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 9.9절 보낸 중국 축전, 축하 대신 가르침?
2024.09.11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난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일, '9.9절'이었죠. 올해 9.9절에는 여느 해와 다른 점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9.9절 경축집회와 야회를 열고, 고위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동신문은 또 9일 행사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인 김덕훈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주석단에 등단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행사에 모두 불참한 대신 이례적으로 당정 간부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핵 역량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완비돼야 한다”고 연설했습니다. 특히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관철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예진: 김정은 위원장이 9.9절에 공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연설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김금혁: 이번 김정은의 연설은 이례적인 연설이라고 봐야 합니다. 김정은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는 것은 흔한 일 중 하나지만 9월 9일에 이렇게 오직 간부들 앞에서만 따로 연설을 한 것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던 일이었죠. 보통 간부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연설을 하는 자리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나 최고인민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했지, 이렇게 갑자기 임의소집 형태로 하진 않았거든요. 물론 9월 9일이 북한에서는 국가창건일이고 무게감도 있는 기념일이라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최근 북한 내부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특히 수해지역 복구가 늦춰지고 있는 문제, 김정은이 작년부터 강조하고 있는 지방공업발전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문제 등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많다 보니 불만 가득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용도로 이런 깜짝쇼를 준비했다고 봐야겠죠.
이번 연설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북한이 늘상 강조하는 핵무력 강화라든가 이런 기본적인 내용은 사실 뭐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죠.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민생경제와 관련한 김정은의 반복주문이었습니다. 현재 수해복구 작업을 기한 내에 끝낼 수 있도록 한다든가, 지방공업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주문한다든가 하는 내용 등은 북한이 현 시점에서 시급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겠고요. 시급한 이유는 아마도 북한 내부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 어려워진 경제 상황 등이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예진: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말은 한국과 미국을 향해 도발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위협으로 여겨집니다. 금혁 씨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금혁: 북한은 스스로를 핵을 가진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칭하고 있죠. 또한 자신들이 핵무기 보유 숫자를 늘리려고 하는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진영의 군사블럭, 즉 군사동맹에 맞서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아주 상투적이고 오래된 그런 논리를 또 들고 나온 것인데요. 저는 이번 북한의 핵능력 확장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생각입니다.
현재 2개월 밖에 남지 않는 미 대선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민주당 정부, 즉 바이든 정부의 대북 억제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할 필요가 있겠죠. 자신들의 핵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화의 장이 다시 열릴 때를 대비해 몸값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기 위함이죠.
또한 책임 있는 핵보유국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는 없으며 협상 탁자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오직 핵을 가진 책임 있는 핵보유국 사이의 핵 군축 협상 정도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해당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핵을 보유한 그 순간부터 북한은 핵폐기가 아닌 핵군축을 목표로 협상에서 최대치의 이득을 보려고 하고 있죠. 그에 반해 한국이나 미국 등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협상에 임했고, 그러다 보니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해 항상 회담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북한은 핵을 포기할 티끌만큼의 의지도 없습니다. 오직 핵군축 과정을 질질 끌어 최대치의 이득을 쟁취하며 핵보유국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여 한반도에서 물리적 우위를 공고히 하려 할뿐입니다. 비핵화라는 허상에서 우리 모두가 깨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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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또 하나 이번 9.9절 행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삼각 관계가 잘 드러났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주북 대사가 참석했는데, 중국은 대리대사가 참석했다고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이번 북한의 9.9절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 외교관들이 경축행사에 참석했는데요. 그 경축행사 마저 최근 달라진 북중관계, 북러관계의 축소판 같았죠. 보통 이런 날에는 각국의 대사가 참석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국경절이니까요. 그러나 중국은 왕야쥔 대사가 아니라 펑춘타이 대리대사를 참석시킨 것으로 나타났죠. 반면 러시아는 알렉산드리 마체고라 주북 대사가 참석했습니다.
왕야쥔 대사가 왜 불참했는지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죠. 간단하게는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정 때문에 미리 중국으로 들어간 것 아니냐 라는 해석도 있고, 최근 냉랭해진 북중관계 때문에 대사급이 아닌 공사를 보내 중국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가 조금 더 맞다고 봅니다. 앞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역시 북한의 9.9절을 축하하며 보낸 축전에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죠. 보통 축전에 항상 앞부분은 조중친선우호관계를 강조하며 북한과 중국이 혈맹임을 나타냈지만, 이번에는 그런 언급 없이 아주 간략하게 소개를 했고요. 장기적 관점에서 북중관계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까지 있었죠. 즉 현재 북한이 중국과 멀어지고, 러시아와 급격하게 가까워지려 하는 모든 외교적 행위들이 장기적 관점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라는 것에 대해 강하게 말하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축전은 저는 처음 봤습니다. 아마 그걸 받아든 북한의 김정은 역시 그 특유의 자존심때문에 아마 화가 많이 났을 것 같고요. 저번 방송에서도 언급 드렸지만 현재 북중관계는 합리성을 잃었고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지난주 닷새 연속 오물 풍선을 보내더니 결국 수도권의 한 창고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며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책임을 대체 어떻게 물어야 할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8일 오후 2시쯤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창고 옥상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이 떨어지며 불이 나 3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창고 1개동 지붕 등이 불에 타 8,729만여 원, 6만5천여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0일 "북한 풍선에 달린 발열 장치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예진: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시작된 게 5월 28일이었죠.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10일까지 수도권 재산 피해액은 1억여 원, 7만4천여 달러에 달합니다. 오물 풍선은 이후에도 계속됐으니 그 피해액은 더 커지고 있죠.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지원받을 한국 내 법적 근거가 없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북한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요원해 보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현재 국내법에 의거해 북한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2020년 북한 김여정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을 때도 한국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 국가가 아닌 불법 단체라 국가간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애매하고, 또 한국 내에 북한이 어떤 재산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재산 몰수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 역시 설득력이 없죠. 그러나 눈길을 해외로 돌리면 방법은 있을 수도 있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쓰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에 의해 한국 주민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면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은 물론 그 제소를 근거로 해외에 있는 북한 재산에 대한 압류를 진행하는 식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