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북한에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11.06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북한에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평양시내 도로에서 인민보안원이 교통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오늘은 북한에는 없고 남한에는 있는 어린이와 노인 보호구역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북한에는 이런 보호구역이 없어서 이게 무슨 소리지?’ 하실 것 같은데요. 남한에서는 사회적약자들을 배려해 주고 보호해 주기 위한 구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어요.

 

기자: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 혹은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 마련돼 있는데요. 어떤 이야기부터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우선 도로에 나가보면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항상 찾아볼 수 있어요. 저희 집 앞이 중학교거든요. 중학교 근처에는 당연히 그 중학교 학생들을 포함해서 주변 학교에서 놀러 온 학생들도 많이 돌아다니겠죠. 또 가끔 등하교 시간에는 학생을 데리러 온 어르신들도 보여요.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쌩쌩 달리는 차 옆에 가는 걸 보면 제가 다 불안해요. 그래서 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 최대 속력을 더 엄격하게 제한해 둬요.

 

기자: 중학교 앞 속도제한은 어떻게 되나요?

 

이순희: 일반 도로 자동차 속도제한은 50~60km에요. 그런데 학교 주변에는 30km로 제한해 두고, 학교 바로 앞은 20km에요. 20km 속도면 자전거 혹은 사람이 빠르게 달리는 거랑 비슷한 속도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돌발행동으로 도로에 튀어나와서 자동차랑 부딪히더라도 최대한 덜 다치게 하는 거죠.

 

기자: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속도를 위반하면 벌금이 더 많이 부과되죠?

 

이순희: , 맞아요. 일반 속도위반이 3만 원 정도면 어린이나 노인보호구역에서 속도위반은 7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내야 해요. 제가 몇 년 전에 어느 지방 도시에 놀러 갔을 때 일인데요. 그곳이 처음이라 주변을 잘 살피지 않기도 했어요. 또 신호가 초록불에서 노란불로 바뀌고 빨간불로 바뀌기 직전 신호를 통과하려고 속도를 좀 냈어요. 저는 사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갔는지도 몰랐죠. 그런데 한 이틀 뒤에 경찰서에서 집으로 벌금 통지서가 날아온 거예요. 그 통지서에는 CCTV로 찍힌 제 자동차 사진과 과태료가 적혀있었는데요. 그 액수가 12 5천 원이나 되지 뭐예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당장 고지서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어린이 보호구역이라서 그렇게 많이 나온 거래요. 타 지방이니까 저는 어린이 보호구역인지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어린이 보호구역인지 잘 살피고,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가면 더 바짝 긴장해서 운전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남한 분들도 다 저 같은 마음으로 운전할 거예요.

 

기자: 속도제한 외에도 도로에서 어린이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들이 있나요?

 

이순희: , 그럼요. 또 눈에 띄는 건 노란 깃발을 들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인데요. 학부모들이 학생들 등하교 시간에 맞춰 노란 깃발을 들고나와서 건너도 될 때와 안될 때를 안내해 주고 있어요. 건널 때도 왼쪽, 오른쪽 달려오는 차가 없는지 같이 살펴주기도 하고요. (이분들에게) 가까이 가서 보면 노란 조끼에 등굣길 지킴이라고 쓰여 있거든요. 그러니까 등굣길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분들인 거죠.

 

기자: 노인 보호구역은 주로 어떤 곳에 지정돼 있죠?

 

이순희: 노인분들이 많이 모여드는 노인정이나 공원 같은 곳에 노인보호구역이 지정돼 있어요. 어르신들은 나이가 드셔서 눈과 귀가 어둡고 주변을 인지하기 힘드셔서 사고의 위험성이 더 커요. 그래서 차량이 신경 써서 주의하라고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해 놓았죠. 그리고 노인분들의 걸음걸이가 느려서 신호에 맞춰 건너도 신호가 끝날 때까지 못 건너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점도 주의해야 하고요. 남한에서 신호가 끝나도 어르신이 건너올 때는 어르신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요.

 

기자: 최근에 남한에서 교통법이 더 강화됐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게 있죠?

 

이순희: 남한에는 지방 곳곳에도 도로 신호가 설치돼있어요. 그래서 도로에 다른 차가 없어도 그 신호에 맞춰서 운전했거든요. 기존법상 원래는 횡단보도에 건너는 사람이 건너고 있어도 거리가 멀면 우측으로 도는 차는 도로 상황 살피면서 지나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도로를 건너는 사람이 횡단보도에 발을 올려놓고 있기만 해도 자동차가 그 횡단보도로 진입하면 안 돼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거죠. 사람이 보이면 일단 정지하라고 (가르쳐줘요).

그리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보행자 신호가 아니어도 사람이 지나가면 차량은 무조건 멈춰줘야 했어요. 그런데 그 법이 더 강화돼서 이제는 어린이보호구역의 횡단보도에 어린이나 사람이 없어도 차량이 무조건 (멈춰서) 잘 살펴보고 양쪽에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지나가야 해요.

 

기자: 교통법이 근 몇 년 동안 정말 많이 강화됐는데요. 북한의 도로교통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죠?

 

이순희: (북한에는) 차가 여기보다 많이 없어요. 그리고 신호등이라는 게 없거든요. 교통안전원 말하자면, 교통경찰들이 사거리 등에서 자동차를 우측좌측으로 보내는 곳에만 (횡단보도가)  4개 있어요. 일반 2차선 도로 같은 데는 양쪽에 차가 있나 없나만 보고 휙휙 건너다녀요. 그러니까 저는 교통법이 있는지도 잘 몰랐어요.

 

기자: 아무래도 남한의 도로교통법상 지켜야 할 사항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순희: 남한의 도로교통법은 엄격하고 정확해요. 직진, 좌회전, 직진할 때 차가 없는가 있는가를 보고 좌회전하는 비보호좌회전 등 다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운전면허 시험 칠 때 신호에 대한 시험도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교통 신호법을 정확히 잘 숙지하고 잘 지키려고 노력해요.

 

<관련 기사>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알면 쉬운 교통법규 — RFA 자유아시아방송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북에 필요한 남한 노인복지 —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 남한 도로교통법을 보면 보행자에 대한 보호가 우선시되는 걸 알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럼 다시 돌아가서 남한에서 노인과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요. 또 어떤 게 눈에 띄었나요?

 

이순희: 남한에서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도로뿐 아니라 공공장소에 정말 많더라고요. 특히 어린이들 뛰어놀라고 있는 공원에 놀이기구를 설치해 둔 곳이 많은데 이곳 바닥은 푹신푹신한 특수 소재로 돼 있어요. 혹여나 어린애들이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뛰어내린다거나 미끄러져서 바닥에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요. 이런 걸 보면 남한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알 수 있죠.

 

기자: 북한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이순희: 북한에도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은데 사회적인 제도가 부족한 것 같아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놀이터도 많이 없고, 있다고 해도 푹신푹신한 소재의 바닥이 전혀 없어요. 그냥 (딱딱한) 바닥이에요. 도로 규정도 딱히 없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아주 부족한 것 같아요. 저희 북한 고향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학교가 있었거든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그 학생들의 등굣길을 지키는 지킴이라도 하고 싶네요.

 

기자: 북한 학생들도 조금 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기를 저도 간절히 바라봅니다. ,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남한의 도로교통법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