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7차 핵실험? 북 줄다리기 수단일 뿐
2024.09.18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수해 복구로 한동안 잠잠한가 했더니 엿새 만에 또다시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분명한 의도가 있겠죠.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8일 오전 6시 50분쯤 북한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 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사일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일본 방위성이 추정했습니다. 합참은 북한 미사일이 400km를 비행했으며, 정확한 미사일 제원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번 탄도 미사일 발사는 지난 13일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공개 닷새 만입니다.
기자: 엿새 전 초대형 방사포 KN-25를 발사했을 때도 동시다발 타격 능력을 과시했었죠. 바로 다음날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을 공개한 것도, 바로 이렇게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히는데요. 세계 언론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좀 짚어볼까요?
김금혁: 지난 두 달가량 잠잠했던 북한이 최근 들어 꽁꽁 숨겨두었던 자신들의 핵시설을 전격 공개하고 다양한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며 다시금 군사적 도발의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단계별로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는 북한이 결국 미 대선을 목전에 두고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죠.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이례적인 도발 행보에 대해 한미 및 국제 사회를 상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고 국방부문의 성과를 점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성과는 결국 국방 부문 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을 테고, 그러니 올해가 가기 전에 각종 도발을 통해 자신들의 국방력 증강을 선전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은 추석 연휴를 전후로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주목을 끌었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처음으로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입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고농축 우라늄(HEU) 관련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해당 시설은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추가적으로 공개를 요구했던 그 강선 핵시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죠.
해당 우라늄 농축 시설은 이미 대규모 증축 단계를 거쳤고 관련 설비들도 모두 최신 장비입니다. 이제는 대놓고 국제 사회에 공개할 만큼 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선이 코 앞인 미국을 향해 핵시위를 함과 동시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자신들과 협상을 하기 위해선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같은 거죠.
핵시설 공개 이후 북한이 연달아 발사하고 있는 탄도 미사일들이 그 성격을 규정짓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들인데요. 언제든 자신들은 핵능력을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표현이고 상대에 대한 군사적 위협입니다. 비핵화는 이제 더 이상 어떠한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죠. 김정은 스스로 여러 차례에 걸쳐 ‘재래식 전쟁이 시작되더라도 바로 핵으로 확전해서 배합전을 하겠다' 또는 '그 능력을 확실히 하겠다'라고 강조했죠.
기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 올해 안에 핵실험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이상 핵실험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핵실험은 북한이 누를 수 있는 마지막 버튼 같은 것인데요. 현재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만으로도 충분히 자신들의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봐야죠. 만약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핵실험에 나선다면 김정은과 잘 지내보겠다고 말하는 트럼프 후보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북미관계의 선을 넘는 것이고, 미국 공화당 내부에 잔존해 있는 대북 강경파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줄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특대형 도발에 매달릴 경우 북한을 강하게 억제하겠다고 주장하며 김정은을 독재자라 부르고 있는 미국 민주당 진영에는 호재가 됩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현재 바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북한은 핵실험 버튼까지는 누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하고 있는 모든 행동에는 자신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북한 입장에서 공정한 주제를 회담의 주제로 삼기를 원하거든요. 즉 그 공정이라는 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책임 있는 핵보유국 사이의 핵군축 협상을 통해 북한의 외교적 수단을 극대화 하고 많은 것을 미국으로부터 양보 받으려는 것이죠. 북한은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수십년간 핵무기를 개발해 왔던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것이 거의 실현될 뻔 했던 것이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고요.
따라서 북한은 이번에야 말로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핵무기는 보장 받으며, 적절한 조건으로 국제 사회에 복귀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겠죠. 그런 북한이 해야 하는 것은 줄다리기이지, 그 줄을 끊어버리는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핵실험 버튼은 그 줄을 끊어버리는 멍청한 행동이고, 만약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면 이번에는 중국 역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북한은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마지막으로 큰 변수는 북한이 정말 핵실험에 나선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 논의를 수십 배 빨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당선되고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하며 한국을 압박하게 될 경우 자체 핵무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매우 우세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그 빌미를 제공해 준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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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한참이나 잠잠하던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10월 개최될 예정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통일 지우기’가 결국 실행되는 걸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이 다음달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15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10월 7일 평양에서 소집 결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한다고 밝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두 국가 선언'을 헌법에 반영해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 삭제’ 명령은 작년 연말에 내려졌죠. 하지만 10개월째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어 ‘통일 삭제’에 대한 명분도 부족하고, 통일 표현 금지 자체를 북한 인민들도 잘 못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종종 들렸는데, 그래서 준비가 더 오래 걸린 걸까요? 이번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김금혁: 결론부터 말씀 드린다면, 결국 김정은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이번 북한의 헌법 개정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될 것 같은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부분은 김정은의 독재권력 강화와 후계구도, 선대의 업적 지우기입니다. 통일을 삭제하고 한반도를 영구 분단하려는 시도 역시 이번 헌법 개정에 나타날 예정이고요.
저는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은을 명실상부한 북한의 절대 권력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올해 초부터 사실 그런 조짐이 보였고, 선대, 즉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을 낮추거나 희석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김정은이 그들보다 훨씬 돋보이게 만들고 있죠. 대표적 예시로 태양절을 이제는 태양절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4월 명절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것들입니다.
북한의 주된 이념은 주체사상입니다. 그 주체사상은 김정일에 의해 만들어졌고, 김일성의 영도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죠. 그 주체사상에 김정은의 지분은 없습니다. 그러면 김정은은 그런 상황도 마뜩지 않을 테고 아마 이번 헌법 개정에 자신만의 영도 이념을 선포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 김주애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의 정당성 역시 설파할 가능성도 있고요.
그 연장선에서 통일을 삭제하는 문제 역시 논의될 수 있습니다. 통일 역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산이고 자신은 큰 관심이 없는 주제죠. 오히려 영구적으로 분단되어 자신만의 왕국에서 절대 권력을 누리며 살고 싶을 것입니다. 통일은 생각하기 싫은 변수겠고요. 그러면 삭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이번 소식과 관련해 한국 국민의 반응은 어떨까요? 인터넷 이용자들의 댓글 살펴 보죠.
김금혁: “그럼 앞으로 북한은 남조선, 괴뢰 아니고 대한민국이라고 제대로 불러라”, “이제 서로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살아가자 제발”, “김정은이 통일 삭제한다고 통일이 안 되나? 이미 북한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어떻게 남북간 정치 통일이 가능하겠습니까. 남과 북 그 어느 쪽도 상대체제로의 통일을 바라고 있지는 않지요. 지금의 최상의 선택지는 정치 통일은 단념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극대화 하는 거라고 봅니다”
저는 남북한의 통일은 어떤 개개인의 독재자나 지도자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필연적인 역사적 흐름이고 민족과 국가, 인류사의 막을 수 없는 발전 방향인 것입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통일을 반대하고 헌법에 새겨 넣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고 그런 철부지 행동에 우리가 영향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 주민을 바라보고 그들을 통일의 대상으로 여기며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기자,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