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노후를 든든하게, 기초노령연금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11.13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노후를 든든하게, 기초노령연금 2015년 8월 북한을 방문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버스에서 촬영한 평양거리의 노인들.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얼마 전에 남한 정부에서 돈을 받아 가라는 통지가 왔어요.

 

기자: 어떤 통지였죠?

 

이순희: 며칠 전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현관에 놓여있는 우편함에 봉투가 꽂혀있는 거예요. 그래서 평소처럼 그 우편들을 뽑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왔어요. 샤워하고, 식사하고, 텔레비전 틀어놓고 한참 보다가 문득 퇴근하면서 들고 온 우편 생각이 나서 봉투를 열어봤는데 보험공단에서 보낸 공문이 왔더라고요.

 

기자: 보험공단에서 공문을 보낼 일은 어떤 게 있죠?

 

이순희: 제가 보험금을 미납한 게 있어서 공문을 보낸 건가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 리가 없는 거예요. 보험금은 급여에서 먼저 제하고 주기 때문에 미납할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봉투를 뜯어보니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라는 통지서가 온 거예요. 거기에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어디로 가서 신청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적혀있더라고요.

 

기자: 기초노령연금은 어떤 분들이 받을 수 있는 거죠?

 

이순희:  65세 이상 남한 국민이어야 돼요. 그리고 소득액이 일정 이상이거나 소득액과 재산액이 상위 30%에 해당하는 분을 제외하곤 모두에게 지급돼요. 사실 저는 이 통지서를 받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이 본인이 먼저 신청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국가가 먼저 노령연금을 타가라고 콕 짚어서 통지서를 보낼까라는 거였어요. 국가가 국민에게 돈 주겠다고 통지서를 보내면서 먼저 챙기는 배려에 고맙고 감동받았죠.

 

기자: 북한 청취자분들 중에 기초노령연금이 어떤 건지 모르는 분도 계실 텐데요. 기초노령연금이 어떤 건지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이순희: 기초노령연금은 남한 국민이 만 65세가 되면 국가에서 매달 연금 형태로 돈을 지급해 주는 제도인데요. 북한도 만 60세가 되면 회사 생활을 성실히 했던 근로자에게 매달 연로 보상금을 지급하긴 해요. 북한의 연로 보상금이 남한의 기초노령연금이랑 다른 점은 북한의 연로 보상금을 받기 위해선 꾸준히 일을 하면서 돈을 지불했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남한의 기초노령연금은 따로 국가에 돈을 바치지 않았어도 기초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생활비를 지급해 주는 거죠. 사람의 인생 모양은 다양해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했어도 국가에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생활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아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이런 제도로 최소 생활비도 보장해 주고 안전도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기자: 북한분들이 남한의 기초노령연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궁금한데요.

 

이순희: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북한에도) 노령연금을 못 받는 사람이 많으니까 (남한은)  (받기 힘들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노령연금은) 국가에서 주는 거니까 (남한에) 물론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자: 이순희 씨께서 기초노령연금을 수급해 가라는 통지서를 받았다는 건데 기초노령연금 신청은 완료하신 건가요?

 

이순희: , 수속이 간단하더라고요. 근무일 중 하루 연차를 내고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행정복지센터로 갔어요. 행정복지센터는 옛날에 동사무소라고도 불렸는데요. 필요한 서류 확인하고 통장 사본을 복사하더니 안내하는 분이 늦어도 다음 달 말부터 연금이 지급될 겁니다라고 설명하시더라고요.

 

기자: 다음 달 말부터라고 하셨으니까 아직 기초노령연금이 받아보진 않으신 거죠?

 

이순희: , 아직이요. 제가 아직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급여를 받는 데 12월부터는 이에 더해 연금까지 받으니 좀 더 생활이 나아질 것 같아요. 요즘 100세 시대라서 남한에서는 은퇴 후의 삶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남한에서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에서 51세 정도래요. 100년 인생의 절반쯤 왔을 나이에 퇴직하는 거죠. 그럼 50년의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데 앞길이 막막하잖아요? 차라리 일할 힘이 있는 나이까지는 괜찮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면서 더 갑갑할 거고요. 정부에서 이런 사람들을 배려해서 돈을 지급해 주고 또 친절히 모두 빠짐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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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순희 씨 주변에 이미 기초노령연금에 더해 국민연금까지 수령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연금을 수령하고 계신 분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이순희: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을 합쳐서 100만 원 이상 타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씀씀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100만 원이면 1인 생활비로는 충분한 금액이에요. 집세, 관리비는 지역마다 집 크기마다 또 집을 구매했는지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식비는 성인 한 명당 한 50만 원 정도면 되더라고요. 저는 식비로 50만 원도 안 써요.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굶어서 50만 원이 아니라 매일 3끼를 꼬박꼬박 먹고 가끔 외식으로 고기 등 맛있는 밥을 사 먹어도 50만 원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100만 원 정도면 식비만 생각했을 때 부족하진 않죠. 그런데 65세 이상인데도 월급이 높아서 이 연금을 아예 못 받는 분도 있어요.

 

기자: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시죠.

 

이순희:  65세 이상이신데 연금을 안 받는 경우는 소득이 높아서인데요. 한 달에 월급이 300만 원, 500만 원 이상이라서 소득액 기준을 훨씬 넘으셨어요. 그래서 연금을 받지 못하시는데요. 그 분에게 아쉽지 않냐?”고 여쭤봤더니 그분이 지금 이 나이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도 복인데, 연금까지 타가면 염치없죠라며 웃으시는 거예요.

 

기자: 직접 일을 하기도 하지만 국가에서 제공하는 노인 기초생활 보장 제도 덕분에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제도로 젊은 사람, 은퇴를 앞둔 사람들도 나이를 먹는다는 거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이순희 씨께서 북한의 노인복지 제도와 비교했을 때 남한의 노인복지 제도를 보고 느낀 점은 어떤 거였나요?

 

이순희: 남한에서는 돈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노인분들의 병원 치료비도 저렴해요. 제 직장에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먼저 만 65세가 됐는데, 하루는 출근하더니 오늘 감기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약값이 천 원밖에 들지 않는 거야라는 거예요. 또 노인들은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고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노인복지관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치료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가 있어요. 솔직히 북한 고향 분들은 이런 국가 정책들을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런 제도가 있어서 뭐 하나라는 생각도 들 것 같은데요. 국가에서 노인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계속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또 도와주는 게 실제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이런 배려와 지원을 받을 때마다 고마운 사회에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제 주변에도 이런 생각으로 평일과 주말에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는 분들이 계세요. 이러한 사회 배려가 노인 분들이 힘을 내서 또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기자: ,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기초노령연금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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