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 농구선수, 중국서 한 달 만에 귀국한 이유
2024.09.04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 여자농구선수가 중국에 진출한 지 한 달 만에 귀국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6월 중국 여자프로농구리그팀 '우한 셩판'에 입단한 북한 여자농구선수 박진아가 한 달 만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박진아의 조기 귀국에 관해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항상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해왔다"고 말했다고 지난 3일, VOA,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했습니다. 박진아는 2m가 넘는 신장을 앞세운 북한 여자농구의 명실상부한 대표 선수입니다.
이예진: 박진아 선수는 지난 2018년 남북통일농구 대회에서 이미 큰 키로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죠. 이후 기량이 크게 늘면서 북한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는데요. 중국에서도 그 실력을 알아보고 입단 제의를 한 것 같은데, 입단한 지 한 달 만에 갑자기 귀국했습니다. 팀과 상관없이 중국 당국의 요청이 있었겠죠. 중국은 이와 관련해 ‘대북제재 이행’을 언급했습니다. 과거 취해 왔던 입장과 달리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양새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말 그대로 어떠한 사전 언급 없이 갑작스럽게 귀국을 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이런 상황은 현재 북중 관계의 냉랭함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놓고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과거에는 북한과 관련된, 특히 대북 제재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중국은 항상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지나친 제재는 북한의 반발만 불러올뿐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왔죠.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내놓은 반응은 아주 이례적입니다. 대북 유엔제재 이행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중국 역시 앞으로는 대북 유엔제재에 동참하겠다는 기조를 강하게 비치고 있거든요. 물론 향후 중국이 다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당분간 중국의 이러한 원칙적 대응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쉽게 말해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북한의 편의를 봐주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만약 중국이 북한의 방패 역할에서 북한을 때리는 채찍 역할로 돌아설 시 북한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 지 이 부분도 매우 궁금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북한의 반응이나 대응이 나온 것은 없지만, 아마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이번 농구선수의 귀국 조치로 중국은 아예 대놓고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고, 후속으로 나오는 태도나 입장을 봐도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닌, 중국이 작정하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북한은 상당히 당황스러울 겁니다.
사실 이런 북중 관계를 지켜보는 우리 북한 전문가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고요. 이렇게까지 사이가 멀어진 적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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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박진아 선수의 갑작스러운 귀국, 결국은 나빠지고 있는 북중 관계의 일면으로 볼 수 있다는 건데요. 최근 중국 당국이 비자가 만료되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일단 귀국시키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었죠. 순차 귀국시키겠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날 것 같은데, 북한과 중국의 관계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김금혁: 방금 말씀하신 그 사건, 중국에서 노동활동을 하던 모든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전원 귀국 조치가 결국 북중 관계가 어그러지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게 아마 작년 말에서 시작되어서 올해 초까지 이어져 온 상황이고, 이후 북중 관계는 올해 내내 나빠지기만 할 뿐 어떠한 반전의 모습 없이 지금까지 흘러왔고요.
저는 당분간 북중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재의 관계는 김정은의 서운함이 개입된 감정싸움 양상으로 시작되었고 여전히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요.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진 북한은 과거 중국이 해주던 보호막의 역할을 러시아에 기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중국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북한을 보호하면서 북한 경제를 생존시켜 줄 수 있는 경제적 원조나 혜택을 제공해줄 수 있는 근본적인 여력이 부족한 나라죠. 일단 자기 살기도 바쁜 형국이고 아마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리가 되고 나면 러시아는 전후 복구 및 전후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국제 무대에 복귀하기 위해 북한과 거리를 둘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모스크바는 전쟁이 끝나게 되면 북한의 도움이 필요 없어지고, 북한은 전후 러시아가 필요한 경제적 및 외교적 회복에 도움이 전혀 안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때 가면 북한이 현실을 깨닫고 다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건 북한의 생각이고, 중국의 계산법은 완전히 달라지겠죠. 한번 배신을 하고 뒤통수를 친 북한을 측근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비싼 값을 치뤄야 하는 불공정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고요.
여러 수를 내다보고, 여러 가능성을 다 생각해봤을 때 현재 북한이 중국과 각을 세우며 관계를 후퇴시키는 행위는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보고 있고, 이러한 외교적 판단, 정책적 결정의 배경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북한 당국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으로 느껴지거든요.
이예진: 악화되고 있는 북한과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은 어떨까요? 관련 뉴스를 본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견 한번 볼까요?
김금혁: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는 북한”, “시진핑의 김정은 길들이기”,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비싸게 팔려 했는데 김정은이 중간에서 싼값에 넘기니 시진핑이 열 받은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중국이 북한 땅에 주둔할 명분이 있었는데, 이젠 북러 군사협정 때문에 유사시 러시아군이 북한 땅에 주둔하려 할 테니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배신자로 보일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이젠 알 사람은 다 아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반응이 정상적입니다. 그리고 결말이 뻔히 보이는 길을 기어코 가고자 하는 김정은의 심리상태가 참 궁금합니다. 중국을 버리고 러시아로 간다는 것은 북한이 그동안 유지해 오던 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행위나 마찬가지이고, 북한이 버틸 수 있게끔 비공식적 지원을 아끼지 않던 중국에게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즉 스스로 버팀목을 뽑아 버리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거죠. 앞으로 어떤 일이 또 일어날 지 궁금합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됐던 북한의 잠수함 13척의 정보가 다음날 목록에서 모두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8월 27일, 김군옥영웅함과 8.24영웅함 등 북한 해군 소속 잠수함 13척이 국제해사기구, IMO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에 등재됐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보도 하루 만인 8월 28일, 북한의 잠수함 13척의 목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또 다음날인 29일, 호위함 등 북한 해군 소속 함정 180여 척의 정보도 한꺼번에 삭제됐습니다. 선박 등록 여부는 각국 정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이번 삭제 조치는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예진: 국제해사기구는 유엔 산하 기관이죠. 해운과 조선에 관한 국제적인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설립됐는데요. 하루 만에 삭제되긴 했지만, 북한이 국제해사기구에 잠수함을 등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다른 나라들은 해군 함정까지 등록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를 두고 북한이 실수로 등록한 것이다, 아니다, 과시 등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말들이 많은데요. 금혁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도 처음 보도를 보고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국제해사기구는 쉽게 말해 전 세계 각국의 해운문제 심의, 정보 교환, 조약 작성이나 권고 등이 주요 업무죠. 해상 운송로는 모든 국가의 생존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노선이다 보니 각 해역에서 발생하는 국가간 해상운송로를 둘러싼 분쟁을 중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런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규칙을 정하거나 그 규칙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주로 하죠.
이런 국제기구에는 보통 각 국가의 민간 선박이나 민간 항구, 여객선, 화물선, 어선 등등 민간에서 활용되는 선박을 등록합니다. 선박이 등록되게 되면 매우 구체적으로 그 선박에 대해 기술하기 때문에 각국은 민감한 군사적 정보가 담겨 있는 군함은 잘 등록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등록을 했던 잠수함과 호위함 등등은 모두 북한이 자랑하는 최신형 군함입니다. 그런 군함들을 공개했다는 것은 사실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긴 하나 북한이 러시아와의 해상에서의 군사훈련을 염두에 두고 공개를 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해상에서 훈련을 하게 될 경우 주변 국가들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그때 국제해사기구에 등록된 선박 정보를 토대로 정보를 알 수 있기도 하죠. 하지만 북한이 공개 하루만에 다시 철회한 것은 아무래도 자신들의 민감한 군사적 자산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럽기 때문은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