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북한군 파병에 대한 ‘불편한’ 침묵
2024.10.24
- 북한군 러 파병 관련 홍콩 매체 “시진핑, 푸틴에 절제 권유해야”
- 선양 군구 기갑부대, 북중 국경지대로 이동
- 러 파병 북한군 18명 ‘배고픔’에 부대 이탈... 러시아군에 체포
- 시진핑, ‘찬밥 대접’하던 당 원로 그룹 ‘예우’ 나선 이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전쟁의 정치적 해결’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며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한국 정보기관과 우크라이나는 북한 군인이 현재 러시아에 있다고 했는데, 두 국가와 동맹인 중국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린젠 / 중국 외교부 대변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분명합니다.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긴장 완화를 위해 애쓰고 정치적 해결에 전념하기를 희망합니다."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한 겁니다.
또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고 국면의 완화와 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안정 추동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중국이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북한이나 러시아에서 미리 통보받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동북아시아·한반도 정세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신화통신,인민일보,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도 ‘북한 파병’ 보도에 사실상 침묵하면서 중국 외교부와 보조를 맞췄습니다.
CCTV는 최근 북한의 도로 폭파 등 남북 관계 긴장 상황만 잇따라 긴급 뉴스로 전했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상세히 반복 소개하기도 했으나,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홍콩 매체는 21일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논평을 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홍콩 명보는 사설에서 “남북이 서로 꼬집는 일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지만 그간 매번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상황이 악화됐고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에 파병으로 문제가 한층 복잡해졌다며 전체 국제 정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 전쟁에 일촉즉발의 조짐이 있지만 러시아와 미국이 자제력을 유지하고 불에 기름을 붓지 않는다면 조선반도는 안정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곧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만날 것인데, 절제를 권유하는 중국의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조선반도 바깥 세력 중 가장 냉정해선 안 되는 것이 중국”이라며 “조선반도가 다시 전쟁에 빠지면 중국은 이웃 국가로 미국·러시아보다 훨씬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시 주석의 ‘절제 권유’를 거듭 주문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해군 수송함에 태워 블라디보스토크로 파병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향후 1만 2,000명 규모의 군 인원을 러시아에 파병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22일, 북중 국경 지역에 중국군 기갑무력이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중국 인터넷 소셜미디어에는 중국군 장갑차 수십대와 트럭이 랴오닝성 가이저우시 방면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중국 동북지방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선양군구 소속 부대가 북중 국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중국의 공식 입장이 나오진 않았지만 인민해방군 기갑부대를 북중 국경에 배치해 북한에 경고장을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벌써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군인들 가운데 18명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했다가 붙잡혔다는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현지 시간 21일, 군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당국이 탈영한 북한군을 최근 검거했다고 밝혔는데요, “훈련이 끝난 북한군들이 며칠 동안 식량과 지침 없이 방치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늘 주린 배를 움켜쥐고 군 생활을 했는데, 남의 전쟁에 대포밥으로 끌려와서도 굶주림에 시달려야 하는 북한군 장병들의 처지가 너무나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파병 부대에는 김정은 총비서의 일가와 고위층 자녀들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고 힘없는 노동자, 농민의 자녀들만 선발됐다고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딸 주애를 공식 행사장에도 데리고 다니며 다정한 ‘딸 바보’ 아빠의 모습을 보이는데요, 제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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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베이징에선 우방궈 전 전국인민대대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애도를 표하는 등 상당한 예우를 했습니다.
우 전 위원장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이끈 ‘상하이방’(上海幇) 소속으로, 후진타오 국가주석 재임 시절 전인대를 이끈 인물입니다. 그러나 시 주석이 국가주석이 된 후 상하이방이 밀려나며 찬밥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그런데 시 주석이 직접 나서 상하이방의 핵심 인물인 우 전 위원장의 장례를 예우한 것인데요, 대내외 우환 속에서 경험이 풍부한 원로 그룹의 자문과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시 주석의 원로에 대한 극진한 예우는 지난 1일 국경절 75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국경절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열린 기념행사에서 후진타오 정권 시절의 총리였던 원자바오가 시 주석의 왼편에 앉아 환담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요, 다른 쪽 옆자리에는 장쩌민 집권 시기 정치협상회의 주석이었던 리루이환이 자리했습니다.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시 주석이 상석에 앉은 탁자에 현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해 은퇴한 당 원로들 총 23명이 빼곡히 둘러앉은 장면입니다. 시 주석과 권력 투쟁을 벌였던 장쩌민 계열과 후진타오 계열의 인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둘러앉았습니다.
이 같은 이례적인 광경에 대해 중화권 매체들은 “일정 부분 집단 지도체제를 복원한 것”으로 평가하며 “시진핑은 정치적 위기, 전례 없는 경제적 위기, 국제적 고립이라는 외교적 위기로 겹겹이 포위된 불안정한 처지에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1인 권력 강화를 위해 당 원로들을 찬밥 취급해 왔는데요, 특히 상하이방의 수장인 장쩌민 전 주석과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인 것은 베이징 정가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마오쩌둥의 1인 지도체제 하에서 심각한 정치 동란을 겪은 중국은 덩샤오핑 이래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집단 지도 체제 형태로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7인의 상무위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보장받아 이들은 ‘7인의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시진핑 등장 이후 1인 권력 체제를 부활시키며 중국 개혁개방의 대표적 산물인 ‘권력 분점’, ‘집단지도체제’를 종식시키고 마오쩌둥 시대의 1인 권력 체제가 부활됐습니다.
또 시 주석의 1인 권력체제 하에서 당 원로들의 존재감은 사라진 겁니다.
2022년 후진타오 전 주석을 끌어내다시피 강제 퇴장시키던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된 바 있습니다. 그해 장쩌민 사망 추모식 때도 전현직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지만 관영 매체에서는 후진타오의 참석만 소개됐을 뿐 다른 당 원로들은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당 원로들이 그동안 정치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엄격히 금지되고, 활동이 제한되면서 사실상 가택 연금당했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시 주석의 1인 권력 행사는 지난해 열린 정권 수립 74주년 행사 때 절정을 이루었는데요, 원래 정권 수립 기념 공식 연회는 총리가 주최하고 연설도 총리가 맡는 것이 관행입니다. 국가주석은 5주년마다 한 번씩만 연설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국경절에는 이례적으로 시 주석이 연단에 올랐고 리창 총리는 철저히 들러리로 전락했고 초대된 당 원로들은 이름조차 호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경절 행사에는 원로인 원자바오 전 총리가 주빈으로 등장해 시 주석의 옆자리에 앉아 환담을 나누었고, 리루이환 등 주요 원로 참석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습니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원로 정치인들의 가택 연금이 해제되고, 원로들이 중요 행사에 주빈으로 초청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배경엔 지난 7월 열린 중공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뭔가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대한 변화란 바로 권력 누수를 일컫는데요, 올해 시 주석이 임명한 리상푸와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들이 부패를 명분으로 숙청당하는 등 군부 고위층의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고 정치적 배신을 한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대외정책에서도 일련의 변화가 엿 보입니다. 시 주석은 최근 경쟁 관계인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친구가 될 의향이 있다”며 우호적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16일 중국 관영 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열린 2024년도 미·중관계전국위원회(USCBC) 연례 시상식 만찬에 보낸 축사에서 “중·미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의 하나로 양 국민 복지는 물론 인류의 미래 및 운명과도 관련이 깊다”며 “중국과 미국은 상대국 발전의 장애물이 아니라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외우환을 겪는 시 주석이 원로들을 예우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는 연일 군부대 시찰과 호전적 발언으로 한반도에 화약내를 풍기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수만 명의 북한 군인들을 파견해 러시아군의 대포밥으로 내몰고 있는데요, 좋은 지도자의 모습이란 무엇인가 인민을 위해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오디오 소스 : 로이터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