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중국 홀린 마성의 게임 ‘관단’

김명성-탈북민, 전 조선일보 기자
2024.08.22
[오늘의 중국] 중국 홀린 마성의 게임 ‘관단’ 중국 관단 카드 게임 [중국 소셜미디어 캡처]
/연합뉴스

 

  • 중국 인구의 10% 1 4천만 명관단즐겨
  • 급속 확산에 최근 중국 언론 사흘 연속 비판... 관단 금지령 내리나?
  • 중국 2200억 위안 들여 원전 11기 신규 건설
  • 지난 2년 동안도 매년 10기의 신규 원전 승인... 배경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마작이라는 게임을 즐겼습니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는 사람들이 탁자에 모여서 마작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요, 북한으로 치면 주패 같은 대중 오락입니다. 그런데 최근, 마작을 대신할 새로운 게임 관단이 등장해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의 첫 소식입니다.

 

중국 인구가 약 14억 명인데요, 10분의 1 1 4천만 명이 이 게임을 즐긴다고 하니 관단의 매력에 중국 대륙이 푹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관단’(摜蛋)이라는 말은 중국어로 계란 던지기라는 의미입니다. 2명씩 짝을 이뤄 숫자가 높은 카드로 상대 카드를 제압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손에 든 카드를 다 던지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관단은 지난해 중국 장쑤성 화이안(淮安)시에서부터 시작됐는데 처음엔 당 관료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놀던 게임이었으나 점차 인기를 얻으며 일반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 3월 중국 관영 인민망에 따르면 관단 열풍은 중국 카드 산업의 중심지인 저장(浙江)성 중부 소도시 우이(武義)현에도 불었는데요, 관단 전용 카드 시장이 열리면서 생산 업체는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지난 10여 년 동안 인터넷, 터치폰(스마트폰) 등장의 영향으로 주패(카드) 게임 산업이 침체됐는데 관단의 인기로 생산 업체들의 인쇄기가 바쁘게 돌아간다며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후 ‘관단은 도박이 아닌 머리를 쓰는 지적 게임으로 새로운 국민 스포츠라는 별칭까지 붙는 등 중국에서 중요한 사교 수단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상하이와 베이징, 네이멍구 등 중국의 지역마다 관단 협회가 만들어졌고 대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 금융계와 공직사회까지 전파되면서 사업을 위해서 ‘관단은 필수라는 분위기가 확산됐습니다심지어 관단때문에 기업인들의 술자리가 줄어 중국 명주마오타이가격을 끌어내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찬양의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당이나 직장 내에서 간부들이 즐겨하는 게임으로 인식돼 “관단을 해야 승진하기 쉽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관단을 하지 못하면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관단 예찬론을 펴던 관영 매체의 기사는 비판으로 돌아섰습니다.

 

베이징시 산하 관영 베이징청년보는 지난 10일부터 3일 연속 관단의 폐해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는데요. 공무원들이 모여 관단을 즐기는 것이 부패를 일으키는독 폭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자포자기식으로 드러눕는탕핑 문화의 새로운 변종이라며노력하려는 열정은 게임에 빠져 사라지고, 적극적인 의지는 오락에 심취해 잃어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지난 5일에는 일부 당 간부가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심취해 일주일에 10여시간 관단을 하며 업무를 소홀히 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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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단 게임을 두고 중국 내에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장쑤성 당 위원회 기관지 신화일보의 한 위챗(중국판 카톡) 계정에는베이징 청년보의 관단 비판이 과장되고, 증거가 부족하며 원인과 결과가 뒤집혔다이성과 평화, 관용이 건강한 사회의 올바른 상태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곧 삭제됐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조만간 중국 내 관단 금지령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한 국영 기업 관계자는 홍콩 성도일보와 인터뷰에서최근 중앙 국영 기업 내부에는 관단 금지령이 하달됐다면서사무실에서 관단이 금지됐고 주요 간부에도 게임을 조직해서는 안 된다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관단은 10년 전 골프, 테니스와 똑같은 신세가 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당시 시진핑이 추진한 반부패 정책에서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는 간부들이 표적이 됐었는데요, 최근엔 관단을 하는 간부들이 부정부패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프로젝트가 장기화 되면서 중국 공무원 사회가 경직돼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태환 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시진핑 집권 이후 10년 넘게 지속되는 반부패 활동에 중국 공무원들이 위험을 회피하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고 있다공무원들이 관단 같은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암울한 중국의 정치·경제 현실에 대한 현실 도피성 성격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도 많은 주민이 즐기는 ‘사사끼라는 카드 게임이 있는데요, 가볍게 재미 삼아 노는 분들도 계시지만 중독성이 강한 돈내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사끼가 북한에서 국민 카드 게임으로 인기를 차지하는 이유는 철창 없는 감옥 같은 북한에서 자유와 인권을 빼앗긴 북한 주민들이 마음에 가득한 분노와 답답함을 풀고 재미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자유를 찾아 탈북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 주민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 참사 가족이 망명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프랑스 주재 북한 외교관 일가족의 망명 요청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8 8일에는 북한 주민 1명이 인천 강화군을 거쳐 귀순했고 19일에는 군사분계선에서 근무를 서던 북한군 하사 1명이 비무장지대 지뢰밭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귀순했습니다. 최근 북중 국경 소식통에 따르면 아직은 극소수이지만 한화 1억 원, 달러로 7 5천 달러를 지불하고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 탈북하는 사례가 재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유에 대한 열망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프로모 ###

 

중국이 2,200억 위안( 308 8,426만 달러)을 들여 역대 최다인 11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고 하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중국 에너지 신문은 20일 국무원 상무위원회가 전날 리창 총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산둥·광둥·장쑤·저장·광시성 등 5개 지역의 11개 원전 건설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연간 최다 승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승인받은 원전 11기 건설에는 최소 2,000억 위안( 280 7,660만 달러)이 투입되고 완공까지 4~5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2년 동안에도 매년 10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승인해 왔는데요, 중국 핵에너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5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93기인 미국, 56기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 원전 가동국인데 이대로라면 프랑스와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또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3∼5년 동안에도 매년 약 10기의 신규 원전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중국이 원전 가동을 통해 충족하는 국내 전기 수요는 약 5%인데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인 2016~2018년 안전 우려를 이유로 원전 건설을 멈췄다가 2019년부터 원전에 대규모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의 배경에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인 중국이 탄소 중립 즉 실질 탄소 가스 배출량이 없는 상태를 실현하고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1 9,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INS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이른 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겨울철 연료로 석탄을 사용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기 때문인데요. 2017년에는 겨울철 대기 오염을 막는다며 석탄 난방을 금지해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원전 추가 건설로 이런 석탄 사용량을 낮춰보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원전 건설에는 재래식 난방 등에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이유와 동시에 인공 지능 기술 발달에 따라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자 목적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중국인데요, 그만큼 도시와 농촌 간, 지방 간의 차이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어떤가요? 지난 7월 말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전력난 때문입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압록강 수위가 상승하자 북한 당국이 수해 지역 인민을 먼저 살릴 것이냐, 전력 생산지인 수풍발전소의 전력망을 살릴 것인가를 두고 망설임도 없이 전력망을 살리기 위해 예고도 없이 수풍댐의 물을 방류했기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수해 지역을 2차례나 찾고, 수해민들을 평양으로 불러올린 것도 수해 피해를 입은 격앙된 민심 무마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북한이 1994년 미국과 체결한 핵 개발 동결 대가로 받게 된 경수로 발전소 건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면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북한이 비핵화의 연막 뒤에 숨어 핵·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면서 경수로 건설이 중단되고 급기야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기 상황은 악화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수해에도 전기보다 주민들의 목숨을 살리고 전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다름 아닌 비핵화라는 생각, 중국의 원전 소식을 전하며 다시 한번 해봅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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