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살다살다 미사일 굿즈는 처음
2024.05.22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올해 북한 건군절 75주년 기념연회에서 화제가 된 것 중 하나가 김정은 총비서 부인 리설주의 목에 걸린 미사일 목걸이였는데요. 이번엔 북한 아이들을 위해 '화성-17형'을 본뜬 장난감이 만들어져 화제입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 조선중앙TV는 19일 저녁뉴스에서 평양 화성지구의 '창광 불꽃놀잇감 상점'에서 20여 종 9만여 점의 불꽃놀잇감을 팔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상점 종업원은 "화성포 모형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새 형태의 불꽃놀잇감들을 위주로 준비했다"며 "그중에서 불꽃잠자리, 불꽃팽이는 우리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화면에 잡힌 폭죽은 검은색의 길쭉한 미사일 형태로, 탄두부는 화성-17형처럼 흰색과 검은색의 격자무늬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이예진: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형상화했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데요. 보도를 보면 북한의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하는데, 사실일까요?
김금혁: 제 기준에서 말씀 드린다면 제가 어렸을 때도 저런 장난감 탱크나 비행기, 권총 같은 것들이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이나 서구 국가들 기준에서는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되는 미사일이 장난감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대해 경악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만 정작 북한 아이들에게는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어쨌든 북한 입장에선 화성포는 북한 체제를 지켜주고 또 김정은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내세우는 그런 가보 같은 물건 아니겠습니까. 그런 물건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판매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북한 체제에 대한 세뇌 교육 같은 것에도 도움이 되고, 또 김정은의 업적을 찬양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어렸을 때부터 북한 어린이들에게 북한을 지키는 것은 화성포와 같은 무기라는 점을 각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그만큼 북한이 화성포에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저런 유형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온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지고, 국제 사회의 비판이나 우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도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이예진: 한국에선 기사가 주목을 받으면 그만큼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견도 많이 달리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죠. 이번 기사, 살상무기를 어린이 장난감으로 만든 북한 당국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쇄도했습니다. 어떤 내용들이 있었나요?
김금혁: ‘살다살다 미사일 굿즈는 처음이다’, ‘인민들은 좋으시겠네. 위대하신 분 덕에 밥은 굶어도 미사일 목걸이는 할 수 있고…’, ‘남조선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핵미사일을 목걸이로 만들고 장난감으로 만든다는 건 그게 그들의 일상임을 의미한다’ 등이 있습니다. 아주 정확히 북한을 바라보는 댓글들입니다.
북한은 우리가 평상시에 갖고 있는 어떠한 평균화된 시각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상당히 이질적인 국가죠. 미사일 굿즈가 만약 대한민국 마트에서 팔린다면 얼마나 놀랄 일입니까. 무슨 군국주의 국가도 아니고 대량살상무기를 버젓히 공개하고 그것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판다는 것은 전쟁광으로 보이기 딱 좋은 행태죠. 인류애의 관점에서 보나, 보편적 상식의 관점에서 볼 때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항상 그 기준을 뛰어넘죠. 애초에 북한이 갖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나 관점은 상당히 뒤틀려져 있어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제가 항상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 드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북한 문제를 바라보고 북한을 상대할 때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기준에서 북한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편적 관점에서 북한을 상대하다 보면 늘 이해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버리곤 하는데, 그런 것들을 무시한 채 북한과 상대하다 보면 항상 우리만 당하고 우리만 손해를 보는 결과를 맞는 것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올해부터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생깁니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올해 7월 14일 처음 시행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된다고 통일부가 지난 20일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21일 공포했습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오는 7월 14일 첫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기념하는 기념식과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7월 14일은 1997년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날입니다.
이예진: 남북관계는 흉흉한 상황이지만 탈북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금혁 씨도 그렇고 탈북민들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금혁: 우선 제 개인적인 견해를 먼저 말씀 드린다면 저는 통일 분위기 확산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날 지정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통일부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상당한 의미가 있죠. 북한이탈주민의 날 지정과 관련한 정부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매년 7월 14일 통일부 주관으로 기념식을 개최해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이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며 남북 주민 간 통합 문화를 형성해 통일 인식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합니다. 즉 단순 북한이탈주민만을 위한 날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를 고취하고, 남북 주민들의 통합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써 먼저 온 통일인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거든요.
7월 14일은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와 정착 지원 정책의 근간이 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날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근거가 생긴 날이거든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30년 만에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제정된 것인데, 이것이 갖는 의미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양한 곳에서 정착해 나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 남북한 사이 쌓였던 여러 문화적 이질감이나 오해들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지금 한국은 다문화 국가로 가고 있는 와중에 특별하게 북한이탈주민만을 위한 날을 제정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인정을 한 것이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그만큼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반통일, 민족 영구 분단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 정권에게 크게 한 방을 먹이는 셈이 되기 때문에 저는 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북한이탈주민의 날과 관련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댓글을 살펴 보니까 남북관계가 악화돼서 그런지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탈북민들의 수가 어느덧 3만4천여 명에 달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아지진 않아 보이는데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취지는 좋습니다만,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나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충분히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바로 내일부터 기적적으로 그 모든 오해와 불신, 잘못된 인식들이 바뀌지는 않겠죠. 그걸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들이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고무적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북한이탈주민의 존재에 대해 우리가 다시금 생각하고, 그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일부분이라는 점에 대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시민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된다면 저는 언젠가는 기존의 오해는 풀리고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생겨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부터 행동에 옮기고 실천해야겠죠.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