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핼러윈 단속은 리커창 사망 1주기 때문?
2024.10.31
- 중 경제 악화 속 ‘비운의 2인자’ 리커창 전 총리 1주기 추모 차단
- 핼러윈 단속, 마라톤 취소... 집단 행동 우려
- 자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기대했던 중국, 한강 작가 수상 반응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지난 26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 ‘비운의 2인자’로 불리던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지만 베이징은 물론 중국 어디에서도 리 전 총리를 추모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1년 전의 추모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모습인데 이유가 뭘까요, [오늘의 중국] 첫 소식으로 전합니다.
10여년 간 중국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리커장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26일 심장 마비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오전, 향년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리 전 총리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많은 중국 사람들이 깊이 애도했고 그의 영결식 날에는 베이징 중심부, 톈안먼 광장의 국기를 절반 정도만 올려 조의를 표하는 국기 하강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리 전 총리 사망 1주기인 27일 베이징에는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톈안먼 광장 등 현실 공간은 물론, 인터넷에서도 사라졌습니다. 중국의 대표 인터넷 서비스 바이두, 웨이보 등에는 리 전 총리를 언급하는 기사나 게시글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리 전 총리의 사망 1주기 추도 분위기가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다시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 중국 정부의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리 전 총리가 사망했던 1년 전에도 중국 정부 공식 사회연결망 웨이보 계정을 비롯해 중국 관영 매체들의 관련 게시물에는 댓글 작성 기능이 차단됐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이 작성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습니다.
또 인터넷 검색 서비스 바이두에는 실시간 상위 검색어 목록에서 리 전 총리 관련 검색어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미국의 중국 화교 방송인 NTD TV에 따르면 중국의 반체제 언론인사 가오위는 리 전 총리 1주기와 관련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오위는 “내 친구 몇 명은 미행을 당하거나 경찰들이 집 앞에 보초를 서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27일이 리커창 1주기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10월은 양회가 열리는 3월과 텐안먼 시위가 열렸던 6월 4일을 능가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콩 명보는 지난 13일, 이달 계획됐던 허난성 정저우 마라톤 등 중국 마라톤 대회가 대거 다음달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는데요, NTD TV는 “마라톤 대회가 연기된 지역은 대부분 리 전 총리 추모 열기가 유독 높았던 곳”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서양 축제일인 핼러윈을 앞두고 각 지역 도심의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로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즐기고 있습니다.
RFA 중국어 방송은 지난 25일부터 상하이 도심에서 핼러윈 분장을 하거나 복장을 입은 사람을 단속, 연행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전했는데요. RFA 방송과 인터뷰한 한 시민은 이 같은 단속이 대규모 집회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INS – 상하이 현장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핼러윈 행사 단속이 리 전 총리 1주기 전후로 이뤄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서민적이었던 리커창 전 총리가 중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긴 했으나 중국 당국이 그에 대한 추모를 전방위적으로 차단하는 배경은 ‘경제’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중국은 관변학자까지 나서 경제의 위기를 강조할 정도로 심각한 경기 침제를 겪고 있는데요. 경제난의 직격타를 맞은 청년층 속에 시 주석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 주석과 경제 정책 노선을 달리했던 리 전 총리를 재조명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겁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그간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변함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제 정책을 총괄했던 리 전 총리는 정작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2020년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39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 사례입니다.
중국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덮기 위해 리 전 총리의 추모식까지 막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는 최근, 1만여 명의 특수부대원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 몰래 파병하고, 그 소식을 덮기 위해 파병 장병들의 가족들을 격리 조치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탈북민들은 러시아 파병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무의미한 죽음을 당하지 않고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며 우크라이나로 보내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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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중국] 중국에 북러는 ‘가깝지만 위험한’ 파트너
최근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는데요. 중국에서도 한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북경외국어대 아시아 학원 한메이 교수는 중국 주간지 차이신에 쓴 평론에서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첫 아시아 여성 작가가 되자 많은 사람이 뜻밖이라고 했고, 노벨문학상이 변화 중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한강의 수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썼습니다.
한 교수는 “그가 올해 54세에 불과해 역대 노벨상 수상자 평균 연령 65세에 비해 확실히 젊은 세대에 속하긴 하지만 한강의 문학 창작 기간은 벌써 30년이 됐고 성과 또한 그에 못지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강 작가의 출생, 가정환경, 등단 등 경력을 비롯해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같은 대표작의 내용과 함의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한 교수는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인간의 복잡한 격투(싸움)에 대한 질문”으로 요약하면서 “여성 작가 특유의 세심함으로 한국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처한 곤경과 겪어온 상처를, 그리고 그들의 불행과 고통을 드러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교수는 특히 ‘소년이 온다’를 쓰기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료를 다수 조사한 한강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고귀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정치적 각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던 전통을 깨고 보편적 인간성에서 출발해 사건의 성격을 해석하려 했다”며 “이 사건이 모든 사람에게 남긴 상처의 기억과 지속되는 고통에 집중했다”고 평했습니다.
이어 “한강의 소설은 줄거리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구조 역시 비교적 느슨하며 어조가 침울한 편이어서 그다지 흡인력이 없어 보이지만 그의 소설에는 신기한 힘이 있어 독자가 놓지 못하게 하고, 책을 덮은 뒤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강의 문학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젊은 작가, 한강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 나아가 아시아 문학이 구미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더 많은 아시아 작가가 구미 독자의 시야에 들어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중국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자국 소설가 찬쉐(71)의 수상을 기대했는데요. 그럼에도 한강을 향해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들은 한강의 작품 세계와 함께 자국 문학계에 한강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중국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도 한강의 작품에 대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류 즉 한국 문화 열풍이 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을 넘어 이제 문학 영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두 개 국가’ 추진 배경 역시 이 같은 한류를 차단해 체제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데 있지만 문화의 힘은 봉쇄를 넘어선다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오디오 소스 : 로이터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