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패럴림픽, 북에 남다른 의미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09.11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패럴림픽, 북에 남다른 의미 2018년 3월, 평창 2018 패럴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이 귀국을 위해 비무장지대(DMZ) 인근 파주에 위치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하고 있다.
/Reuters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지난 9 8일까지 파리에서 패럴림픽이 진행됐어요. 올림픽부터 패럴림픽까지 재미있게 지켜봤는데요. 패럴림픽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세계 스포츠 대회예요. 올림픽을 주최한 도시에서 4년마다 똑같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번 패럴림픽은 파리 올림픽이 8월에 끝난 지 2주 정도 후에 개최됐거든요. 이번 패럴림픽에 남한 선수들이 사격, 보치아 등에서 활약하는 걸 보니까 올림픽과 또 다른 감동이 있더라고요.

 

기자: 북한에서도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가 있었나요?

 

이순희: 아쉽게도 없었어요. 코로나 이후로 도쿄나 베이징 패럴림픽에도 참가하지 않았는데 올해에도 안 나왔어요. 특히 북한 장애인 처우가 어떤지 잘 아는 저로서는 마음이 더 아팠어요. 2012, 2016년에 이어 북한 선수가 마지막으로 남한 평창에서 열렸던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했었거든요. 패럴림픽 출전이 조금씩이나마 활발해지는 것 같아서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죠.

 

기자: 북한에 패럴림픽 참가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순희: 북한에 패럴림픽은 좀 남다른 의미라고 생각하는데요. 패럴림픽은 기본적으로 올림픽처럼 스포츠 정신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장애를 극복하고 스포츠를 통해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요구하거든요. 그래서 북한처럼 장애인에 대한 처우가 안 좋은 나라에는 패럴림픽 출전 자체도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으셨습니까?

 

이순희: 남한 패럴림픽을 얘기할 때 보치아가 빠질 수가 없거든요. 남한 분들이라면 88 올림픽을 모르는 분이 없을 거예요. 그런데 같은 해 1988년 서울 패럴림픽에서 보치아라는 종목이 새로 등장했거든요. 그 이후로 남한이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어요. 올해도 정호원 선수가 보치아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서 남한의 10연패를 달성했고요.

 

기자: 보치아라는 종목은 좀 생소한데요. 어떤 경기인가요?

 

이순희: 올림픽에는 없는 종목이라 생소할 텐데요. 저도 남한 선수들이 두각을 보이지 않는 종목이었다면 지금까지도 잘 몰랐을 것 같아요. 보치아는 흰색 공에다가 팀마다 빨간색과 파란색 공을 던져서 그 흰색 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기는 거예요. 보치아 경기에서 정호원 선수가 비장애인인 코치와 한 팀이 돼서 참가하더라고요. 같은 패럴림픽 보치아 선수라고 해도 장애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4등급으로 나뉘는데요. 공을 직접 던지는 선수도 있지만,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 던지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때는 비장애인은 장애인 선수의 지시 사항만 따라야 하고 절대 뒤를 돌아서 공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더 인상 깊게 본 것 같아요.

 

기자:올림픽에는 양궁이 있다면, 패럴림픽에는 보치아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한 선수들이 올림픽과 패럴림픽 각 종목에서 두각을 보인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번 패럴림픽 양궁 경기에서도 잊지 못할 장면이 있었다고요?

 

이순희: , 맞아요. 남자 개인전 양궁 경기에서 두 팔이 없는 미국 선수가 출전했어요. 양궁은 기본적으로, 팔로 하는데 두 팔이 없는 선수가 출전한 거예요. 그 선수는 발과 입을 이용해서 과녁의 10점짜리에다가 6번이나 명중을 해서 금메달을 따냈거든요. 양궁은 두 팔을 이용해 활사위를 당겨야 하는 경기니까 양팔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그 선수의 강한 의지와 체력으로 그 장애까지 극복해 내고 경기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고 저도 벅차올랐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 나라가 장애인 체육 선수에 대한 정책도 좋고 잘 육성했기 때문에 선수가 당당히 패럴림픽에 참가하고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북 고향에서는 이런 기적을 바라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자: 장애인 처우에 대한 기본적인 차이 때문에 북한의 장애인 선수들이 실력을 뽐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이죠?

 

이순희: , 제가 이북에 살 때는 장애인이라는 용어조차도 없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말로 불렀어요. 국가 자체에서 장애인에 대한 복지나 배려가 없으니 북한 주민들도 자연스레 장애인들을 놀리고 경멸하기도 했죠. 수도 평양에서는 가정에 장애인이 있으면 지방으로 소개해 주는 일도 비일비재했어요. 말이 소개지 내쫓는 거나 다름없죠. 그래서 영향력이 있는 간부들은 집에 장애가 있는 자녀를 숨기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했어요. 또 친구나 주변 지인들도 집에 못 들어오게 하고요. 제 고향인 청진에서도 유명한 배우가 있었는데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평양으로 이사 갈 수 있었지만, 친오빠가 장애인이라 같이 갈 수가 없었대요. 그래서 가족 모두 청진에서 계속 살게 된 경우도 있었죠. 그런 환경에 비하면 남한에는 장애인 복지가 너무 잘 되어있어요. 북한에서는 장애가 있다고 차별받지 않으면 다행인데, 남한에서는 평등한 권리는 물론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와 시설들까지 잘 구비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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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남한의 장애인 복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어떤 건가요?

 

이순희: 제가 남한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군복무를 하다가 다쳐서 장애인이 돼도 본인이 원하면 계속 군복무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북한에서는 군복무 중에 다치면 가차 없이 쫓겨났고 어떤 보상도 없었어요. 당장 장애를 얻었으니, 밥벌이를 하기도 힘들어 생활고를 면할 수가 없어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에게 이런 처우라니 얼마나 어이없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다리나 팔을 잃어도 본인이 원하면 군에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다만 일반 병사의 경우 강제 징집당한 경우가 많아서 이럴 땐 제대하게 하지만, 직업 군인으로 복무하던 경우에는 군대가 그 사람을 쫓아내진 않아요. 또 그에 합당한 보상까지 주면서 남은 일생을 책임져줘요. 장애 급수에 따라 평균 월급의 3배에서 최대 9배까지도 제공하고요.

 

기자: 일상생활에서도 장애인 복지 정책이 중요한데요. 주변에서는 어떤 걸 찾아볼 수 있을까요?

 

이순희: 저는 바깥을 돌아다닐 때마다남한은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복지가 잘 갖춰져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버스에도 장애인석과 임산부석이 꼭 구비돼 있고요. 장애인들이 쉽게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또 따로 있어요. 그리고 건물마다 계단 외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통로를 꼭 마련해 둬요. 남한 수도권에는 지하철이 여기저기 뚫려있는데 지하철에는 어르신들과 장애인 분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꼭 있고, 이분들이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문구도 항상 붙어있어요. 또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학교에서 교육과 실습도 제공하고요. 우리 이복형제들도 장애라고 차별받지 않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다가 다친 군인들도 나라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패럴림픽과 남한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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