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중국 왜 ‘흑백요리사’에 과몰입하나
2024.10.10
- 중국에서 방영 안 된 ‘흑백요리사’ 불법 시청하며 “한국이 중국 음식 훔쳐”
- 아리랑, 판소리, 한복, 김치, 돌솥밥도 ‘중국의 것’이다?
- 북한, 중국의 고구려 역사 침탈에 침묵했던 이유
- 막대한 예산 풀며 기대했던 중국 국경절 연휴 특수, 효과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최근 요리사들의 불꽃 튀는 요리 경연을 주제로 한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이 해외에서도 열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를 몰래 시청한 일부 중국인들은 “한국이 중국 요리를 훔쳤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의 ‘적반하장’, 오늘의 첫 소식으로 전합니다.
인터넷 기반 영화, 드라마 공급 회사인 넷플릭스에서는 ‘흑백요리사-요리 계급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요리 하나는 최고라고 자부하는 한국 재야의 요리 고수 80인이 최고의 인기 요리사 20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데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INS- ‘흑백요리사’ 예고편
프로그램에서는 재야의 이름 없는 요리 고수 80인을 ‘흑수저‘, 인기 요리사 20인을 ‘백수저‘로 지칭하는데요,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 제목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7일, 중국의 각종 인터넷 사회관계망에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한 한국인 요리사가 중국 요리 ‘빠쓰’를 만드는 장면을 놓고 “한국인들이 이제 빠스를 한식이라 주장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영상과 글이 도배됐습니다. 심지어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는 한국의 유명 요리가인 백종원 대표를 ‘대도둑’으로 칭하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빠쓰(拔丝)는 설탕이나 당밀을 끓여 걸쭉하게 졸인 뒤 튀김에 버무려 식힌 중국 음식인데요,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맛탕이 있습니다. 실제 방송 내용을 입맛대로 편집해 한국 사람들이 중국 음식을 한식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는 억측을 내놓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중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차단돼 ‘흑백요리사’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건데요, 일부 중국 사람들이 비법적(불법적) 경로를 통해 영상을 본 뒤 이 같은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겁니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외부 정보’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해외 주요 사이트의 접속을 금지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성신여대의 서경덕 교수는 자신의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넷플릭스는 중국에서 서비스가 되지 않는데 몰래 훔쳐 본 후 이런 억지 주장을 펼치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오히려 중국이 한국의 김치, 삼계탕, 돌솥비빔밥을 훔쳐 가려는 나쁜 습성을 버려야 한다. 이제 중국은 다른 나라 문화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전통 민요 아리랑과 민속 악기 해금, 전통 혼례식 등 한민족의 전통이 담긴 무형유산 상당수를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문화유산이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라는 것이 중국의 주장입니다.
박수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에 따르면 중국이 한민족 전통의 무형유산을 자신들의 국가급 무형 유산으로 지정한 건수는 20건, 성급 유산으로 등록한 건 81건으로 모두 101건에 달합니다. 대표적으로 농악(農樂), 윷놀이, 널뛰기, 그네뛰기, 전통 혼례, 김치와 돌솥비빔밥, 씨름 등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에서 기원한 ‘농악무’를 2009년 인류 무형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족은 중국인이니 ‘조선족 무형 문화유산’은 모두 중국 문화유산이라는 것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20일 입장문에서 “역사 문제가 우리 정체성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라는 인식 하에 중국 측의 역사 왜곡 시도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라며 “우리 문화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이 양국 국민 간 우호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중국 측에도 필요한 노력을 지속 촉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역사·문화 침탈은 매우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만리장성(萬里長城)의 길이는 세월이 갈수록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1987년, 중국이 만리장성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만 해도 6천352㎞였습니다만 다른 나라가 쌓은 성(城)까지 하나둘 자꾸 연결해 2009년에는 8천851㎞, 2012년에는 2만 1,196㎞까지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고구려와 발해가 쌓은 성도 만리장성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평양까지 포함된 만리장성 지도가 세계적인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통해 유포하고 있습니다. 고구려와 발해도 중국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2002년부터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는 역사 수정 작업을 진행했고 지난해 4월에는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반도 고대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고의로 빼기도 했습니다.
이런 중국의 역사 왜곡에 한국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물론 한중 간의 갈등이라 북한이 뒷짐을 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자칭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강조해 온 북한이 중국의 노골적인 고구려 지우기에 눈을 감은 것은 모순적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북한은 과거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습니다.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계승자라고 주장하는 북한이 중국의 고구려, 발해사 지우기에 눈 감고 있는 동안 한국은 중국의 역사 침탈에 맞서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한민국 정부는 동북공정에 대해 중국 정부에 중단을 요구하고 고구려사와 발해사 등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고구려와 발해를 주제로 한 역사 드라마 ‘주몽’, ‘연개소문’, ‘태조영’, ‘태왕사신기’를 제작 방영하는 등 역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는 자신들의 뿌리로 자처하는 고구려 역사를 중국에 침탈당하면서도 항의 한마디 못 하고 침묵하는 북한 정권의 비굴함과는 대조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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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7일은 중국의 국경절 연휴였습니다. 긴 국경절, 연휴 특수를 살리기 위해 중국 당국은 2천억 위안(약 295억 4천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풀고 소비 쿠폰을 발행한다는 소식, 지난주 전해드렸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연휴를 맞아 코로나 대유행 이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중국 유명 관광지를 찾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경제적 불안이 지속돼 온 탓에 지출을 꺼리는 현상이 뚜렷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내 고급 여행사 디어 보이지(Dear Voyage)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관원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광객이 증가해 여행업이 활발한 회복세라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 “상황은 그렇지 않으며, 성수기가 오히려 최악 수준으로 코로나 유행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며 “최대 관광 성수기인 국경절 연휴에 올해처럼 사정이 암울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최고 휴양지로 꼽히는 하이난성 싼야 현지 여행사 직원 선첸위도 “올해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 대부분의 호텔이 객실료 등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대비 예약률은 60∼65% 수준이고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이번 연휴 첫 사흘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과 철도·선박·항공 등을 이용한 이동자 수가 하루 평균 3억 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관광지마다 입장권 예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코로나 직전인 2019년보다 17.2% 증가했다고 보도했으나 정작 국민들의 소비는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중국 인터넷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후이성 황산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실과 식당 바닥에서 떼 지어 하룻밤을 보내는 사진이 올랐으며, 홍콩 성도일보가 이를 지난 4일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진에는 황산의 한 여성 화장실을 20명에 가까운 여성 관광객들이 가득 채운 모습이었는데요, 이들은 화장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후드티를 입은 채 둘러앉아 휴대전화 삼매경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들 관광객이 호텔에 묵지 않고 화장실을 택한 것은 관광 성수기를 맞아 황산 숙박 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정작 이 사진을 본 중국 사람들은 “힘들고 비위생적이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화장실 사용을 포함해 적은 예산으로 황산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관광지에서 지갑은 열지 않는, 중국인들의 얼어 붙은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국경절 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중국 당국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인데요,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달 중순 사흘간의 중추절 연휴 기간에 중국 내 여행이 2019년보다 6.3% 증가했으며, 이 기간 관광 지출도 510억 위안(72억 1,653만 달러)으로 2019년 대비 8% 늘었다면서 국경절 연휴 관광 소비 증가를 낙관한 바 있습니다.
여행사 디어 보이지의 관원루 최고운영책임자는 “관광업 전문가들은 통계를 보지 않고 전망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경제 통계와 전망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 내 여행업계 출판물인 트래벌존 창업자인 장하오시도 “지난 여름 남부 구이저우·간쑤·산시·칭하이성과 닝샤 자치구,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들의 소비 지출이 낮아 해당 지역 경제에 거의 보탬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경제성장률 감소가 예상된 탓에 중국인들 소비가 점점 검소해지고 지출을 꺼리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내년 1월 춘제(春節·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경기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가을철에 이례적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식량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와 가중되는 검열, 단속으로 민심은 떠나가는데 김 총비서는 최근에도 연일 군사 분야에 대한 시찰을 이어가면서 대한민국을 향한 호전적 발언만 내놓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식 발언을 ‘피해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김 총비서의 행태야말로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지도자의 피해의식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