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탈북민, 낯선 남한가족 ‘사생활’

워싱턴- 박수영 parkg@rfa.org
2024.06.05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탈북민, 낯선 남한가족 ‘사생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월 27일 강동종합온실 살림집 입사모임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안녕하세요.

 

기자: 벌써 가정의 달이었던 5월이 끝났고 2024년의 상반기가 지나가고 있네요. 5월을 돌아보자면, 어떻게 보내신 것 같나요?

 

이순희: 맞아요. 5월은 꽃도 많이 펴서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또 올해 더위는 일찍 찾아와서 남한에서는 5월부터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리고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밖에 나들이하는 가족들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저희가 가족 얘기를 했잖아요? 제가 남한에 처음 와서 낯설었던 가족 문화가 있어요.

 

기자: 남북한의 가족문화 중 어떤 게 낯설었던 건가요?

 

이순희: 남한에서는 가족들끼리도 철저히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거예요. 프라이버시를 해석하자면 사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죠. 북한에서는 한 방에서 온 식구가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4명이든, 5 명명이든 방이 두 개정도 밖에 없었고 화장실은 한 개였죠. 부부와 아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 할머니 조부모님까지 3대가 한방을 쓰는 집도 있었어요. 저희도 아버지가 청진에 배치됐을 적에 평양에 계셨던 할머니를 모셔 왔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 6명이 두 칸짜리 방에서 살았어요. 남한도 옛날에는 그랬겠지만, 요즘에는 개인마다 방이 있는 가정이 더 많아요. 아이가 많은 집의 경우는 아이마다 모두 개인 방을 줄 순 없겠지만, 자식이 1~2명인 보통 가정에서는 아이와 부부의 방을 완전히 분리해요. 게다가 부모와 아이가 개인 컴퓨터를 따로 쓰는 경우가 많죠. 자녀들이 자기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컴퓨터로 취미생활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개인 생활에 대한 구분이 철저해요.

 

기자: 남한에는 일반 주택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파트의 경우 구조가 비슷하잖아요. 일반적인 아파트로 예를 들자면 방이 3, 화장실 2, 거실과 부엌이 각자 한 개씩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럼 어떤 부분에서 개인 생활에 대한 구분이 철저하다고 느끼셨나요?

 

이순희: 방과 옷장, 컴퓨터 등 개인 생활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보니 자녀들을 명백한 사회적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같아요. 자녀 방에 들어갈 때도 아무리 아버지, 어머니라도 들어가도 되는지 물으려고 똑똑 문을 두드리는 게 예의에요. 아이가, 들어오세요해야 부모님도 방에 들어가고요. 만약 아이가안 돼요. 좀 있다 오세요하면 그것도 존중해줘야 하고요. 특히 부모가 자녀의 휴대전화나 일기장 같은 것도 훔쳐보면 도덕적으로 지탄받고요. 남한 사회에서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과도하게 때리는 것도 명백한 어린이 학대에요. 만약 부모가 자녀를 심하게 때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경찰에 신고할 수 있어요. 심각하고 부모 측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국가에서 아이를 보호시설로 데려가서 부모랑 격리하기도 해요. 아마 북한 고향 분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기자: 자식이라 하더라도 명백한 하나의 인격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는 게 맞죠. 낯설었던 남한의 사생활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그럼, 공공장소 혹은 회사 생활 중에 사생활과 관련해 낯설거나 놀랐던 점도 있나요?

 

이순희: 선거와 관련해서 한 일화가 있는데요. 북한에도 선거가 있는데 (선거 참여가) 의무지만 남한은 자유잖아요. 북한에서 선거에 참여 안 하면 반동분자로 낙인찍혀요. 또 제가 북한에서 생활할 때 반대표를 던진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북한에서 64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전 이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찬성표가) 100% 나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거짓말이라고 하니까 (북한 당국도) 이를 인식하고무언가 조치를 해야겠구나하고 몇몇 준비된 사람들을 몰래 지정해서 반대표를 던지게 한 하나의 쇼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떤 선거라도 자율적으로 투표해서 99% 찬성이 나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북한에서는) 선거라고 해도 자유롭게 투표할 수도 없고 그걸 비밀로 할 수도 없는 거죠. 그런데 남한에는 선거의 기본원칙으로비밀보장이라는 게 있어요.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물어보지도, 밝히지도 말라는 거예요. 실제로 이 원칙을 지키겠다고 부부간에도 잘 안 알려줘요. 이번에도 국회의원 선거 했거든요. 그런데 직장 가서 서로누구한테 투표했어?”라고 물으면 예의에 어긋나고 수준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냥모두 선거하셨어요?” 이 정도 질문으로 끝나는 거예요. 생각 없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물어보면 분위기가 이상해지거든요. 직장에서도 지인들에게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물어보는 건 이상한 거고 예의에 어긋나는 거더라고요.

 

기자: 또 이뿐 아니라 개인 정보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잖아요? 특히 어떤 정보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나요?

 

이순희: 남한이 워낙 인터넷이 발달한 국가다 보니,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요. 특히 주민등록번호, 은행 계좌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자체와 암호 등을 유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남한에는 공인인증서라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은행 거래를 할 때나 본인 개인 정보를 조회할 때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온라인 서류가 있어요. 그런데 이 서류만 있으면 그 사람의 정보를 마음대로 알아내고 이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서류를 발급받으면 본인만 사용할 수 있게 조심, 또 조심해야 해요.

 

기자: 북한과 비교했을 때 사생활을 더 철저히 지키는 남한 문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나요?

 

이순희: 북한에서는 서로 감시해야 하므로 사생활이나 개인 정보라는 게 거의 없이 개방된 공간 같았어요. 한 방 혹은 두 방에 모여 사는 가족 간에 사생활이 존재하기도 힘들었고요. 남한만큼 집이 붙어있는 것도 아닌데 건너편 집에서 제 소식을 다 꿰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좋은 소식은 나누고 싶지만, 비밀로 하고 싶은 일들도 많잖아요. 그런 상황에도 사생활을 전혀 보호받지 못했던 게 참 불편했어요. 그런데 남한에서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사생활을 지킬 건 지켜주는 문화가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사생활 영역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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