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중국이 공세적 ‘금 사재기’ 나선 이유
2024.05.16
- “주말 쉬는 것 기대 말라”, “내가 왜 직원 가정까지 배려?”
- 노동자 ‘초과 노동’ 당연하다 발언한 중국 바이두 부사장 결국 사임
- ‘금 사재기’ 나선 중국, 왜?
- 대만 침공 시 서방 제재 대비용이라는 분석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직원들의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던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기업 바이두의 홍보 담당 부사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바이두의 기업가치를 의미하는 시가 총액이 하루 동안 무려 7억 4천만 달러가 증발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지난 10일, 미국 CNN 등은 바이두의 홍보책임자인 취징 부사장이 최근 사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취징 부사장이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직원들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발언을 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청취자들에게 익숙하지 않겠지만 중국은 바이두는 한국의 네이버, 미국의 구글 같은 국가를 대표하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입니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는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하루에 수십 번 사용하게 되는 서비스인데요,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취징 부사장은 최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중 하나인 ‘더우인’의 개인 계정에 “홍보 분야에서 일한다면 주말에 쉬는 것은 기대하지 말라. 휴대전화를 24시간 켜놓고 항상 응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여러 건 올렸습니다.
동영상에는 취징 부사장이 직원을 소모품처럼 대하고 부하 직원들을 압박하는 부적절한 발언도 등장합니다.
INS- 취징, 바이두 홍보 부사장 : 난 당신 시어머니도, 엄마도 아녜요. 돌아가려면 가세요, 대신 승진이나 월급 인상 때 나를 찾아오지 마시고…
또 자신에 대한 불만이 담긴 직원들의 편지 수십 통이 회사에 왔다며 “편지를 보낸 직원들이 업계에서 발을 못 붙이게 해 경력을 망쳐놓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합니다.
영상이 공개되고 인터넷에서 부정적인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취징 부사장은 “바이두라는 기업의 가치와 문화에 대한 외부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죄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바이두의 주가는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된 6일부터 3일간 4% 가까이 하락하고 7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7억 4천만 달러가 증발했는데요. 취징은 사과문을 올리고 문제의 영상을 모두 지웠지만 비판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직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고속 성장한 중국의 IT 즉 정보통신 업계는 장시간 근로의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유명 IT회사의 직원들이 과로로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장시간 근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앞서 2019년 중국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도 사내 행사에서 “996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복”이라며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미화하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996이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중국 젊은 세대는 이 같은 노동 환경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반항하기도 합니다. 일은 많고 로임은 적으니 이에 걸맞은 후줄근하고 꾀죄죄한 복장으로 출근하는 겁니다. 중국의 사회연결망서비스에는 털옷, 잠옷 등을 여러 겹 껴입고 자신의 출근 복장이라며 인증 사진이 올라오는데요, 이들은 "옷을 잘 입는다고 월급을 더 주지 않으니 초라하게 입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성세대의 비판에도 젊은 세대의 꽃제비 같은 출근 복장은 유행이라는데, 반항의 기발함도 젊은 세대답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장시간 노동과 과로라면 북한이 중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죠. 특히 평양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은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7일, 무보수 노동에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평양 건설에 동원돼 혹사당하다 지난 2019년 러시아에 파견돼 근무 중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류성민(가명) 씨는 현재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그는 인터뷰에서 오전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 주 5일 근무하면서 하루 일당 182달러(25만원)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한 달 로임으로 환산하면 500만 원, 약 3,650달러입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길림성과 랴오닝성에 파견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장시간의 노동과 임금체불에 항의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관리자들이 감금되고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처럼 아무리 통제되고 세뇌된 북한 주민들도 불이익이 지속되면 참지만 않는다는 교훈을 새겨준 사건이었습니다.
###
최근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개인, 기업뿐만 아니라 중앙은행도 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두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중국 정부는 2022년 10월 이후 계속 금을 사들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금융 보유고 가운데 금 비중은 3.2%에서 4.6%로 늘었습니다.
중국인민은행은 미국 국채를 파는 동시에 금을 사들이고 있는데요,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금을 총 1,037t 사들였는데요, 이 중 225t을 중국 인민은행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매입량의 21.6%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중국 정부가 통계를 공개한 1977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중국이 적어도 매달 10억 달러를 금 매입에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이 얼마나 금을 사들이고 있는지 지난 5일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국내 소비도 급증했습니다. 중국 금 협회은 올 1분기 중국의 금 소비량도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 위기와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국 사람들이 안전 자산인 금에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젊은 층에서는 작은 양의 금을 사는 게 유행”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금 사재기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등 전쟁이 지속되며 금 가격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금값은 1온스 즉 31.1g당 2,431.52달러에 도달해 최고가를 갱신했고 앞으로 3천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특히 시장에는 달러화와 금값이 함께 올라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중국뿐 아니라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을 대거 매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금 비축 배경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데요, 우선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비중을 늘린다는 분석, 또 위안화의 세계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금 사재기를 타이완 통일 준비와 연관해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만약 대만과 중국 간 분쟁이 발생하면 서방은 곧바로 다양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 당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러시아 외화 보유고를 동결했습니다. 이 제재로 러시아는 외화 3,500억 달러가 묶였는데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교훈 삼아, 이를 대비하기 위해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식량 자급자족 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6월부터 국내 곡물 생산 강화와 수입 다변화를 위해 ‘식량안전 보장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동물 사료로 사용되는 옥수수나 기타 곡물 수입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밀과 쌀을 자급자족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식량 자급자족 정책의 숨은 의도도 미국 등 서방 제재에 대한 대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서방 주도로 식량 공급 차단 같은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고 판단해 식량 자급자족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중국을 방문한 대한민국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왕이(王毅, WANG Yi)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취임 후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는데요, 양측은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건강하고 성숙하게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지으며,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어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는데요,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제작:이현주
에디터: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