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게임에서 부활한 ‘손오공’
2024.09.05
- 게임 출시 사흘 만에 1천만 장 판매 돌파
- 게임 사업 찬밥 취급하던 관영 매체 “중국 문화 해외진출 이정표” 찬사
- 아프리카 53개국 정상 중국에 집결
- 중국의 속내는 희귀 광물 확보, 신시장 개척 위해 공들이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구름을 타고 순식간에 10만 8,000리를 날고, 털을 뽑아 수십 마리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중국의 고전문학 속 손오공 이야기를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봅니다. 요즘 중국에서 손오공을 주제로 만든 ‘오공’ 게임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3일, 중국 인민일보 한국어판 홈페이지 ‘많이 본 기사’ 목록 1순위에 ‘오공’ 게임 관련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그만큼 이 게임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출시 당일 온라인 게임 사이트 스팀에서는 동시접속자 222만 명을 기록해 역대 2위에 올랐고 출시 사흘 만에 1,000만 장 판매를 달성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수많은 비디오 또는 컴퓨터 게임 중 대형 게임 제작사가 대량의 제작비를 투입해 수백만 장의 판매량을 목표로 만든 초대형 게임을 보통 AAA 게임으로 분류하는데요, 중국에서 이처럼 AAA급 게임이 나온 것은 처음이고 또 중국의 오랜 고전 ‘손오공’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습니다. 정확한 게임 이름은 ‘검은 신화:오공’, 출시일은 지난달 20일입니다.
게임 흥행으로 ‘오공’ 게임 제작에 관계됐던 기업들의 주가도 수직 상승했고 또 그동안 ‘게임 산업’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중국 정부도 태도를 바꿨습니다.
지난달 21일, 중국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는 한 외신 기자가 “’오공’은 중국 문화의 특성으로 게임 이용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중국 외교는 이를 통해 어떤 이점이 있나”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한 마오닝 대변인의 답변 들어보겠습니다.
INS- 비디오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게임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습니다. 게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국 고전문학 ‘서유기’를 기반으로 제작됐습니다. 중국 문화의 매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공의 흥행으로 서유기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산업 전반에도 파급 효과가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오공이 게임계를 휩쓴 후 커피와 차, 음식, 호텔, 전자제품, 자동차, 콘서트,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더우인’에서도 오공과 관련한 상품이나 주변 장치에 대한 검색량은 게임 출시 후 275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중국의 대표 커피 브랜드인 루이신 커피는 오공 특별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는데 여기서 포함된 오공의 한정 포스터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오공의 게임 화면의 그래픽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 산시성의 지역 관광 수요도 대폭 증가했습니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게임 출시 후 일주일 만에 산시성의 명승지 예약은 전년동기대비 최고 70% 증가했고, 8월 산시성 지역 호텔 예약 건수도 전월 대비 12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고 폄훼하던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문화 해외 진출의 중요한 이정표’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중국은 이번 오공 게임의 흥행을 산업 수혜를 넘어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자랑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부드러운 권력이란 의미로 군사력, 경제력, 자원 등 하드 파워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주로 문화의 힘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석좌교수인데요, 소프트파워는 강제력 등의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매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듯 중국이 오공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게임 자체의 인기뿐 아니라 먹거리와 관광, 가전 등으로 파급 효과가 커지고 있으며 중국 전통의 ‘소프트 파워’를 증명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공 게임은 중국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즐기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북한은 최근 중국의 영상도 불순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지요?
특히 김정은 총비서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별히 여기며 북중 문화 교류의 상징처럼 내세우던 중국 전통 연극 ‘양산백과 축영대’의 TV 드라마 판도 금지 목록으로 지정됐다니 수교 75주년을 맞는 북중 관계가 어색함을 넘어 냉랭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최근 자국 내 프로 선수단에서 활동하던 북한 농구 선수를 대북제재 위반으로 사실상 추방했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대북제재 이행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또 ‘손오공’이라는 제목 자체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손오공’은 주민들 속 유행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손전화기’와 ‘오토바이’, ‘공부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배우자’를 의미하는 줄임말로, 과거처럼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심과 출신성분을 우선하던 북한 젊은이들의 결혼관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한편으로 ‘손오공’은 김정은 총비서를 지칭하는 은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가족력을 밝히지 못하는 김 총비서를 부모 없이 돌 틈에서 태어났다는 손오공에 비유한다는 의미입니다.
손오공은 하루에 10만 8천 리를 날아가는 등 아무리 훌륭한 재주를 가졌지만 결국 부처의 손바닥 안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김정은 총비서가 아무리 중국 영상까지 금지 목록으로 정하며, 인민의 알권리를 옭아매려 해도 인민의 자유의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프로모 ####
아프리카 53개국 정상들이 일제히 중국 베이징에 모였는데요,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미국에 대응하는 운명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지만 아프리카 나라들은 중국의 경제적 도움과 채무 탕감에만 관심을 보여 ‘동상이몽’의 관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4일부터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아프리카 정상은 모두 53명인데 이 가운데 52개국은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에 나선 국가들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남아프리카와 말리 등 아프리카 주요 국가 정상들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양자관계 격상 논의에 나섰습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포럼을 통해 중국과 아프리카 간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입니다
INS – “중국 아프리카 포럼은 양측 간 실용적 협력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체제이며 협력의 중요 상징입니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여러분과 긴밀히 협력하겠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의 견제 속에 남반구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뜻하는 ‘글로벌 사우스’ 결집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유무상 원조를 제공하며 포용 정책을 써왔는데, 개도국들을 모아 서방에 대항할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도입니다.
중국의 이 같은 아프리카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아프리카 청년들이 세계 각국 중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치코위츠 가족 재단은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아프리카 16개국에서 18세에서 24세 사이 5,6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2%가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각각 79%와 73%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포럼에서 아프리카 나라들과 디지털과 녹색기술 협력에 나서는 등 상생하는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나라들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제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중국이 어떤 협력 모델을 구축할지가 관심입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리튬이온 배터리 등 신재생에너지 제품을 앞세운 ‘신품질 생산’을 장기적 경제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아프리카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2차 전지 핵심 광물의 약 70%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 보고입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곳곳에 차관을 제공한 것도 ‘희귀 광물 관련 사업 선점’이라는 대가를 얻어내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재정난을 겪는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계속 유지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의 채무국들인 아프리카 나라들이 더 많은 채무를 요구하거나 빚을 줄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재정난에 직면한 중국으로선 이런 요구를 마냥 수용하기 힘든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AFP통신은 지적했습니다.
케냐의 경우 중국에서 돈을 빌려 600㎞ 길이의 철도를 건설했지만, 80억 달러(약 569억 8,193만 위안)의 채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냐 측이 최근 ‘10억 달러’(약 71억 2,274만 달러) 추가 대출과 ‘기존 채무 조정’까지 요구하자, 중국 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잠비크도 중국과 함께 수도 마푸토와 교외 지역을 잇는 현수교를 완공했지만 건설 비용의 95%에 해당하는 중국발 차관의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빌려준 돈을 떼일 상황에 처했습니다.
AFP 통신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중국은 이미 대아프리카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도 과거 1960, 70년대 아프리카의 비동맹 국가들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농사와 건설 작업에 인력을 파견해 돕기도 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과의 외교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아프리카 외교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여전히 북한은 아프리카 30여 개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를 대북제재 회피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나라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이 아프리카 나라들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탈북민 출신 최경희 중국 텐진외국어대 국가지역연구원 겸임교수는 “북한과 아프리카 나라들 간 불법 거래를 끊고 대북제재를 준수하기 위해선 아프리카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나서 대북제재 동참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오디오 자료 : AP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