 게 실리죠. 그런데 이번에 여자 월드컵 우승 소식이 노동신문 1면에 많은 사진들과 함께 대서특필되면서 이례적인 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어느 나라라도 1면에 실릴 만한 기사내용인데, 북한에선 이제까지 이런 일이 거의 없었습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보통 노동신문의 1면은 북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지면이기도 하고, 그 중요성 때문에 김정은의 현지지도 내용이나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전하는 정론, 사설 등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주로 실리곤 합니다.예컨대 김정은의 주요 외교활동이 소개되기도 하고요. 주요 국가들 정상들을 만난다든가 축전을 보낸다든가 등등 상당히 공식적인 용도로 1면의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특징이죠.
이번처럼 이렇게 스포츠에서의 성과를 주요 1면에 소개한 적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에 북한의 의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죠. 저희가 보도를 통해 수차례 전해드린 바와 같이 현재 북한 내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민심이 좋지 않습니다. 김정은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 혹은 북한 권력 계층 전반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죠. 무수히 많은 경제 정책들이 실패했고, 또 재난 상황에서도 허둥지둥했죠. 올초 김정은이 약속했던 경제 성과들은 현 시점 그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김정은도 그걸 알기에 요즘 공개 행보를 줄이고 주로 군부대 시찰만 돌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그런 와중에 북한 20세 이하 여자축구팀이 우승을 했으니 북한은 이런 소식이라도 전해 주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겠죠. 또한 간만에 북한에 전해진 좋은 소식이기도 하고, 웃을 일 없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으니 북한은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북한 당국 입장에선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여론도 달랠 수 있고 주목도 좀 다른 곳으로 끌 수 있고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기자: 기사 제목에서도 ‘국가의 명예를 세계에 떨친 조국의 장한 딸들’이라고 치켜세웠으니 우승을 이끈 최일선 선수를 비롯해 선수들의 처우가 앞으로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김금혁: 네. 여기서 먼저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한은 항상 연령별 대표팀 성적은 좋았습니다. 특히 여자 축구에 한정해서 말씀 드린다면, 북한 여자 연령별 대표팀은 벌써 세 번째 월드컵 우승을 거둘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죠. 그러나 이 선수들이 성인 선수 레벨, 즉 프로축구 단계로 올라가면 이상하게 실력 발휘가 안 되고, 국제 무대에서도 그 정도 급의 성공을 거두진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남자 축구는 유소년이나 청소년 무대에서도 기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으나 여자 축구는 확실히 강팀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성인팀, 프로팀의 벽이 항상 이들에게는 높았다는 점을 좀 말씀드리고 싶고요.
물론 우승을 했으니 처우는 분명 좋아지겠지만 성인 대표팀으로 승격한 이들이 또다시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사실 이번에 거둔 우승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 북한 연령별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도 결국은 성인급에서는 반짝하지도 못하고 사라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여자 대표팀 역시 지켜봐야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노동신문 1면에 소개가 된 만큼 앞으로 진로를 정하거나 대우를 받는 측면에 있어 확실히 다른 선수들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봐야겠죠. 만약 이 선수들이 충분히 성인팀에서도 실력 발휘를 할 수만 있다면 북한은 여자 축구 역사에서 또 한번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2의 정성옥이 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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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봉쇄 이후 최근 2년 사이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며 가입자가 최대 70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24일, 미국 싱크탱크 크림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공개한 ‘2024년 북한의 스마트폰’ 보고서에서 국제 무역 재개로 북한 휴대전화 시장에 활기가 돈다고 진단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인구를 2천400만명으로 추정하고, 당국의 규제에도 수요가 늘면서 휴대전화 가입자가 현재 650만~700만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추정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지능형 손전화, 혹은 타치폰으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소식과 실시간으로 필요한 모든 생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터넷을 할 수 없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북한에서 타치폰이 대세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금혁: 현재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지능형 손전화의 주요 고객은 2030 세대라고 합니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이미 한국형 손전화, 즉 스마트폰에 대해 익히 알고 있고 자신들도 그런 멋진 손전화를 쓰고 싶겠죠. 수요가 존재하면 공급이 따르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또한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앱이나 필요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죠. 그럼에도 게임을 한다든가, 날씨를 본다든가, 책을 읽는 기능들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에서 그 수요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문자 통보문 기능도 발달되어 있고 이제는 북한에서 손전화가 없으면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그 활용도가 높아져 앞으로 그 수요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자: 특히 북한의 최신 지능형 손전화들이 중국 회사에서 만든 휴대전화에 북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이 지적하기도 했었죠. 이렇게 껍데기만 북한산인 최신 타치폰도 계속 나오고 있고, 구색을 맞추듯 북한은 지금보다 더 빠른 통신망도 새로 도입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이토록 정보통신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요?
김금혁: 북한은 현재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모든 손전화의 기능을 통제하고, 정보 통제 역시 강도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허락한 손전화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북한 주민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는 더욱 심해짐을 나타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즉 지능형 손전화라고 해도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매우 제한적인 반면 북한 당국이 미리 깔아놓은 기능들, 즉 주민을 감시하고 그들이 어디서 뭘 보고 뭘 하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능들은 삭제하거나 제거하지도 못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주민 통제에 이 손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높아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손전화를 쓰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손전화를 보급하는 회사가 10곳 이상으로 늘어난 것만 봐도 철저히 북한 당국의 의도에 의해 손전화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한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이 손전화들은 상당한 고가의 제품들입니다. 우리 기준에서는 저가형 상품에 지나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고려했을 때 엄청 비싼 가격이죠.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손전화를 팔고,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죠. 이래 저래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셈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