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게 "돈쭐 내주자" 선행 문화 확산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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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게 "돈쭐 내주자" 선행 문화 확산 경북도 청년봉사단 20여명이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나선 의료진과 공무원에게 주고자 '행복도시락' 점심을 만들고 있다. 경산시청과 보건소, 세명·중앙병원 선별진료소 등 4곳에 250개의 도시락을 나눠줬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언론기사들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얘기들이 많기도 하지만 간혹 한편 귀퉁이에는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한해가 넘어가도 진정이 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비루스 전염병 여파가 우리의 마음을 힘들고 우울하게 하는 가운데 들리는 따뜻한 이야기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말에도 ‘과유불급’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선행도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확대되면 원래의 값진 미담이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들 보다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따뜻한 소식들이 많이 들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최근 잇따라 전해지는 아름다운 선행에 관한 얘기로 함께 합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젊은이들의 반어법 ‘돈쭐 내주자’

선행을 베푸는 점주가 운영하는 가게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가게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본격화된 컴퓨터나 손전화를 이용한 온라인 구매층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젊은 세대 사이에 번지고 있는 이런 움직임과 더불어 ‘돈쭐내자’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돈쭐내자’는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로 환경과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해 돈으로 혼을 내준다는 의미다.

돈으로 혼쭐을 내자는 것이지만 실제 혼을 내는 것은 아니고 역설적으로 도움을 주자는 해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좋은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지나칠 때 생각할 점도 있다.

‘돈쭐 내주자’ 지난 해 코로나 19가 급격히 확산하던 대구에서 처음 등장

지난해 대구 코로나 확산 당시 자영업자들이 의료진에 도시락 등을 기부했을 때 본격적으로 쓰였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 2일까지의 네이버 검색어 경향을 보면, '돈쭐'이라는 말은 지난해 2월 19일부터 본격 검색된다. 당시는 대구 자영업자들이 의료진에게 무료로 도시락을 전달한 시점과 맞닿아 있다. 이때 누리꾼들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돈쭐' 내주러 대구에 가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의료진과 가난한 형제에게 베푼 초밥집,치킨집 선행 화제

대구 수성구 한 초밥집 지난해 의료진을 위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남구보건소에 모두 490개의 초밥 도시락을 전달했다. 지금도 봉사단원과 양로원·동물원 등에 분기마다 도시락 기부를 하고 있다.

대표는 "글을 본 손님·의료진분들도 돈을 쓰러 일부러 가게를 찾아왔다. 계속 열심히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선한 문화가 계속 이어져서 각박한 사회에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대가 없이 치킨을 대접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가 주문 폭주로 영업을 중단했다. 미담을 접한 누리꾼들의 '돈쭐'(돈+혼쭐) 주문이 쇄도해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7호'의 홍대점주가 임시 영업 중단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형제를 도운 미담이 퍼지며 소비자들이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자"고 연이어 주문에 나선 결과, 밀려드는 주문에 음식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응원 전화를 하거나 성금, 선물을 보내면서 박씨의 선행을 격려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가정 형편 어려운 형제에게 베푼 선행, 응원 격려 답지

치킨 판매점인 철인7호 홍대점의 박 사장은 앞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형제가 가게 앞을 서성거리자 공짜로 치킨을 대접했다. 이후에도 형제가 찾아올 때마다 치킨을 대접하거나,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잘라주는 등 선행을 베풀었다.

형제는 점주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본사에 편지를 보냈고, 본사 김현석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편지 내용을 공유하며 널리 알려진 것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난 1월 본사로 온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고등학생 A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하던 음식점에서 해고된 뒤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고백이 담겨있다.

편지에 따르면 A군은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뒤 할머니, 7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살며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그는 택배 상하차 업무 등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A군은 치킨이 먹고 싶다는 동생을 데리고 집 근처 가게를 전전했지만, 주머니에는 5000원뿐이었다. 이 때 박재휘 점주는 가게 앞에서 쭈뼛거리는 형제를 가게로 들어오라고 했고, 2만원어치 치킨을 대접한 뒤 돈을 받지 않았다. 이후 박씨는 A군 동생이 형 몰래 몇 차례 더 찾아올 때마다 치킨을 대접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도 깎아줬다.

미담이 온라인상에서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선행을 베푼 철인7호 홍대점에 '돈쭐' 내주겠다며 주문을 넣었다.

대표는 "저를 '돈쭐' 내주시겠다며 폭발적으로 주문이 밀려들었고, 주문하는 척 선물이나 소액이라 미안하다며 돈 봉투를 놓고 가신 분도 계신다"며 "전국 각지에서 응원 전화와 DM(다이렉트 메시지), 댓글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제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그렇게 하셨을 것이라 믿기에 많은 관심과 사랑이 부끄럽기만 하다"며 "소중한 마음들 평생 새겨 두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선행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훈훈

댓글을 단 소비자 중에는 "먼 데서 결제했는데 치킨은 안 받아도 된다" 고 한 이도 있었고 부산과 대전 등에서는 "멀리 살아서 주문만 한다. 치킨은 먹은 거로 하겠다"며 주문만 하며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여기는 부산이라 아쉽지만 치킨은 못 먹을 듯 하네요. 만들지 마세요”, “강원도입니다. 치킨은 먹은 걸로 하겠습니다”, “경남 마산이라 배달은 필요 없습니다” 등 돈쭐 움직임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났다.

"나중에 형제가 다시 방문했을 때 치킨을 전해달라. 우선 결제만 하겠다"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선행에 동참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도 코로나로 주변 지인에게 도움 받은 적 있는데 문득 기사를 보고 이렇게 나마 돈쭐냅니다” 등 칭찬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소주와 번개탄을 사간 손님의 극단적 선택을 막은 마트 주인

컴퓨터 온라인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전주시에 있는 한 마트(상점) 상호와 함께 '돈쭐 내주러 가자'는 게시글이 확산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 마트에는 한 손님이 방문했다. 마트에 20여분간 머무른 이 손님은 아무말 없이 소주 2병과 함께 번개탄을 사갔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마트 주인은 곧바로 그를 따라 나섰다.

마트 주인인 이인자(57)씨는 손님을 쫓아가 차량 번호를 확인한 뒤 112에 "소주 2병과 번개탄을 사간 손님이 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며 신고했고 경찰은 2시간여 뒤 이 차량이 부안군 부안읍을 지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씨의 추측대로 손님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있었고, 다행히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온 가족들과 함께 무사히 귀가했다.

이후 이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물건을 많이 사가거나 뉴스 내용을 봤다며 처음 가게에 들러 인사하는 손님은 없었다"라면서도 "뉴스에 상호가 나가지 않았지만 단골들이 와서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갔다"고 전했다.

또 "술과 번개탄을 사갔던 손님이 이번 일을 계기로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고 믿으며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만약 우리 마트에 다시 온다면 꼭 한 번 안아주고 싶다"고 말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같은 소식에 누리꾼들 역시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미담이다", "감동적이다. 귀한 생명을 구한 사장님이 대단하다" 등의 찬사를 보냈다. 경찰은 신속한 신고로 시민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준 이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유기견의 대모’ 불리는 여배우에게도 성원 답지

배우 이용녀(65)씨를 돕겠다는 손길이 인터넷과 SNS에 이어지고 있다. 이씨가 홀로 운영해 온 유기견 보호소가 지난달 28일 불에 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틀간 벌어진 일이다.

경기 포천소방서에 따르면 포천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난 불로 유기견 80여 마리 중 8마리가 숨지고 소방서 추산 약 29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자 후원 문의가 급증했고, 여배우를 돕자고 만들어진 인터넷 상의 카페에는 가입자 1000명 이상이 순식간에 모였다.

이씨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번 돈으로 2003년부터 해마다 최대 100마리의 유기견과 유기묘를 구조하며 보호소를 운영해 온 사연을 알았거나, 뒤늦게 알게 된 이들의 후원 문의가 이어진 것이다.

한 네티즌은 “유기견을 위해 벌어 놓은 돈을 다 쓰셨다고 하던데 마음이 정말 안 좋다. 소정의 지원금을 보내 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다른 네티즌은 “자신보다도 유기견과 유기묘를 위해 살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고 후원 의사를 밝혔다.

기존에 있던 ‘배우 이용녀 유기견 보호’ 카페는 가입자가 화재 이틀 만에 1000명 이상 늘어 2일 오후 기준 7000명을 넘어섰다. 후원 문의가 잇따르면서 혼선도 빚어졌다. 카페에는 "후원 계좌번호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가입했다" "계좌가 맞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씨의 계좌 여러 개가 동시에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면서 일부 후원자는 “농협 계좌가 이용녀님 이름으로 안 돼 있다. 미덥지가 않다” “유튜브에 나온 계좌로 입금했는데 맞겠죠?”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작 당사자는 당혹스러운 심정 나타내

이용녀 씨는 “급하니까 제 계좌를 알고 있던 분들이 이를 올리면서 혼선이 생긴 것 같다”며 “제가 올린 건 아니다. 네이버 카페에 있던 친구가 SNS에 글을 올린 것 같은데 진땀이 난다.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럽고 죄송해서…”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17년 동안 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써 본 적이 없다. 힘들어도 저보다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어떻게 받나”라면서 “후원 계좌를 카페 바깥으로 알린 적도 없고, 사료 회사에서도 후원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장이 화재로 다 타서 은행에서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은 모두 화재 복구에 쓰이게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씨 후원에 나선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선한 영향력’을 바라는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선한 영향력 바라는 대중의 열망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담확산과 응원 열기에 대해 코로나로 각박해진 분위기와 선한 사람을 갈구하는 심리가 합쳐져 인간성 회복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다.

"'돈쭐 낸다'라는 문화가 코로나19 이후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위기를 맞은 영세자영업자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취약계층을 돌보며 인간성 회복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치킨집 미담의 형제 이야기처럼 선한 영향력은 계속 확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A군은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많이 벌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싶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소비문화 '미닝아웃'(meaning·의미+coming out·드러내기)

‘미닝아웃’은 소비를 통해 자기 취향과 신념을 알리며 사회적 의미를 환기하는 것을 뜻한다

주 소비계층으로 자리잡은 MZ세대(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공정·정의라는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애쓴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기인 인터넷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MZ세대에게 소비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MZ세대의 52%는 ‘친환경·비건 등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소비(미닝아웃·meaning out)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상품 구매로 지지를 표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불매운동을 한다. 기업주 ‘갑질 사태’가 벌어진 프랜차이즈 등에 대한 끈질긴 불매운동의 뒤엔 MZ세대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나치면 해롭다는 지적도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너무 과열될 경우 부작용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을 통해 선행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이 선행에 동참하게 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주문이 몰리며 한 가게가 결국 영업을 중단하게 되는 것은 좋은 결말이라 하기 어렵다

유기견을 돌보는 배우 이용녀씨의 경우도 후원자들이 이씨의 계좌가 맞는지 혼란스러워했고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기도 했다.

선의로 시작됐더라도 돈 문제가 개입되면 의도에 맞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건전한 통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나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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