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지금은 대북 확성기 재개할 때
2024.06.26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북한이 또 다시 살포한 오물 풍선 때문에 26일 새벽 세 시간 동안 인천국제공항 항공기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엔진에 오물 풍선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막기 위해 통제가 됐기 때문인데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겪는 한국 국민의 불편은 이렇게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오물 풍선 내용물로 인한 피해는 없는 걸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은 24∼25일 이틀 연속으로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한 데 이어 26일 새벽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계속된 도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4일 밤 오물 풍선 350여 개에 이어 25일 밤에는 250여 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했으며, 이 중 100여 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등에 낙하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오물 풍선 내용물은 대부분 종이조각이며 안전을 해칠 위험한 물질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예진: 24, 25 양일간 보낸 오물 풍선에는 대부분 종이조각이 들어 있었다고 하지만, 이전에 네 차례에 걸쳐 보낸 풍선에는 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죠. 분석 결과 보시니 어땠습니까?
김금혁: 통일부가 북한이 날려 보낸 풍선 70여 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발표했습니다. 결과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풍선’ 안에는 현재 북한의 실상이 함께 담겨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들 있죠. 북한은 풍선이 터졌을 때 쓰레기들이 한번에 공중에서 퍼지도록 작은 크기의 폐종이·비닐·자투리 천 등을 풍선 안에 넣었습니다. 페트병들도 풍선 안에 있었는데, 병뚜껑 등이 제거되어 있었습니다. 통일부는 “상품정보 노출을 방지하려는 흔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급하게 쓰레기를 모으면서도 북한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보입니다.
눈길을 끌었던 오물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숨기지 못한 북한의 궁핍함입니다. 쓰레기 속에는 아동용 의류나 양말, 장갑 따위도 함께 넣었는데 여러 번 기운 흔적이 역력합니다. 양말의 경우 여러 번 꿰매어 신었던 흔적이 남아 있고 아동복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옷의 옷감을 뜯어다 급조한, 말 그대로 가내 수공업 수준의 제품들이었고, 그마저도 여러 군데 구멍이 나 있어 구멍이 나고 해질 때까지 입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쓰레기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상적인 물품을 찾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북한 주민의 생활상은 너무나 열악 그 자체였습니다. 대부분의 생활 쓰레기들은 너무 낡았고 수십 번은 넘게 재사용한 것 같은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죠.
또 어떤 오물에서는 기생충도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그 기생충은 사람의 몸에서 나온 기생충이라고 합니다. 즉 북한이 보낸 퇴비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데 북한은 여전히 비료가 부족하여 인분이나 동물의 변을 거름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참으로 전근대적이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인분을 비료 대용으로 사용합니까. 이걸 보면서 저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예진: 북한이 보낸 오물 중에 또 하나 눈에 띈 건 ‘위대한 김정일 교시’ 등의 문건 표지였는데요. 이걸 쓰레기로 넣었다는 게 실수라고 보기엔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김금혁: 저는 결코 실수라고 보지 않습니다. 실수로 자기 목숨을 내놓는 사람은 없죠. 특히 북한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북한 형법 64조를 보면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교시 문건을 훼손하는 자는 경우에 따라 사형에도 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 실수로 김정일의 교시 표지를 쓰레기로 버린다? 말이 안 됩니다.
결국 북한 주민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북한이 보낸 쓰레기들을 보면 한국처럼 생필품이 넘쳐나고 하루에 소비하는 생필품의 양이 엄청난 국가에선 쓰레기를 거둬들이는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넘쳐 나는 생활용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모색할 정도죠. 그러나 북한에서는 쓰레기조차 모으는 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쓰레기는 소비를 해야 생기는 것인데 소비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고 두 번, 세 번 재사용을 하면서 아껴 쓰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여러 번에 걸쳐 쓰레기를 바치게 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쓸데 없는 짓에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결국 교시문건을 훼손하여 그것을 쓰레기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반발이 자주 포착되고 있는 최근 상황이니만큼 저는 이런 현상을 단지 실수나 우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북한 정권을 향해 있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짐작할 수 있는 좋은 단서라고 보는 것이죠.
이예진: 이에 대한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도 좀 살펴볼까요?
김금혁: “북한은 남쪽으로 보낼 것 조차 없구나”, “풍선 살 돈으로 애들 양말이나 사 신겨라”, “대북전단에 회충약도 넣어줘라”, “진짜 가난한 나라구나. 옷감 마스크라니 충격이네”, “그 나라의 실상을 알려면 쓰레기를 보면 알 수 있다는데 북한 스스로 나라꼴을 알린 격이다. 그나저나 김씨 일가 이름표도 쓰레기로 나오는 거 보니 체제가 심상찮은 듯 하다”
북한의 오물 풍선 투하가 거듭되면서 북한을 향한 한국 국민의 시선 역시 차가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놀랐고 괜히 북한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고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과거보다 많이 강경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오물 풍선에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감행한 북한에 대해 이젠 우리 국민들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오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예진: 벌써 6번째 오물 풍선에, 실패했지만 탄도 미사일 발사까지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 오물 풍선에 대한 맞대응으로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가 가동을 멈춘 한국으로서도 앞으로의 맞대응에 대해 고심할 것 같은데요.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러시아라는 동맹을 새롭게 얻은 북한은 과거보다 한층 기세가 오른 모습입니다. 왜 안 그러겠습니까. 북한의 고질적인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우방을 찾았고 해외 파견 노동자나 외화벌이 측면에서도 숨통이 트였기 때문에 더욱 기쁘겠죠. 또한 미국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러시아가 자신의 확실한 편이 되었으니 미국과 홀로 상대해야 했던 북한의 처지가 한층 개선된 셈이죠. 저는 북한이 이렇게 자신만만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들이 오판하지 않도록 한국이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대응을 놓고 볼 때 대북 확성기는 그 실효성이 입증된 최고의 대 북한 심리전 수단입니다. 현재는 가동을 멈춘 상태지만 저는 이제 다시 가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응 수위가 올라가고 서로 강대강 대치로 가면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현재 한국이 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을 포기한다면 한국은 북한의 다양한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며 나약하다는 인상을 줄 위험이 있습니다. 대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시도도 중요하지만, 그 상황 자체를 피하고 싶어한다는 인식을 북한에게 줄 때 북한은 그것을 역이용해 항상 자신들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 도발을 할 것이며 한국은 거기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북한의 도발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 대북 확성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북한이 먼저 꼬리를 내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위협 수단과 방식이 한국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그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박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