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군 러시아 파병의 득과 실
2024.10.23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북한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이와 관련된 영상이 또 다시 공개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 위험한 파병으로 얻고자 하는 건 뭘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습니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 인터넷 사회관계망, SNS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북한군 추정 인물들이 북한 억양으로 "힘들다야", "늦었소" 등 말하는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립니다. 북한군 파병 동영상과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지만, 지난 21일,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북한이 병력을 보내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주장과 달리 근거 있어 보이는 영상과 사진, 다양한 소식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북한군 병력이 현지시간 23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죠. 쿠르스크면 격전지 아닙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북한군이 우선적으로 파병될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다름 아닌 쿠르스크 지역인데요. 이 지역은 원래 러시아 영토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진행되다 보니 그동안 쿠르스크는 큰 주목을 받던 지역은 아니었고, 오히려 러시아의 후방으로 불리던 곳입니다. 그러다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전격적으로 해당 지역으로 진격하며 갑자기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변한 곳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격적인 기습작전으로 서울보다 큰 크기의 쿠르스크 영토를 점령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에 이렇다 할 방어를 하지 못하며 매우 무기력하게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기도 했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영토가 침공당한 첫 사례이며, 2차대전 이후 러시아 영토가 공격받은 첫 사례이기도 하죠. 따라서 쿠르스크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죠.
지금 북한군은 바로 이곳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 어떠한 전투 경험도 없는 북한군이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인 총알받이를 모집하기가 어려울수록 북한에 의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정확한 지적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하루 평균 1300명의 사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체를 놓고 보면 러시아는 이미 수십만에 달하는 상당수의 상비병력을 잃었고 죄수들까지 동원한 대규모 징집을 하고 있음에도 전투력을 회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전선은 넓어도 너무 넓거든요. 약 1000km에 달하는 전선 전체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걸 러시아 혼자 모두 감당하는 것은 이제 슬슬 한계에 달했나 봅니다. 징집을 강제하면 강제할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도 예전 같지 않고, 오히려 사상자가 늘면서 푸틴의 정치적 입지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제 러시아는 자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북한의 손을 빌렸다고 봐야겠죠.
이 상황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제 러시아 징집병이 흘리던 피를 북한 병사들이 흘려야 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비용을 지불하겠지만 그 비용이라고 하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선 자국 병사를 살리는 비용이기도 하기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북한 군인들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어야 하는 선택을 강요 받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돈을 받는다고는 하나 그 돈이 이 전쟁에 파병된 병사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겠습니까? 당연히 아니죠. 병사들은 그저 목숨만 잃고,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매우 비인간적인 전쟁에 동원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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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 명분 없는 전쟁에서 북한군이 허무하게 총알받이로 죽을 수 있다는 건데요. 돈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셨는데, 우크라이나 매체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돈 때문에 북한 주민을 최전선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정말 돈 때문에 이 위험한 전쟁에 군인들을 파병했다고 보십니까?
김금혁: 오직 돈만이 유일한 이유일 순 없겠으나 돈은 중요한 이유인 것은 맞습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받는 돈은 한 달에 약 2000달러에 달합니다.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벌어오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입니다. 보통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한 달에 500~600불 정도가 기본인데 파병 군인은 이의 세 배, 네 배의 돈을 벌어오니 북한 당국 입장에선 얼마나 알토란 같겠습니까. 대북 유엔 제재로 인해 북한은 외화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북한은 이를 단기간에 큰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길 것입니다. 게다가 이 돈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될 예정이고 아마도 북한 당국이 대부분의 돈을 수거해 갈 겁니다. 그래서 돈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직 돈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닙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북한은 러시아 대신 피를 흘리는 조건으로 러시아에 혈맹관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그 혈맹관계의 대가는 아무래도 북한이 원하는 러시아의 주요 군사 기술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러시아의 핵잠수함 기술, 위성발사 기술, 탄도미사일 기술 등이 있습니다. 북한이 확보하고 싶어 하는 주요 기술들이죠. 평상시라면 러시아가 쉽게 그 기술들을 북한에 이전해주진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그 기술들은 러시아가 갖고 있는 전략적 핵심 능력이고, 그건 아무리 친한 동맹이라도 쉽게 넘겨줄 수 없죠.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피를 흘리고 더 많은 파병 군인을 보내 러시아의 위기를 돌파해준다면 러시아도 북한의 이런 요구들을 마냥 무시하진 못할 것입니다. 부채가 쌓이면 언젠가는 결국 그것을 갚아야 할 때가 올 것이고, 북한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진 못한다 하더라도 일부분은 양도를 해야겠죠. 그건 사실 국제 사회 입장에서 본다면 큰 위협입니다. 고도의 핵능력을 보유한 러시아가 자신들이 보유한 군사기술을 북한에게 넘겨준다는 그림은 어느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한, 대응하지 못한 상황이거든요.
기자: 북한 당국이 더 큰 걸 노릴 수도 있다는 거군요. 비슷한 맥락에서 또 하나 우려되는 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한국으로 보내던 오물 풍선 살포 방식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겁니다. 방공망 교란이나 생화학무기 탑재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겠죠. 이렇게 되면 나중엔 한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현재 남한을 향해 보내고 있는 오물 풍선의 경우 군사용으로 사용되진 않아 현실적인 위협이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려 하고 있고, 만약 그것이 군사적 목적이라면 북한은 자신들의 풍선이 어떻게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시험할 것이고, 해당 실험 자료들이 쌓이게 된다면 북한은 분명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어갈 것입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풍선에 오물이 아닌 정찰 기구나 폭발물, 생화학 무기를 탑재하게 될 경우 무시무시한 무기로 변하게 되는 것이거든요. 또한 북한이 만드는 풍선은 만드는 비용이 상당히 싼 데 비해 그것을 요격하기 위한 무기들은 비쌉니다. 즉 전투 가성비가 상당히 안 좋습니다. 북한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국의 방공 능력을 시험하고 한국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에겐 분명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기자: 러시아의 북한식 풍선 살포 투입 정황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8명이 탈영했다가 붙잡히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됐다고 우크라이나 매체가 보도했는데요. 이 보도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지로 내몰린 북한군이 실제로 탈영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금혁: 알려진 보도에 따르면 그 병사들이 탈영한 이유는 밥을 주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해당 주둔지에 방치한 채 훈련만 시킬 뿐 제때에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주둔지를 벗어났다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 측 보도이기 때문에 진위 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탈영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기초적인 보급조차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아무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투에 나서고 싶은 병사는 아마 아무도 없지 않겠습니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합니까. 목숨을 바친 대가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타국에서 전투 중 목숨을 잃은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죠. 이런 불합리성에 대해 북한 군인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해당 지역에서 심리전을 강화한다면 많은 수의 이탈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